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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크로드 Mar 20. 2024

Natural Artist

번개의 섬세한 라인







 늦은 오후의 덴버. 


섬세한 라인을 뽐내 듯 하늘을 휘감는 무엇인가가 눈앞에 번쩍이기 시작했다. 잠에서 깨어나는 듯, 웅장하고도 은은하게, 고통을 외치는 듯하면서도 고요하게 저녁 하늘에 등장했다. 가까이서 번개가 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늘의 색은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 듯했다. 한순간, 세상은 정지한 듯했으며 나는 마치 번개가 잠에서 깨기라도 할까 봐 조용히 카메라를 들고 뒷마당 문으로 나갔다. 아차. 조용히 쉿 쉿 담고 싶지만 무음이 안되지. 


찰칵. 

번쩍. 


어쩌다 보니 타이밍이 잘 맞았다. 번개가 만들어낸 그 라인은 어둠을 뚫고 세상을 새로운 색으로 펼치고 있었다. 자기 멋대로 요란함과 아름다움의 그 중간 어느 즈음을 표현하는 듯했다. 어둠과 빛, 고요함과 소용돌이, 평온과 격동의 모순적인 장면은 그렇게 기억에 남았다. 


늘 콜로라도의 명랑하고 오색찬란한 풍경에 반응했었는데, 이날은 콜로라도의 소리에 크게 반응을 하고 만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늘의 색이 유난스럽고, 빗줄기가 호들갑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빗줄기의 격렬한 포효가 시작된 것이다.


빗방울과 바람이 만들어낸 소리는 그 자체로 장엄했다. 


소리, 냄새, 바람 등의 감각을 언어로 표현하기에는 참으로 어려운 날이었다. 


그저 비가 쏟아지거나 하는 장면을 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또 하늘은 온화한 듯 날갯짓을 하는 것이었다. 

언제든지 너의 장단을 맞춰줄게.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나줄래? 


번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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