세이버메트릭스 컨퍼런스 2일차

by randahlia

오늘의 이야기는 두어 개의 꼭지만 풀어볼까 합니다. 하나는 페레즈씨와 아침식사를 하며 나눈 이야기이고, 하나는 '선수 육성'에 관해 나눈 대담입니다. 물론 하루종일 많은 내용들이 오갔지만, 이 두 꼭지 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내용이 많습니다.

비 예보가 있으니 우산을 챙겨가세요


여기 피닉스인데... 이게뭔 한국 기상청 소풍가는소린가.. 하며 깔끔하게 무시하고 행사장으로 향했다.(하지만 진짜로 비가 왔다-_-) 혹시나 하며 미리 행사장이 있는 하얏트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아침을 해결하기로 했다. 앉아서 웨이터에게 '제일 잘하는거 주세요' 하고 옆을 봤더니.. Eduardo Perez가 밥을 먹고 있었다!
어제 패널로 나왔던 그 페레즈가 옆에 있다니... 혹시나 싶어 인사를 했고, 밥 먹으면서 약 40여분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페레즈는 한신 타이거즈에서 선수생활을 했었다며, 그래서 아시아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KBO에서도 팀당 3명의 외국인 선수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하니,

선수들을 그나라 문화에 잘 적응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겠네요....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살던 이들이 한데 어울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아요.
나는 거기(일본)에서 항상 웃었는데,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내가 선수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다르게 이해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라는 아주 의미심장한 말을 해주었다. 사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며, 우리 구단의 패트릭 님이 하시는 업무이기도 하다. 난 사실 다른게 궁금했다. 거의 맨날 지던, 2013년의 휴스턴 애스트로스 벤치 코치로 있으면서 도대체 어떻게 그 스트레스를 버텨냈는가.(무려 51승 111패다.) 무슨 특별한 방법이 있는가..

페레즈 : 네, 저에게도 그것은 힘들었어요. 어제 말했듯이 그 한해의 경험으로 내 머리의 반쪽이 하얗게 변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요.

Everyday we play game. And the thing is, this is just game.

저 말에는 많은 뜻이 담겨 있다. 사실 정확한 번역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무슨 뜻인지는 듣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조언들, 그리고 경험들이야 말로 내가 여기 와야만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들이었고, 일찍 일어나 행사장으로 온 보람을 느끼게끔 해주는 일이었다.

Talk 1 : 선수 기량 계발에 관한 토크
Chris Getz(CWS), Andy McKay(SEA) and Eduardo Perez(ESPN)

크리스와 앤디는 모두 팀에서 선수 육성에 관한 일을 하고 있으며, 앤디는 주로 멘탈, 심리학 적인 파트의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어떻게 선수의 멘탈, 정신력을 평가할 수 있을까요 페레즈의 질문에, 앤디는 아주 유명한 사람의 말을 인용했다.

Humans can't be quantified - Albert Einstein

와우. 하지만 바로 들게 되는 호기심. '그럼 니가 구단에서 하는 일은 뭐냐'
예를 들자면, 현재 선수의 멘탈을 담당하는 이들이 - 특히 앤디 본인이 접근하는 방식은 - 이런 거였다. 타자가 타석에서 어떤 작전을 세우는지, 그리고 그 작전을 해당 타석 내내 (멘탈이 박살나지 않고) 유지했는지. 많은 선수들이 다음타석을 준비할때 '나는 이걸 노려야지' 또는 '나는 이번에 이렇게 쳐야지'라는 생각을 하고 들어간다. 하지만 막상 초구에 원하는 공이 들어오지 않거나, 순식간이 투스트라이크 카운트에 몰리면 - 이들도 인간이기에 - 머리가 하얘진다고 한다. 현재 수준에서 멘탈 코치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타석에서 어땠는지, 그리고 선수가 왜 자기 작전을 충실히 수행해 내지 못했는지에 대해 인터뷰하고, 이를 통해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일이라는 것.
실제로, 가장 우수한 타자들 조차도 1게임 4타석에서 16개 정도의 공을 보면서 자기의 작전을 완벽히 유지할 수 있는 멘탈로 임하게 되는 경우는 8~9개가 최대라고 한다. 그렇다면 루키들이나 멘탈이 약한 선수들의 경우엔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겠는가. 이게 바로 멘탈 코치가 선수들을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그리고 중요한 부분.

많은 데이터가 나오고, 선수들 중에서는 그걸 받아들이려는 비율이 높습니다. 하지만 게임 플랜을 세우는 것은 코치와 감독이지요. 그래서 구단은 코치들에 대한 세이버메트릭스 교육 또한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들에게 데이터의 중요성을 이해 시키고, 선수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수 있게끔 하는 것이 결국 팀 케미스트리를 만들어 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생각 하지도 못하던 포인트였다.
그 외에도 다양한 말들이 오갔지만, 투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시프트'에 대한 투수들의 입장.

거의 1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투수들은 수비수의 위치를 정해진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요. 시도때도 없이 움직입니다. 투수와 투수 코치들은 이러한 액션들이 결코 편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 무려 150년동안 변하지 않은게 수비수 위치다. 이걸 최근 몇년동안 아주 괴상하게 비틀어 놓고 있다. 그래서 컵스가 내놓은 방법은 이거다.

루키레벨부터 시프트를 강하게 요구합니다. 프로에서 경험하게 되는 첫 단계부터, 시프트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끔 하는 겁니다. 물론 시간이 꽤나 걸립니다. 최소한 처음 이 방식을 도입한 때의 투수들이 한 명이라도 메이저리그 레벨까지 올라올 때 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시프트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승리를 위해선 뭐든 못할까. 이를 위해서 조직 전체를 뜯어고치고 있는 구단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놀라운 발언이었다.

기타 - 많은 이야기들

이후에 다양한 발표와 대담들이 오갔고, BIS(Baseball Info Solutions)에서는 새로운 수비 스탯을 만들고 있다는 발표를 했다. 하지만 '몇몇 구단들에서 의뢰한 주문형 자료'이기 때문에 전체 공개는 힘들며, 새로운 수비 메트릭에서는 뜬공 처리능력, 송구능력, 수비범위를 모두 따로 떼어내어 측정하고 있다는 정도를 알려주었다. 이젠 정말 구단들이 가진, 그리고 가지게 될 정보들이 '인터넷 vs 딥웹' 수준의 차이가 나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유명 칼럼니스트나 블로거들이 점점 구단으로 떠나게 되는 현상'에 대해 Rob Neyer는 이런 말을 했다.

현 시대의 독자들은 정말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글쟁이들이 구단으로 이적하는 것은, 마치 시장에서 질좋은 물건들이 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구단들에겐 좋을 지 모르나,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아주 슬픈 일이라는 거죠. 그리고 거의 대부분이 이직한 후 집필활동을 멈춥니다. 글쟁이가 글을 쓰지 않고 다른일을 하게되는 것이지요. 독자, 그리고 팬의 입장에선 굉장히 슬픈 일이 일어나고 있는겁니다.

맞는 말이다. 나야 어짜피 좋은 글쟁이는 아니었으니,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아마 현업에서 그만두었을 때 많은 이들이 아쉬워할 분들이 분명히 있을 거 같다.

And Pete Palmer

점심 식사후, 정말 엄청난 인물을 만났다. The Hidden Game of Baseball의 저자 Pete Palmer....!!!
책을 들고왔어야 하는데.... 작은 가방을 들고 오느라 책을 챙겨오지 않은게 천추의 한이랄까...
그와 이야기 하면서, 아주아주 쇼킹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 : "피트, 그럼 연구할 때 주로 무슨 언어를 써요? R? 파이썬? MATLAB?"
그리고 돌아온 피트의 대답.

나는 베이직(BASIC) 써.. 85년부터 지금까지 주욱.. 다른거 써본적 없어.

내가 GW-BASIC을 배운게 9살 때였다. 그게 91년도인데... 포트란도 아니고 베이직이라니... 물론 요즘 데이터의 양이 너무 커서 64KB의 메모리로 많은 것을 하기에는 어려운 면이 많다고 했다. 피트는 정말 먼치킨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전설이라 불리는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유니크한 면이 있다는 걸 다시한번 깨달았다. 80세가 훌쩍 넘은 할아버지는 저 말을 남기고 오수(午睡)를 청하러 방으로 가셨다.

보너스, Sean Forman of Baseball-Reference

다른 쉬는 시간에, 션 포먼과 잠깐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일정 이상의 수비 정보가 반영되지 않은 WAR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에 대한 포먼의 대답은,

물론, 단순 수비 포지션에 대한 보정 만으로도 '안하는 것 보단 나은' 스탯이 될 겁니다. 하지만, WAR을 고안한 목적은 동시대의 선수를 비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서로 다른 시대의 서로 다른 선수들을 동일 선상에 놓고 볼 만한 메트릭이 필요해서 탄생한 것이지요. 시즌 내에서의 선수 퍼포먼스 비교라면 굳이 WAR을 쓸 필요는 없을 겁니다. VORP라던가, 공격 스탯만을 반영하는 다른 좋은 메트릭들도 많아요.

그렇다. 목적을 알고 올바른 스탯을 사용할 것. 그리고 이 스탯이 어떻게 나오게 되는 것인지 제대로 알고 있을 것. 아주 중요한 부분이었다.

오늘은 이걸로 끝. 하루종일 영어로 말하고 듣고 이걸 이해하려고 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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