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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커피 산책

잔잔한 햇살을 머금은 '스윔폰드 커피'

[커피 산책] 교토, ‘스윔폰드 커피(Swimpond Coffee)’

by 소영

프롤로그

인턴으로 보낸 6개월 간의 짧은 회사 생활이 끝난 후 다음 장을 넘기기 전 작은 쉼표를 달아볼까, 하고 혼자 교토로 떠났다.


일주일 전 계획해 혼자 훌쩍 떠난 이번 여행의 목표는 첫째가 커피요, 둘째가 당고라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제법 미식 기행에 가까웠다. 커피의 도시로도 유명한 교토에는 특히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킨 카페들이 많았는데, 특히 커피가 만들어지는 여러 공간들을 체험하고, 서로 다른 원두의 향을 음미하는 것을 즐기는 나로서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여행을 핑계 삼아, 저장해 둔 카페 곳곳을 부지런히 방문하며 교토의 수많은 커피를 맛보았고, 이렇게 커피를 매개로 경험한 교토는 나에게 짙은 여운으로 남아있다. 이번 ‘커피 기행’에서 손수 골라 방문했던 카페와 그곳에서 맛본 커피를 자세히 소개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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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윔폰드 커피(Swimpond Coffee)


마지막 날 아침 이노다 커피에서 아침을 먹은 후 청수사에 잠시 들렀다가, 벼르던 카페로 향했다.


철학의 길 근처, 구글맵을 열심히 뒤져 발굴해낸 작은 로컬 카페이다. 메인 관광지로부터 다소 떨어진 한적한 주택가 골목에 위치해 있다. 작은 규모에다 이렇다 할 간판도 없는 탓에 잠시 한눈을 팔면 지나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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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는 여섯 개의 다찌석이 전부이다. 차분한 화이트톤의 인테리어 사이로 햇살이 비치고, 피아노 연주곡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갖은 커피 향이 피어오른다. 중년의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듯하다. 커피를 주문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핸드 드립을 내려주신다.


IMG_5688.JPG 3월의 원두 아이스 드립 커피와 치즈 케이크

영어 메뉴판이 있는지 모르는 채로, 일본어 메뉴판의 원두 설명과 씨름하다가 그냥 3월의 블렌드 -라고 짐작 가는- 원두로 아이스 커피를 한 잔 주문했다. 너무 무겁지 않은 고소한 맛과 끝맛에서 어렴풋이 느껴지는 달큰한 초콜릿 향이 나는 원두였다.


구글 맵 후기에서 칭찬이 많았던 치즈케이크도 한 조각 주문했다. 과연 듣던 대로 치즈케이크가 정말 맛있다. 꾸덕한 치즈의 풍미와 약간의 시트러스(a hint of citrus) 향이 조화롭다. 너무 달지 않아 특히 좋았다.


현지인으로 보이는 두어 명이 왔다 가더니, 어떻게 찾았는지 나와 같은 외국인 관광객 둘이 들어왔다. 새로운 손님들이 에그마요 산도를 주문했는지 사장님 두 분은 곧바로 식빵을 자르고 에그마요 스프레드를 만드느라 분주하시다. 조금은 느리지만 차근차근, 음식을 준비하는 모든 손길이 정성스럽다.




짧은 휴식과 간식 시간을 마치고, 파파고의 도움을 받은 나의 짧디 짧은 일본어로 산미 있는 원두를 추천받아 한 봉지 사왔다. 원두를 손에 들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철학의 길을 따라 강변을 걸었다. 가히 이번 여행 최고의 발견이라고 칭할 만하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시내와는 거리가 있지만; 더군다나 당초 가려고 했던 근방의 스시집도 휴무였지만, 그럼에도 와보지 않았다면 정말 후회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P.S. 너무나 마음에 드는 카페인 만큼 솔직한 마음으로는 혼자만 알고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조용하고 한적한 공간에서 정성 담긴 커피를 맛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정보가 되었기를 바란다!



[아트인사이트 기고글 원문]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6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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