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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크로드 Mar 12. 2024

만찬의 막은 이렇게  

묘한 톤으로 빛나는 장소를 나타내며

묘한 톤으로 빛나는 레스토랑에서. 

그 빛을 나름대로 음악으로 표현해 보자면 지금 내가 듣고 있는 이 곡과 같다. 오묘한 그 선율.

Liszt: Variations on a theme of Bach "Weinen, Klagen Sorgen Zagen".


은밀하게 빛나는 도쿄 맛집 

이 빛나는 레스토랑은 도쿄 Ginza 6 쇼핑몰 6층에 있으며 이토록 현란하고 비밀스러운 공간을 찾기 위해 우리는 츠키지 시장에서 서둘러 가야만 했다. 그리고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안쪽에 있던 거대한 숫자 10을 발견하였다. 오후의 햇살이 철판 사이에 비집고 들어와 머물 그때에서야 비로소 바 테이블로 안내를 받았다. 바 테이블로 안내를 받고 싶었는데 정말로 그렇게 되었다. 1시간 정도를 대기한 후였고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실력이 마음껏 뽐내진 이 공간에 햇살과 조명빛이 함께 하다가, 저녁이 되면 또 다른 빛이 이 공간을 둘러싸겠지? 


미세한 빛

수족관 안에 랍스터(?) 이세에비(?)는 서로 엉겨 붙어 의지하는 듯해 보였고 식사를 즐기는 이들의 표정에서는 만족스럽고 평온한 표정을 엿볼 수 있었다. 주변을 그렇게 하나씩 마주하며 천천히 바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내 위에 와인잔이 와인의 한 방울 같은 미세한 빛을 내며 내 머리에 쏘는 듯했다. 앞 뒤로 빛으로 둘러 싸인 느낌이었고, 그 순간만큼은 빛들에게 소중한 고객이 된 것만 같았다. 


셰프들의 유희

자리에 앉아보니 눈앞에 오픈 키친 내부가 들여다 보였다. 야채부터 조리도구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고 질서 있게 힘을 받고 있었다. 셰프들은 뜨거운 철판이 마치 자기들의 놀이터인 마냥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다. 많은 이들이 동행자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더 흥미로운 광경을 찾아내고야 만 것이다. 이 키친은 그렇게 특별했다. 


비밀스러운 리듬

일본 식당에서는 비매너인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도 타인에게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도록 조심히 감탄하며 촬영을 시작했다. 철판 앞, 그리고 매장 내부를 활보하는 직원들은 이 레스토랑에서 터질 듯한 기쁨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들은 식사하는 이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을 정도로 적절한 톤으로 업무를 지시하였고, 고객들에게는 계속해서 친절한 멘트를 날려주고 있었다. 고객들이 소화하는 속도에 맞추어 부엌의 움직임을 표현하며 조리할 때에는 비밀스러운 리듬을 타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우리가 선택한 메뉴

테이블 보, 젓가락과 맑고 시원한 물, 휴지가 먼저 놓였다. 언발란스한 듯한 나무젓가락이 사진 속에서 환영을 받을 수 있던 것은 나물 두께처럼 얇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메뉴판을 들고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같은 직원이 우리의 테이블 앞으로 다가왔다. 등심과 안심 중에 무엇을 주문할지 고민하다가 안심을 주문했다. 사실 주문 하기도 전에 이미 육향에 거의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내가 찾던 디쉬

곧 황금접시에 담긴 샐러드가 나왔다. 그리고 순식간에 빈접시가 되었다. 우리의 입 안에 이 신선함이 터지기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려왔다. 현란함과 노련함이 빛의 속도를 따라 테이블 위로 새로운 창조물들이 얹어지기 시작했다. 완벽한 타이밍에 추가되는 접시들을 바라보며 폰을 들었다 놨다 하였다. 하나의 접시도 불만족스러운 것이 없었으니 계획 없이 찾아온 이곳은 바로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는 Teppanyaki 10이다. 소금 알갱이조차도, 하이얀 밥알조차도 하나의 작품처럼 여겨지던 곳이다. 하이얀 네모 접시에 나온 안심의 속살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최상등급의 육질이었다. 조심스레 스테이크 한 조각을 들고 핑크 솔트를 두어 개만 찍어보았다. 스테이크에 달라붙어 따라온 솔트를 먼저 혀끝에서 녹여보았다. 그리고 스테이크 조각의 끝 부분을 베어버렸다. 살짝 흐를 듯 말 듯했던 것은 소금의 짠맛이 더해진 육즙이었다. 서너 번 그랬을까? 구운 마늘을 들고 한입 베어보았다. 너무 얇지도 두껍지도 않아 입 안에서 기가 막힌 조화를 이루었다. 


밥알갱이

육수를 밥알에 부을 때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다. 처음부터 부어버리는 경우도 있겠지만 우리는 적절한 타이밍을 찾아보았다. 밥알과 스테이크의 조화를 느꼈다면, 이제 밥알의 풍요로운 촉촉함으로 그릇을 왼손에 들고 마셔보았다. 마지막 퉁퉁 불은 밥알갱이는 젓가락을 활용해 입안 동굴 속으로 잘 들어가기 위해 도와줬다.  


뜻밖의 미니 테이블 

따뜻한 차와 아이스크림 한스쿱이 또 번갈아가며 입 속에 들어왔다. 색부터 벌써 달달함을 품은 푸딩, 보드라운 케이크와 탱글한 체리 등의 디저트를 담은 미니 테이블이 고요한 바퀴 소리를 내며 밀물처럼 밀려왔다. 아! 이런 디저트도 메뉴에 포함되어 있구나! 계속해서 벅차오르고 미소가 떠나질 않는 식탁이었다. 


만찬의 막은 이렇게 

우리가 가진 엔화는 서슴없이 지갑에서 빠져나갔으며 직원에게 우리가 얼마나 맛있게 식사를 마쳤는지를 말해주었다. 만찬의 막은 이렇게 내려야지. 내가 누린 이 모든 것에 대한 감사와 지불로. 별 다섯 개도 모자란다. 


다음번에는 해산물 도전이다. 도쿄야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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