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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영 Jun 07. 2024

당장이라도 ‘업고 튀고’ 싶어지는 드라마의 비밀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성공 비결은?

연일 엄청난 화제성을 기록하며 ‘선업튀' 신드롬을 만들어내던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가 지난 5월 28일 16회를 끝으로 종영을 맞았다. 당초 3.1%의 시청률로 시작한 ‘선업튀'는 2049 여성 시청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5.8%의 시청률로 최종화를 마무리했다. 


<선재 업고 튀어>는 비교적 저조해 보이는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2049 남녀 시청률에서 7주 연속으로 지상파 포함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고, 콘텐츠의 온라인 경쟁력을 분석하는 ‘펀덱스(FUNdex)’에 따르면 5월 3주차 TV-OTT 드라마 화제성 조사 결과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 최대 OTT 플랫폼인 ‘유넥스트', 대만의 ‘아이치이'에서도 모두 1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인기를 입증해 내기도 했다. 더 현대 서울에서 일주일 간 진행된 팝업스토어와 최종화 단체관람 이벤트에도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등 <선재 업고 튀어>의 열기는 종영 후에도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카카오페이지 웹소설 ‘내일의 으뜸'을 원작으로 하는 <선재 업고 튀어>는 자신에게 삶의 의지를 되찾아주었던 유명 아티스트 ‘류선재'의 죽음으로 절망한 그의 열성 팬 ‘임솔'이 그를 살리기 위해 2008년으로 타임슬립을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타임슬립 로맨스 코미디’ 장르가 처음 제작된 것은 아니다. 불과 2023년에도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를 사용한 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이 tvN에서 방영된 바 있다. 또한 ‘로코' 장르가 한국 드라마에서 매우 흔하게 제작되는 만큼 해당 장르에는 고정된 클리셰가 다양하게 존재하고, 작품 간 유사성이 높아 차별점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선업튀'에서도 로맨스 코미디 장르의 전형과도 같은 클리셰가 반복적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선재 업고 튀어>가 이렇게 엄청난 화제성을 몰고 온 이유는 무엇일까?   



90년대생의 향수를 자극하는 완벽한 Y2K 시대고증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는 주인공 ‘임솔’이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 ‘류선재’를 지키기 위해 회귀하는 기본 설정을 가지며 2000년대 초반, 구체적으로는 2008년을 주요 배경으로 삼고 있다. MP3와 싸이월드를 비롯해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소재들이 대거 등장하며 드라마의 서사에 녹아들어, 수많은  80-90년대생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실제로 임솔의 MP3에는 ‘점점', ‘러브홀릭’ 등 당시 유행했던 노래가 담겨 있고, 싸이월드에서 등장인물들이 ‘일촌 신청'을 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특히, 주인공 ‘임솔'이 당시 남자 친구의 생일을 맞아 만든 생일 축하 UCC는 완벽한 시대 고증으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바 있다. 두 번째 회귀 후 대학생이 된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펼쳐질 때는 당시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던 술집 ‘준코'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렇듯 완벽하게 재현해낸 2000년대 초반의 모습과 특유의 Y2K 감성은 드라마 속 인물들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2030 시청자들의 학창 시절과 대학생 시절을 상기시키며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이들이 즐겨 듣던 노래, 유행하던 패션 스타일, 인기 있었던 장소 등을 그 시절 모습과 매우 유사하게 등장시키며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공감을 이끌어낸 것이다.


  

현실과 허구의 모호한 경계 


시청자들의 공감과 열띤 호응을 이끌어낸 2000년대 초반 시대 고증과 더불어, 현실과 드라마 속 가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허무는 시도는 시청자의 몰입과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주인공 ‘류선재'가 속한 밴드 아이돌 ‘이클립스'에는 실제 아이돌 멤버가 캐스팅되며 현실과의 싱크로율을 높였다. 특히, 드라마 속 ‘이클립스’의 노래를 담은 앨범이 실제로 발매되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드라마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장치를 제공하기도 했다.


  

‘수범'이들 대거 양산하는 솔-선재 배우의  케미 


주인공을 맡은 김혜윤, 변우석 배우의 케미스트리와 찰떡같은 캐릭터 소화력도 빼놓을 수 없다. 팝업스토어와 최종화 단체관람 이벤트에서는 특히나 두 사람의 ‘케미'를 응원하는 ‘수범’이들이 가진 엄청난 화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솔선'이라고 불리는 두 사람의 별칭을 ‘솔선수범’이라는 사자성어와 연결시킨 이름으로, 솔과 선재를 응원하는 팬들을 칭하는 이름이다.


두 배우들은 캐릭터가 지닌 서사와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마치 맞춤 옷을 입은 듯 드라마 속 인물에 동화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렇듯 현실감 있는 표현을 통해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 스토리에 더욱 빠져들 수 있었다. 드라마의 회차가 거듭될수록 ‘마치 변우석이 아니라 정말 류선재인 것 같다'는 반응이 터져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탄탄한 서사와 감초 같은 ‘아는 맛’ 로코 클리셰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는 회차를 거듭하며 쌓아올린 주인공들의 관계성과 타임슬립으로 예측할 수 없이 변화하는 여러 사건들이 촘촘히 엮인 탄탄한 서사를 자랑한다. 여자 주인공의 일방적인 팬심으로 시작된 줄 알았던 관계 뒤에 사실은 고등학교 시절부터의 남자 주인공의 짝사랑이 있었다는 설정, 자신 때문에 죽음을 맞은 남자 주인공 때문에 여자 주인공이 관계를 처음부터 리셋하는 장면 등 다양한 반전과 속도감 있는 전개로 ‘선업튀'는 계속해서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극을 전개해 나간다.


이런 탄탄한 스토리 전개와 더불어 그 시절 인소(인터넷 소설) 감성을 자극하는 코미디스러운 장면들과, ‘로코' 드라마라면 꼭 등장하는 클리셰가 뒤섞여, ‘선업튀'는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면서도 만화적인 웃음 포인트를 살리고, 풀릴 듯 풀리지 않는 갈등 상황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볼 수 있도록 한다. 메인 플롯이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지키며 속도감 있게 전개되기 때문에, 이러한 ‘로코 클리셰’조차도 Y2K 감성을 살리는 코미디적인 요소로 작용하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8주 간 쉼 없이 달려오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을 버틸 작은 힘을 보태주었던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는 꽉 닫힌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었다. 재미와 감동, 웃음, 그리고 설렘까지 소중한 감정의 조각들을 안겨 주는 '선업튀' 덕분에 누군가는 힘겨운 월요일을 견디고, 지루한 일상에서 푹 빠져있을 무언가를 발견하며 소소한 행복을 누렸을 것이다. 


드라마는 끝났고 또 다시 새로운 하루가, 어쩌면 반복되는 따분한 한 주가 다시 시작되겠지만, 드라마에 미처 다 담기지 않은 뒷 이야기에서 지금, 오늘을 행복으로 알차게 채워가고 있을 솔과 선재처럼 우리도 지금, 여기 빛나는 오늘을 행복한 장면들로 빼곡히 채워넣을 수 있기를!



[아트인사이트 기고글 원문]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0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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