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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크로드 Aug 26. 2024

작고 보드라운 퐁퐁 위에서

귀여운 꼬마들이 좋아하는 것들


"헤이, 누나!? 이모?! 내가 이 방에 놀러 온 유일한 이유는 휴대폰 때문이야. 후훗. "







어느 날 LA에 살던 홈스테이 맘의 조카 가족이 콜로라도 덴버로 방문을 했다. 엄마, 아빠, 두 아들.


그들과 함께한 며칠은 내 삶에 싱그러운 푸른빛을 비추어주었다. 우리는 주로 방, 부엌, 뒷마당, 또는 수영장에서 놀았다. 모든 시간이 소중했지만, 특별히 아이들은 2층에 내 방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내가 깔아 둔 한국 이불에 몸을 맡기며, 그 따뜻한 촉감에 기쁨을 느끼는 듯했다. 나는 이불 빨래에 항상 열심이었는데 내가 자주 사용하던 섬유 유연제 향이 아이들의 순수하고 청결한 향과 잘 어우러졌던 것 같다. 나의 라텍스 침대는 그들에게 <작고 보드라운 퐁퐁>이었고, 그들은 신중한 탐험가들처럼 그 위를 누볐다.


첫찌는 틈만 나면 나에게 달려와 안기곤 했다. 그의 눈은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나의 모든 소유물에 대한 관심으로 늘 반짝였고 폭풍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나와의 대화를 늘 즐기며, 작은 손으로 내 손을 잡고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는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나의 소중하고 가장 어린 베프가 되었다.


둘찌는 기저귀를 찬 채로 형아를 따라 계단을 올라와서는 이곳저곳을 탐험하듯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둘찌는 아직 어렸기에 모든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자기의 목표물을 발견한 후로부터는 얼음 땡!! 그 자리에 멈추었다. 그때 그의 시선은 나의 고물 휴대폰에 고정되었고, 마치 새로운 먹잇감을 발견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당시에는 휴대폰 소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시절인데, 그 세균 덩어리에 애정을 표현하기 시작하며 아예 손에서 내려놓지를 않았다. 그 작은 손에 단단히 잡힌 채.


헤어지기 전날 밤, 첫찌는 결국 거울에 붙어있던 나의 키티 칫솔 걸이를 나와의 기념품? 기억품? 으로 요청했다. 녀석. 지금은 물론 키티 따위에 관심을 둘 나이는 아닐 정도로 장성했지만, 어느 정도 성장하는 기간 동안 그 아이는 그 기념품을 소중히 여겼다고 한다. 지금은 셋찌아들, 넷찌 공주님까지 태어나, 총 6명이 된 가정이다. 여전히 이들은 따뜻하고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만 같다. 홈스테이 맘의 집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했고 친절과 사랑의 흔적을 남기고 간 가정이 많았지만, 이 가정은 베스트 오브 베스트!


나는 당시에 자녀에 대한, 손자에 대한 축복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홈스테이 맘이 당시에는 손자가 없었는데, 성경에서 말하는 손자는 노인의 면류관이라는 구절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학업 때문에 자주 놀아주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쉽지만,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저 멀리서도 나를 발견하고는 기쁨에 겨워 달려와 점프하며 안기던 첫찌의 모습이 생생하다. 잠시나마 그 아이가 내 아들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영혼이 깨끗한 아들과 베스트 프렌드가 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잠시 생각해 본다.


내 이름은 외국인이 발음하기에 약간 까다로웠음에도 불구하고, 첫찌는 열심히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 맑고 영롱한 목소리로 말이다. 아이들과 영어로 대화하는 것은 내게 큰 기쁨이기도 했다. 그들은 단순한 문장을 사용했지만, 그 단순함 속에 진심이 늘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색을 가진 존재들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진정한 색깔을 나누며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던 것이다. Same Color, True Color를 가진 누군가를 만나면 금세 Mingle 되는 나.






















The soul is healed by being with children.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영혼이 치유된다.

Fyodor Dostoyevsky




Children are a gift from the Lord,

the fruit of the womb a reward.

보라 자식들은 여호와의 기업이요,

태의 열매는 그의 상급이로다

Psalms 127:3




Children’s children are a crown to the aged,

and parents are the pride of their children.

손자는 노인의 면류관이요, 아비는 자식의 영화니라.

Proverbs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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