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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예고 Mar 18. 2024

영화 평론가의 별점은 왜 일반관객과 다를까?

얼마전 파묘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평론가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대충 평론가들은 재밌는 작품은 평가를 짜게 주고 재미없는 작품에만 높은 평가를 내려 대중과의 시선과 유리되어 있다는 주장이었다. 심지어는 평론가가 만장일치로 호평하는 작품은 걸러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물론 농담일 것이다) 나도 한때 그러한 시선에 동의했던 적도 있으나 현재는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오늘은 평론가를 변호하는 글을 좀 써보려 한다. 아래는 내가 생각하는 평론가와 대중의 시선이 다른 이유이다. 


1. 평론가는 영화를 많이 본다. 

'무슨 당연한 소리야?'라고 할 수 있겠지만 대중의 영화 보는 양은 일반인 상상을 초월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이동진 평론가의 경우에는 1만 편 정도 보았다고 하니, 500편 보면 많이 본 축에 드는 대중과는 차원이 다른 수치인 것이다. (참고로 필자는 1천 편 조금 넘는다) 그러니 일반 관객들 입장에선 참신하다고 느낄만한 것도 평론가 입장에서는 클리셰 범벅이며, 형식상 새로운 게 없는 영화로 인식할 경우도 클 것이다. 영화를 거의 보지 않는 관객입장에서야 처음 본 새롭고 참신한 이야기일 수는 있어도, 영화를 보는 게 직업인 입장에서 다른 영화와 똑같이 전개하면 지루함을 느낄게 당연할 터이다. 


2. 알아야 보이는 작품들을 관객이 어떻게 좋은 점수를 줘?

평론가의 평점에서 만장일치로 높은 점수를 받는 작품 중에는 일반 대중이 접하기에 심히 난해한 작품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영화에 대해서 잘 알아야 보이는 작품들'이 소위 그것인데, 예를 들면, 홀리모터스, 멀홀랜드 드라이브, 마스터(폴 토머스 앤더슨의 마스터이다) 등등이 있겠다. 이런 작품들을 관람하는 일반 관객들 입장에서는 '아니 어느 정도 알아야 볼 수 있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야?'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에 대해서 아예 모르고 봐도 재밌어야 진짜 좋은 작품 아니냐는 논리이다. 

그러나 사실 일반 관객들도 알고 봐야 재밌는 경우가 많다. 마블의 어벤저스 엔드게임을 예로 들어보자. 이 영화를 보고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작중 등장하는 히어로 캐릭터만 10명이 넘고 그들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기본 숙지해야 한다. 악당의 배경과 사상에 대해 기본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인물 간 관계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야 한다. 영화에서 주요 설정이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완다가 타노스에 대해 불태우는 분노는 뜬금없는 것이 되며, 손가락을 튕기면 왜 저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높은 진입장벽 탓에 마블영화를 제대로 즐기지 않는 사람들은 어벤저스 엔드게임에 대해서 100프로 이해하고 즐길 수 없다. 

소위 평론가들이 좋아하는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영화에 대한 사전지식이 풍부하고 많은 영화를 접한 사람은 영화에 함축된 의미, 오마주, 메시지 등을 더욱 쉽게 해석하고 그에 따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영화에 대해 아예 아무것도 모르고 봐도 재밌는 작품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유튜브나 TV, 넷플릭스 등을 통해 영상언어에 좋든 실든 익숙해져 있는 상태이다. 영상을 자주 접하지 못한 어린이들에게 어른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보여주면 어려워할 것이다. 영상언어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인생을 살면서 겪는 일들에 대해 아직 익숙지 못하기 때문에 공감하기가 힘들 수 있을 것이다. 


3. 평론가도 개인일 뿐이다.

관객이 평론가의 평론을 받아들이지 못하여 비판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평론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는 '나는 재밌었는데 왜 저 사람은 혹평하지?' 혹은 '저렇게 재미없는 작품에 저 렇게 높은 별점을 줘?'라는 반응의 변주에 가깝다. 그러나 일반 관객도 개개인에 따라 영화의 평가가 갈리기 마련이다. 평론가 또한 개인이다. 영화 취향은 사람마다 다 다르며, 평론가끼리도 평가가 갈리는 작품도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원래 취향이란 주관적인 것이니까. 평론가의 평가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그 평가에 우리의 평가를 맞출 필요도 없다. 또한 평론가의 평가를 우리의 평가와 맞출 필요도 없는 것이다. 

평론가의 역할은 영화를 감상한 후에 자신의 미감대로 영화를 설득력 있게 해설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설령 해설의 미감이 나와 맞지 않는다고 해도, 나와는 영화 모티프를 다르게 해석했다고 해도, 나와는 다른 해석을 맛보는 것 또한 영화를 보는 것의 부수적인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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