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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크로드 Aug 28. 2024

타임리스 스케치

평범한 과거와 오늘



홈스테이의 시작과 함께 다운타운의 어학교로 옮기게 되었다. 학업을 하면서 최대의 비용 절감 기회를 마주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유학원을 통해서 등록하는 것이 아닌 현지에서 직접 등록하니 여러 이점을 누릴 수 있었다.


새로 등록한 곳은 한국에서 등록하고 갔던 ELS에 비하면 시설 면에서 부족하였지만, 토플과 GRE 수강과목도 함께 있어서 많은 학생들이 찾는 곳이었다. 덴버 다운타운 시내라 그런지 웨스트민스터 시골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스시집, 맥도널드, 책방, 호텔 등 나름 깨끗함 속에 번화한 도시였다.


미국 여정 초반에는 마음잡고 하루 당일치기로 다운타운을 여행했었다면, 이제 주 5일을 매일 오가게 된 것이다.



도시분위기가 제법 났다. 이 새로운 환경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다. 주변에는 주로 태국, 프랑스, 이태리, 덴마크 등의 나라에서 온 친구들로 다양한 문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들과의 인연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데, 영어로 소통하면서 경험을 공유하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 깊은 마음까지 영어로 전달하기는 어려워도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만나 인연으로 이어지는 데는 유창한 언어만이 전부가 아닌 듯하다.



우리는 아침, 점심시간에는 언제나 열심히 공부에 몰두했다. 9시부터 3시까지 수업을 진행하였는데, 회화 선생님은 매일 수업이 시작할 때면 어제 무엇을 했는지를 물어봤다.


일상 영어도 무한반복하니 조금씩 나아졌다. 제한된 영어로 설명하는 데 한계를 느끼기도 했지만, 선생님의 인내심과 이해로 학생들은 언어장벽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때로는 윤곽이 선명하고 꾸밈없는 영어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 할지라도, 배움의 시간은 그렇게 계속되었다.



수업이 끝나면 반스 앤 노블 북 스토어 (Barnes & Noble)나 스타벅스로 이동하여 빈 테이블을 찾아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책을 보고 공부하는 것만큼이나 아무 말 대잔치로 수다를 떠는 시간도 반드시 필요했다.


통학거리가 멀고 도시락을 매일 챙겨 다니는 것이 번거로웠지만, 매일 피자와 햄버거보다는 김과 밥이 소화에 도움이 되는 날도 있었다.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and a Happy New Year.

<English Christmas Carol>


미국의 다양한 축제들도 경험했다.

미국은 세인트 패트릭의 날 (St. Patrick's Day)

독립기념일, 할로윈, 땡스기빙, 슈퍼볼, 크리스마스 등이 있었는데, 이들 축제에서는 늘 한 가지 메뉴로 통일되었다.


정말 매번 피자랑 콜라만 먹는다. 우리나라 명절에

동그랑땡, 송편, 떡만둣국, 수정과 같은 것이겠지.



기차를 타고 통학해서 무거운 캐논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않았다. 그러했기에 순간순간 촬영하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 세 장의 사진은

일반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이다.




피자헛과 케이크는 이날의 크리스마스 파티에서도 메인이었다. 덴마크에서 온 친구가 케이크를 준비했다.




Handmade Melon Cake


케이크에 새겨진 글자는

메리 크리스마스를 덴마크어로 새긴 것이었다.


Glædelig Jul

Merry Christmas in Danish


우리는 각자의 국가 언어로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pixabay






나는 오늘도 앉아서 세상 속에서 보내었던 시간들을 정리하고 있다. 마치 시간을 초월한 관찰자가 된 것처럼, 그런 눈으로 지나온 세월을 응시하면서 말이다. 스스로를 진지하게 바라보면서 현실과 내적 성장, 정신적인 여정을 탐구할 때마다 느껴지는 감사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시간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지금 이 현재에도 과거에도 깊은 감사와 그 삶의 의미를 발견해나가는 하루하루인 것 같다.


창밖에는 뜨거운 햇살이 나무를 떠나지 않고 머물러 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아니었다면 이번 2024년 8월의 무더위를 견뎌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무덥지만 고요하고 평온함을 찾는 시간이 나에게 주어졌다는 자체가 고통 속에 선물인 것 같다. 현시대의 소란과 번잡 속에서 내적인 고요함을 찾는 것의 중요성을 아는 글을 쓰는 많은 이들이 누리고 있는 그 평안함. 세속적인 목표와 소비문화 속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에게 집중할 줄 아는 이들은 앞으로의 삶도 값질 것이다. 마음 깊은 곳에서 계속해서 울려 나오는 타임리스의 목소리는, 지금도 그리고 향후의 여정 속에서도 나 자신과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 뱃속의 아가와 대화하며 뜻깊은 순간을 지속적으로 창조해 나가도록 이끌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낡은 캐논 렌즈로 담은 세상 시리즈를 작성하면서, 새로운 삶을 또 창조해나가는 것이다. 나는 평범하게, 때로는 요란스럽게, 기쁨과 슬픔을 맛보면서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도 기쁨과 풍요로움이 함께하길 소망하며, 오늘도 만 가지 이유로 그분을 송축하면서 포스팅을 마친다.



                                                                    202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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