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줄기가 호들갑스럽게 창문을 두들겨 대던 시간
맑고 영롱한 시간을 그리며.
멈춤과 시작을 반복하며.
부드러운 비, 여름비
덤불 속에서 속삭이고, 나무들 속에서 속삭인다.
꿈을 꾸고 만족할 수 있다는 것은
오! 사랑스럽고 충만한 축복으로 가득하구나.
나는 외부의 눈부신 빛 속에 오래 있었기에
이러한 격변에 익숙하지 않구나.
내 영혼의 집에 있으면서
다른 곳으로 이끌려가지 않을 거야.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
아무것도 갈망하지 않아,
그저 어린아이의 소리로 부드럽게 흥얼거리고
꿈속의 따뜻한 아름다움 속에서 놀라며
집을 바라보고 머물고 있구나.
마음아, 너는 얼마나 찢겨져 있느냐?
맹목적으로 헤쳐나가는 것,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아무것도 모르고
숨쉬기만 하고,
느끼기만 하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아느냐?
<헤르만 헤세> 비
다음날 크눌프는 침대 속에 계속 누워 있었다.
여전히 기운이 나지 않았고
날씨도 궂어서
길을 나서기가 어려웠다.
.
빗줄기가 호들갑스럽게
지붕을 두들겨 댔고,
건조한 열풍이 변덕스럽게 불어대고 있었다.
<헤르만 헤세> 크눌프 中
캐논 350D, 2009년, 덴버
다시 신호등이 바뀌었다.
또 달려가보자고 속삭였다.
덴버의 어스름 저녁은 그렇게 다시 시작하려 애쓰고 마음을 다잡은 나를 안아주었다.
창문을 열었다. 빗방울이 얼굴을 살짝 스치는 그 느낌이 좋아서 말이다.
이 저녁의 공기는 참으로 묘했다.
이 저녁의 신호등 불빛은 참으로 찬란한듯하면서도 참으로 절제된 듯했다.
그리고 아직 깊어지지 않은 이 시간 속에서 나는 멜로디를 기억하며 흥얼거렸다.
그가 아시니.
He kno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