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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e 4 전략을 소개합니다

타순별 안타가치 계산에 따른 8번타자 배치 전략

by randahlia

야구에서 타순은 오랫동안 전통과 경험에 의해 결정되어 왔습니다. 1번 타자는 출루율이 높고, 3-4번은 장타력이 좋으며, 하위 타순은 상대적으로 약한 타자들이 배치되는 형태가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야구경기를 보다가 문득, 요즘 유행하는 '강한 2번'론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났어요. 왜 꼭 강한 2번이어야 할까. 하위타선에 강타자를 배치하는건 정말 안되는걸까? 하는 의문 말이지요. 8번에 강타자를 두는 전략, 즉 축구의 '폴스 나인(False 9)'에서 영감을 얻은 'False 4' 전략을 소개하고, 그 이론적 근거와 잠재적 가치를 탐구해보고자 합니다.


아이디어의 계기 - Chain of Thought


1. 타순별 초기 상황의 차이

1번 타자는 대부분 주자 없는 상황에서 시작하며, 이는 홈런을 제외한 안타의 즉각적인 득점 생산(타점)을 제한합니다. 반면 중심 타선(3, 4번)은 앞선 타자들이 출루했을 가능성이 높아, 같은 안타라도 타점을 올릴 확률이 높습니다. 하위 타순으로 갈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해집니다.


2. 안타의 상황적 가치 변화

동일한 유형의 안타(예: 1루타)라도 타석에 들어서는 타순에 따라 마주하는 평균적인 주자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안타가 득점에 기여하는 기대값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 핵심 가설입니다. 이는 모든 안타가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는 기존 WAR 계산 방식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3. Leverage Index와의 관계 및 연구 목적

Leverage Index (LI)는 특정 상황의 중요도를 나타내지만, 직접적으로 '타순별 안타의 득점 가치'를 계산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분석입니다. 이 분석을 통해 "강한 2번 타자론"과 같은 기존의 통념에 대해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검증하고, 새로운 라인업 구성 전략을 모색할 수 있울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4. 통념에 대한 도전과 새로운 가능성

일반적으로 득점 기회가 많은 중심 타선의 안타 가치가 높을 것이라 예상하지만, 분석 결과에 따라서는 하위 타선(예: 7, 8번)의 특정 안타가 예상외로 높은 득점 가치를 보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라인업 구성 방식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 흥미로운 발견

2021-2024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아래는 타순별로 각 안타 이벤트가 가지게 되는 득점 가치를 계산한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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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각 이벤트별 발생 확률 테이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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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데이터에서 발견한 핵심 인사이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득점 기대값의 역전 현상

타순이 내려갈수록 모든 안타 유형의 득점 기대값이 일관되게 증가합니다. 특히 8번 타자의 홈런 기대값(2.027)은 4번 타자(1.553)보다 약 30% 높습니다.

안타 발생 확률의 감소

타순이 내려갈수록 안타 발생 확률은 일관되게 감소합니다. 3번 타자의 홈런 확률(1.80%)은 8번 타자(0.26%)의 약 7배입니다.

종합적 가치 계산의 중요성

단순 득점 기대값만 보면 하위 타순이 유리해 보이지만, 발생 확률을 곱한 '타석당 기대 득점'을 계산하면 상위 타순의 가치가 더 높습니다:

- 3번 타자 홈런: 1.274 × 1.80% = 0.0229

- 8번 타자 홈런: 2.027 × 0.26% = 0.0053

- 이는 3번 타자의 타석당 홈런 기대 득점이 8번보다 4배 이상 높음을 보여줍니다.

가치와 확률의 트레이드오프

하위 타순은 안타당 득점 기대값은 높지만 발생 확률은 낮고, 상위 타순은 그 반대입니다. 이러한 균형은 현재의 타순 구성이 전반적으로 합리적임을 시사합니다.


False 4 전략의 의의

"False 4" 전략은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라인업 구성 방식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습니다:


1.전략의 핵심 개념

- 4번 타자급 능력을 갖추었지만 심리적으로 중심 타선 부담을 느끼는 타자를 8번에 배치

- 해당 타자가 4번 타자 수준의 타격 성과를 유지하면서 8번 타순의 높은 득점 기대값 혜택을 받도록 함

- 축구의 "False 9"처럼 전통적 포지션 역할에 대한 기대를 뒤집는 접근법

- 전략적 배치에 따른 팀 전력 극대화


2. 기대되는 이점

- 타석당 홈런 기대 득점 약 30% 증가 (1.553 → 2.027)

- 타석 감소를 감안해도 약 1 WAR의 추가 가치 창출 가능(홈런 20개 기준)

- 상대 투수 전략 교란 및 피로도 관리 무력화 효과

- 심리적으로 편안한 환경에서 타자의 잠재력 극대화


3. 적합한 선수 프로필

- 중심 타선 압박에 약한 파워 히터

- 출루율보다 장타력에 특화된 타자

- 특정 유형의 투수에 강한 매치업 특성을 가진 선수

- 젊은 유망주나 심리적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는 선수


4. 실제 사례

- NC 애런 알테어 : 하위 타순에 들어서면서 31홈런, 104타점을 기록.

- 볼넷 60개, 삼진 150개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전형적인 파워 히터 프로필

- 현행 WAR 계산으로는 하위타선에 들어선 행위로 인한 효과를 제대로 보정받지 못했을 수 있음.


전통적 라인업의 유효성 재확인


False 4 전략이 혁신적이긴 하지만, 발생 확률과 득점 가치를 곱한 '타순별 타석당 안타 종류의 기대 가치'를 분석하면 전통적 라인업 구성의 합리성이 명확히 드러납니다:


1, 타석당 홈런 기대 득점 계산

- 3번 타자: 1.274(홈런 득점 가치) × 1.80%(발생 확률) = 0.0229

- 4번 타자: 1.553(홈런 득점 가치) × 1.49%(발생 확률) = 0.0231

- 8번 타자: 2.027(홈런 득점 가치) × 0.26%(발생 확률) = 0.0053

- 결론: 3-4번 타자의 타석당 홈런 기대 득점이 8번 타자보다 4배 이상 높음


2. 종합적 타격 가치 분석

- 모든 안타 유형의 기대 가치를 합산하면 상위 타순(1-5번)이 더 높은 타석당 득점 생산

- 이는 현재의 타순 배치가 수학적으로도 합리적임을 증명

- 좋은 타자를 상위 타순에 배치하는 관행은 직관만이 아닌 데이터로도 지지됨


3. 타석 수의 효율적 배분

- 1번과 8번 타자 사이에는 시즌당 약 150-200타석 차이

- 발생 타석당 득점 기여도가 높은 타자에게 더 많은 타석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효율적

- 이는 자원(타석) 배분의 경제학적 원리와도 일치


4. 안타 유형 분포의 일관성

- 모든 타순에서 안타 유형 분포(단타, 2루타, 3루타, 홈런 비율)는 유사

- 이는 타자의 능력이 타순보다 안타 유형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침을 시사


5. 실용적 고려사항

- 선수들의 심리적 선호와 자존심 문제 : 대부분 상위타선이 결국 자존심이자 출장기회로 이어지며, 기록의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무작정 선수를 하위타선에 배치하기는 어렵습니다. 정말 '특별한' 케이스의 선수를 적절히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을 때 False 4 전략은 효과를 가지게 됩니다.

- 팬과 미디어의 기대와 전통적 역할에 대한 압박 : 8번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면 외부에서는 '왜 저선수를 8번에 놓냐' 라는 반응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압박에 대해서, 구단이 선수를 잘 보호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False 4는 처음부터 '3,4번의 압박감에 힘들어하는' 예민한 선수가 대상입니다.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 모든 선수가 타순 변경에 동일하게 대응하지 않음 : 선수마다 익숙한 타선이 있게 마련입니다. 이러한 부분을 잘 캐치하는 것도 코칭스탭의 역할중 하나라고 봅니다.


현장 적용을 위한 제안


False 4 전략을 실제 경기에 적용하기 위한 실용적 제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선별적 적용: 모든 파워 히터가 아닌, 특수한 심리적 프로필을 가진 선수에게만 적용

하이브리드 접근법: 특정 경기나 매치업에서만 선택적으로 시도

데이터 중심 검증: 시즌 중 타순별 성적 차이를 체계적으로 추적하고 분석

투수 피로도 공략: 7-8-9번에 '숨겨진 강타자-고출루율 타자-빠른 발'의 조합 배치

WAR 재계산: 타순별 안타 가치를 반영한 '타순 조정 WAR'을 개발하여 선수 평가에 활용


맺음말


False 4 전략은 야구의 전통적 지혜에 제 호기심을 살짝 더한 '별난 제안'입니다. 타순별 안타 득점 가치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발생 확률까지 고려한 종합적 분석에서는 전통적 타순 배치 역시 상당히 합리적임이 확인됩니다.

결국 False 4 전략은 일반적인 법칙이 아닌 특수한 예외적 상황에서 고려할 수 있는 틈새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모든 팀과 선수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지만, 특정 선수 프로필과 심리적 특성이 일치할 경우 추가적인 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적 옵션입니다.

야구는 끊임없이 진화하는 스포츠이며, 세이버메트릭스의 발전은 게임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합니다. 전통적 지혜의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균형 잡힌 접근법이 현대 야구에서 가장 성공적인 전략일 것입니다.

여러분의 팀에도 8번 타순에서 숨겨진 잠재력을 발휘할 선수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데이터와 직관을 모두 활용하여 그 가능성을 탐구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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