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결핵제의 모든 것을 알아보자
표준 초치료 지침 결핵약 4종의 작용기전 부작용 상호작용 탐구
결핵(Tuberculosis)이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감염병이란 걸 아시나요? 17세기 철학자 데카르트부터 18세기의 칸트와 파가니니, 19세기에는 쇼팽과 도스토예프스키, 20세기의 전설적인 영화배우 비비안 리까지 모두 결핵으로 사망했어요. 하지만 많은 의학자들이 꾸준히 노력했고, 지금은 20종 이상의 효과 좋은 치료약이 개발됐어요. 이제 결핵은 더 이상 ‘걸리면 죽는’ 무서운 난치병이 아니랍니다!
오늘은 이전 글에 이어서 현대 결핵 표준치료의 핵심인 ‘항결핵제(Antituberculous drug)’ 의 종류와 작용 기전, 조심해야 할 약물상호작용 정보를 전해드릴게요!
1.결핵 표준
초치료 지침이 뭔가요?
세계보건기구(이하 WHO)는 결핵 퇴치를 위해 ‘결핵 표준 초치료 지침[1]’을 전 세계에 권고하고 있어요. 우리 보건당국도 이 지침을 참고한 진료 지침을 정해 일선 의료기관에 권고하고 있답니다. 표준 치료의 원칙은 이소니아지드, 리팜피신과 에탐부톨, 피라진아미드라는 4가지 1차 항결핵제를 6개월 이상 복용하는 거예요(*2HREZ/4HR(E)). 이렇게 여러가지 약을 함께 복용하는 이유는 병균이 약에 내성(resistance) 을 가진 돌연변이로 진화하기 전에 치료를 빨리 끝내기 위해서랍니다[2].
우선 첫 2개월 동안에는 이소니아지드, 리팜피신, 에탐부톨, 피라진아미드를 다 같이 복용(2HREZ)해 몸 속 결핵균을 신속히 살균하는 집중 치료기를 가져요. 이후에는 피라진아미드를 뺀 나머지를 4개월 간 복용하는데, 경과에 따라 에탐부톨을 제외하기도 한답니다(4HR(E)). 이렇게 하면 숨어있는 잠복성 결핵균까지 모두 뿌리뽑을 수 있어요!
이하로는 이 네 가지 약물의 특성을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2. 주요 1차 항결핵제의
특성 알아보기[3]
(1) 이소니아지드(Isoniazid)
이소니아지드(또는 아이나)는 강력한 살균작용을 발휘하는 항균제로, 리팜피신과 함께 표준 결핵 치료의 핵심 역할을 해요[4]. 이소니아지드는 활동 중인 결핵균이 세포벽을 강화하는 데 쓰이는 ‘미콜산(Mycolic acids)’의 생성을 막아 사멸을 유도한답니다. 그래서 활발하게 세포벽을 만드는 활동성 병균의 박멸에 탁월한 효과를 보여요.
하지만 부작용도 있어요. 이소니아지드는 비타민B6(피리독신)을 급격히 소모해 결핍을 유발해요.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 피리독신은 호르몬과 신경 전달 물질의 생성에 관여하고 아미노산 대사를 돕는 비타민이에요. 피리독신 결핍은 피부염이나 신경염을 초래하기 때문에, 이소니아지드 복용 중인 환자들은 종종 체내 비타민B6농도가 낮아져 손발 저림 같은 말초신경염 증상과 근육통을 경험할 수 있어요. 이를 방지하려면 미리 비타민B6성분의 영양제를 복용하시면 좋습니다!
또한 이소니아지드는 흔히 간독성을 유발하기 때문에, 기존에 간질환을 앓고 있었던 분은 꼭! 자신의 상태를 주치의에게 먼저 알려 적절한 처방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2) 리팜피신(Rifampin)
리팜피신의 작용기전과 내성 획득 과정[5]리팜피신(또는 리팜핀)도 아주 강력한 살균작용을 발휘하는 항생제예요. 이 약물은 결핵균의 RNA합성을 방해해 증식을 막고 사멸까지 유도할 수 있어요. RNA합성은 결핵균의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정이라 활동성 결핵균뿐만 아니라 잠복균도 똑같이 수행해요. 그래서 리팜피신은 이소니아지드와는 달리 활동 여부를 가리지 않고 모든 결핵균에 잘 작용할 수 있어요. 즉 잠복 상태의 병균을 모두 제거해 결핵 재발을 방지하는 데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답니다[6].
리팜피신의 분자 구조 및 가루 결정 상태. ©wikipedia리팜피신을 복용하면 소변이나 땀, 침과 가래 같은 체액이 진한 오렌지색으로 바뀌는 특이한 현상이 발생해요. 이건 우리 몸이 리팜피신을 분해할 때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걱정 마세요! 리팜피신은 진한 오렌지색을 띄는 ‘나프토퀴논(naphthoquinone)’ 을 포함하고 있어서 붉은 주홍색을 띄어요. 그래서 체내 대사 과정에서 몸 속 수분에 리팜피신이 녹아들면 체액도 같은 색으로 변하는 거랍니다. 오렌지색으로 변한 소변은 약이 잘 대사되어 배출되었단 뜻이니 안심하세요! 이후에 약을 끊으면 수일 이내로 본래 색이 돌아와요.
(3) 피라진아미드(Pyrazinamide)
피라진아미드는 주로 산성 환경에서 잘 반응하는 특성이 있어요. 그래서 치료 초기 활동성 결핵균에 감염돼 증상이 발현한 신체 부위에서 가장 탁월한 살균력을 발휘한답니다[7].
피라진아미드의 주요 부작용은 간독성과 관절통이에요. 특히 어깨, 무릎 등 여러 관절 부위에서 동시에 다발성 관절통이 나타나는 일이 흔해요. 이럴 때는 주치의에게 증상을 알리고 소염진통제 처방을 받으세요. 그리고 기존에 통풍을 앓은 경험이 있는 분의 경우, 피라진아미드가 혈중 요산 농도를 증가시키는 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꼭! 주치의에게 이전 병력을 알리고 조심하셔야 합니다.
또한 경우에 따라 햇빛에 피부가 민감해지는 광선과민증(Photosensitivity)이나 노출된 부위가 검붉게 변하는 색소침착이 발생할 수 있으니, 피라진아미드 복용 중에는 외출할 때 모자나 양산, 옷으로 피부를 잘 가리고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시길 권합니다.
(4) 에탐부톨(Ethambutol)
에탐부톨은 결핵균이 세포벽을 유지하지 못하도록 방해해 증식을 억제하는 ‘정균제(靜菌劑; Bacteriostat)’ 로, 다른 약제에 대한 내성 방지 목적으로 사용되는 보조약이에요. 표준 진료 지침에 의하면 리팜핀과 이소니아지드에 감수성을 보이는 환자는 6개월이 되기 전에도 에탐부톨 투약을 중단할 수 있답니다.
항균제는 세균을 죽일 수 있지만,정균제는 죽이지는 못해요[8].간혹 결핵약을 복용하다 눈이 침침해지는 증상을 호소하는 분이 있는데 에탐부톨 때문일 가능성이 커요. 임상연구에 의하면 에탐부톨은 시신경염, 시력저하, 적녹색맹 같은 시신경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요. 다만 이는 2개월 이상 에탐부톨을 사용한 장기 복용자에게 발생 확률이 높은 것이고, 단기 사용 환자에게서 시신경병증이 나타날 확률은 1퍼센트 미만이었어요[9]. 그리고 대부분은 투약을 중단하면 서서히 회복됐답니다.
이런 부작용은 노령이거나 신장 기능이 안 좋은 사람에게서 자주 발생해요. 그러니 신장 관계 질환을 앓으시는 분은 결핵약 복용 전에 꼭! 주치의에게 병력을 알리고 적절한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표준 진료 지침은 이처럼 네 가지 결핵약을 동시에 사용하기 때문에 살균 효과가 좋고 단기간에 완치가 가능해요. 하지만 독한 약을 여럿 먹어야 하기 때문에 흔히 메스꺼움, 식욕부진 같은 위장관 부작용은 물론 간독성이 발생해 간기능이 저하할 위험이 커요. 그래서 평소 간이 안 좋았거나, 기존에 다른 병력이 있는 분은 결핵 치료 시작 전 주치의에게 사실을 알려 적절한 처방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카드뉴스: 뿌결이의 요즘결핵 2편 중 ©질병관리청 2022결핵약은 6개월을 채우지 않고 임의로 약물복용을 중단하면 절대로 안 돼요. 결핵균은 내성이 잘 생기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최소 6개월 간 꾸준히 약을 복용하셔야만 잠복균을 모두 박멸해 재발을 막을 수 있어요. 만약 부작용이 생겨 몸이 불편하시다면 주치의에게 바로 알리고 도움을 구하세요! 결핵은 정확한 처방에 따라 치료를 지속해야만 완치가 가능한 병이라는 걸 꼭 기억하셔야 해요.
※함께 읽어보실 만한 글: 결핵 자세히 알아보기
3.결핵약 복용 시
주의해야 할 약물상호작용[10]
모든 약이 그렇듯, 결핵약도 경우에 따라 다른 약물과 나쁜 상호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생겨요. 그러므로 치료를 시작하기 전 의학지식을 갖춘 전문가에게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리고 조언을 구하셔야 합니다. 이하로 각 항결핵제별로 조심해야 할 약물상호작용을 알려드릴게요!
이소니아지드-항경련제, 항응고제, 벤조디아제핀
이소니아지드 단일 성분 항결핵제 유한짓정 ©유한양행이소니아지드 임상 시험 결과 뇌전증 발작을 방지하는 항경련제(*페니토인,카르바마제핀)나 테오필린, 항응고제(와파린)의 혈청 농도와 독성을 증가시킬 수 있어요. 반면 벤조디아제핀과 비타민D는 체내 대사를 억제해 약효를 낮춰요[11].
리팜피신-피임약, 항경련제, 항고혈압제, 제산제 등
리팜피신 단일 성분의 항결핵제 리포덱스정. ©종근당리팜피신은 여러 약물의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를 많이 만들어 내기 때문에 상호작용하는 약물이 많아요. 고혈압약, 항경련제, 신경안정제, 항응고제, 피임약, 스테로이드제, 혈당강하제, 제산제 같은 여러가지 약물과 리팜피신을 동시에 사용하면 다른 약의 혈중 농도를 떨어뜨려 치료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어요.
피라진아미드-통풍약
피라진아미드 단일 성분 항결핵제 유한피라진아미드정 ©유한양행피라진아미드는 통풍 치료제에 사용되는 성분인 알로푸리놀이나 콜키신과 만나면 나쁜 상호작용을 할 수 있어 동시 사용을 피해야 합니다.
에탐부톨-2형 당뇨약
에탐부톨 단일 성분 항결핵제 코러스염산에탐부톨정©코러스제약2형 당뇨병 환자로서 메트포르민을 복용 중인 환자가 에탐부톨을 복용할 경우, 메트포르민의 체내 대사에 영향을 미쳐 약효가 변화할 수 있으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약물상호작용은 전문적인 의학 지식이 없으면 예측하기 어려워요. 그러니 평소에 만성질환으로 특정 치료제를 복용해 온 분은 꼭! 결핵약 처방 전 지금 먹고 있는 약과 영양제를 주치의에게 알리고 조언을 구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내게 맞는 적절한 항결핵제를 처방받아 병을 치료하고 건강도 지킬 수 있어요. 자신의 건강은 자기 스스로 지켜야 가장 확실하다는 걸 꼭 기억하세요!
※혹시 지금 항결핵제를 복용 중이신가요?
아래 링크를 통해 평소 궁금했던 약물상호작용을 필톡에게 물어보세요!
참고문헌
[1]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Consolidated guidelines on tuberculosis: Module 4. 2022
[2][10]질병관리청, 환자와 보호자가 궁금해하는 63가지: 결핵은 무슨 병인가요?(제6판). 2024.
[3][9]질병관리청,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2024결핵진료지침(제5판). 2024.
[4] Yoon SW, Choi JC. Treatment of pulmonary tuberculosis. Journal of the Korean Medical Association. 2019;62(1):25-36. DOI: https://doi.org/10.5124/jkma.2019.62.1.25
[5][6] Hardie KR, Fenn SJ. JMM profile: rifampicin: a broad-spectrum antibiotic. J Med Microbiol. 2022 Aug;71(8). doi: 10.1099/jmm.0.001566. PMID: 35930318.
[7] Srivastava S, Pasipanodya JG, Gumbo T. pH Conditions under Which Pyrazinamide Works in Humans. Antimicrob Agents Chemother. 2017;61(9):e00854-17. Published 2017 Aug 24. doi:10.1128/AAC.00854-17
[8]Stokes, Jonathan & Lopatkin, Allison & Lobritz, Michael & Collins, James. (2019). Bacterial Metabolism and Antibiotic Efficacy. Cell Metabolism. 30. 10.1016/j.cmet.2019.06.009.
[11] Self TH, Chrisman CR, Baciewicz AM, Bronze MS. Isoniazid drug and food interactions. Am J Med Sci. 1999;317(5):304-311. doi:10.1097/00000441-199905000-0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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