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크로드 Jul 05. 2024

미국 부엌에서 K푸드 나눔

미국 홈스테이 생활

시간이 빠르고 기억도 빠르게 사라질 뻔 했다. 2024년7월 5일이라니.

사라지기 전에 미국의 기억장치를 서둘러 꺼내본다.




Gim and Garlic

2009년 김 그리고 마늘이야기

 

차츰차츰 홈스테이 생활에 적응을 하며 미국 주방을 마음대로 활용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요리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요리를 자주 했다기보다는 냉장고의 일부를 나만의 공간으로 만들어 특유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었다.


능숙하지 않아 내 살림이 아닌 도구들을 다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끔은 후라이팬을 태우거나 냄비를 긁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때도 있었다.


어느 날은 수저와 포크가 사라져 버린 적도 있었다. 아주머니가 살림의 고수였다면 무엇인가를 배웠을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그분께 영어와 미국 문화를 배우는 것만으로 감사했다.


아주머니도 오븐에 음식을 자주 태우곤 했기 때문이었다. OOPS


그리아니할지라도 우리는 함께 노력했었다. 과일, 우유, 시리얼, 요거트, 빵, 달걀, 김, 마늘장아찌, 쌀밥이 주 식재료로 자리 잡았으며, 게스트 셰프의 특별식으로는 버거나 마카로니, 피자 등이 준비되었다. 아프리카에 선교사로 활동하던 아주머니의 아들이 잠시 미국으로 돌아왔을 때, 그때야 비로소 오븐이 정상 작동하며 그럴듯한 요리가 차려졌다.





이전까지는 아시안 룸메이트들과 함께 살면서 한식 위주로 식단을 구성했었다면, 홈스테이를 시작하고부터는 음식 문화 교류가 시작된 시즌이라고나 할까? 주로 아주머니와 함께 Grocery Store <식료품점>을 자주 다녔다. 그리고 가끔씩 아시안 마트나 한인마트도 둘러보았다.


아주머니는 한인 마트에서 구입한 음식 중에 김치를 잘 못 드신 대신, 김(특히 조미 김)과 마늘장아찌를 좋아하셨었다. 그래서 아주머니의 미국 친구들을 초청하여 김이나 짱. 아. 찌를 맛보게 해주면서 한국 음식에 대해 알려드렸다. 우리가 살던 지역에서 한인 마트까지 차로 40여 분 걸렸기 때문에 어르신들이 한국 음식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을 텐데, 새로운 맛을 보는그들이 즐거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pixabay



내가 마늘 짱아찌를 좋아해서 구입했던 것은 아니었다.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반찬 중 하나였고 건강을생각해서였다. 그러나 덕분에 아주머니 친구 중 한 분은 마늘장아찌 매니아가 되었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내가 당시에 만났던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애매모호한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헤매거나 타인을 배려하기 위해 돌려 말하거나, 주제 영역을 벗어나지도 않았다. 물론 굉장히 어려웠지만, 약간 다르게 바라보면 영어가 더 쉬워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조금 더 심도 있게 공부를 하는 유학생들이 때로는 한국 교재 보다 미국 교재가 쉽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도 할 정도다. 어렵게 설명하지 않는다.


여하튼 아주머니 친구분은 짱아찌를 먹으며 열 개를 사고 싶다고 했다. 저런. 마늘 냄새를 싫어하는 미국인들인 줄 알았는데..


나는 애매모호한 표정으로 눈과 머리를 굴렸다.



“Um... so..


Do you wanna BUY these garlic pickles?" 



한국에서는 친구나 친지의 집에서 서로 반찬을 나누는게 일상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기꺼이 나눔을 드리겠다고 했다.


나는 우리 할머니가 반찬을 싸주시던 모습처럼 그렇게즐겁고 정성스러운 마음을 담아 마늘을 싸드렸다 (열 개 보다 훨씬 더 많이). 마늘 한쪽이라도 나눠먹는 기쁨이 이런 것이구나.


이들은 뚜렷하고 확실했으며 의혹의 여지도 없는 듯 개인주의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한국 문화의 정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 정이 많은 한국 스타일과,미국의 개인주의적인 태도 모두 잘 균형을 이루며 배워나갔다.







한국인 친구들과 예전에 한인식당에서 먹었던 K 푸드의 사진이다. 이 사진들을 보니 약간은 아쉬운 마음이 스며들었다. 미국 어르신들에게 다양한 한국 음식을 맛볼 기회를 주지 않고 H 마트에서 구입한 식품들만 먹인 것 같네?


불고기, 비빔밥, 김밥, 떡볶이, 삼계탕, 냉면, 잡채, 된장찌개 등의 한국 음식을 손수 요리해 줬다면 더 좋았을 것을. 홈스테이 생활을 하며 그들에게 소개해 준 한국 음식은 오직 김과 마늘짱아찌였구나.



GIM and Garlic Pickle


예전에는 김이 단순히 seaweed로 통했는데

최근에는 한국의 김 수출액이 역대 최고치를 찍으며 정식 명칭 <GIM 김>으로 불리고 있다.


나는 오늘도 김과 마늘 짱아찌를 먹으며 그날을 회상한다.


Yummy 데이. 굿데이.  


F o o t p r i n t


작가의 이전글 Natural Artis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