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중독 Behavior addiction
작년 10월, 주 2회로 시작했던 춤 수업. 지금은 일주일에 4번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비는 시간에 연습실을 잡는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춤을 추는 날은 일주일 중 7일이다. 매일 느끼는 근육통, 발목 통증에도 절대 쉬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너무 불안하다. 연습 부족에 게으른 사람인 것 같은 기분까지 든다. 이렇게까지 미쳐있고 계속 꾸준히 할 수 있는 비결을 사람들은 궁금해한다. 나의 비결은 중독이다.
'무언가에 사로잡히다' 혹은 '노예가 되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addicare에서 파생되었다.
특정한 어떤 물질이나 행동에 대해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하는 능력을 잃어 그것이 일상생활에도 큰 지장을 주는 정신과적 질환을 의미한다.
주로 중독은 과거에 약물이나 음주와 같은 물질 중독(Substance addition)을 가리키는 데 사용되었으나 1970-1980년대 이후에는 행동도 중독 장애로 진단될 수 있다는 의견이 공식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병적 도박 중독을 제외하고는 다양한 중독이 DSM(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이나 ICD(국제질병분류)에 정신 장애로 기재되어 있지 않으나, 컴퓨터와 인터넷 기술의 발전으로 인터넷 중독, 게임 중독 등의 행동 중독에 대한 연구와 인식이 증가했다. 최근에는 음식/운동/쇼핑/일/섹스 등 연구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행동이더라도 이에 중독되는 것은 신체적인 만성질환으로서 뇌를 공격하며, 대뇌피질과 대뇌변연계의 주요 부위를 손상시키기 때문에 심각한 경우 치료가 필요하다.
행동 중독은 특정 행동에 지나친 의존이나 집착이 발생한 것이다. 즐거움을 위해 특정 행동을 반복하면서 심리적 의존도가 높아지고 통제력까지 상실할 수 있고, 가정 파탄, 건강 이상 같은 결과가 있다고 해도 그 행위에 관한 갈망과 욕구를 절제하지 못한다.
물질 중독과 행동 중독은 공통된 뇌 회로가 관여하며, 유사한 일련의 단계를 거친다. 또한, 내성과 금단이 발생할 수 있으며 충동성이 발달 초기 단계에 중요하게 작용하고 강박성이 행동 유지에 핵심적으로 관여하는 점에서 유사하다.
심리학자이자 행동 중독 교수 Mark Griffiths은 행동 중독의 기준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행동 중독의 6가지 핵심 요소(Griffiths, 1996)
1. 현저성(Salience) - 특정 행동이 사고, 감정, 행동을 지배하는 것
2. 기분 변화(Mood modification) - 행동이 미치는 감정적인 결과
3. 내성(Tolerance) - 동일한 감정적 결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행동의 양이 점차 늘어나는 과정
4. 금단 증상(Withdrawal symptoms) - 활동을 중단했을 때 나타나는 불쾌한 기분의 상태 또한 행동을 조절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신체적인 결과
5. 갈등(Conflict) - 중독에 과도한 시간을 투자하여 생기는 갈등(관계, 사회적 활동, 자신과의 갈등 등)
6. 재발(Relapse) - 스스로 행동 절제를 했지만 다시 되돌아가는 경향
중독은 유전적 요인, 심리적 요인, 환경적 요인 등의 복잡한 영향을 받는다. 즉, 여러 측면들이 통합적으로 중독의 원인이 된다. 그중에서도 모든 행동 중독은 '보상회로의 자극'과 '도파민 분비'로 귀결된다. 행동이 생성되어 뇌의 보상 회로에서 도파민 수준을 급격하게 높이면, 보상회로의 과잉 자극으로 도취감과 쾌감이 유발된다. 보상회로가 활성화되어 해당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약물 중독 환자들에 비해 행동 중독 환자들은 본인의 증상을 병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병원 치료를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도박, 인터넷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좋은 행위'에도 중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적당한 시간 동안 매일 운동하는 것은 우리에게 이롭다. 하지만 부상이나 질환과 상관없이 일주일 중 매일을 운동한다면 운동 중독인 셈이다. 업무나 작업에 과도하게 몰두하고 일에 대한 의존이 심해져 생활의 균형이 깨지는 현상 또한 행동 중독이다. 일 중독은 생산성을 높이는데 집착하면서 업무량에 관한 인지 왜곡 증상을 보인다. 행동 과잉으로 인해 실패나 실망을 경험할 때에는 되려 부정적인 정서나 우울감을 경험할 수 있다.
초기에 만족을 주는 행동만을 추구하는 것은 병리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자칫 무해하게 보일 수 있는 행동들이지만 행위 중독은 통제력을 상실하고 심리적 의존도가 높고 그 행위에 관한 갈망과 욕구를 참지 못하게 된다. 언제나 건강과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금단 현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우리는 계속해서 우리를 돌아보고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