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아이콘 ‘오아시스’를 추억하며
1991년 맨체스터의 한 뒷골목에서 태어난 '오아시스'는 1990년대 영국 음악계를 뒤흔든 거대한 물결이자, 전 세계 수많은 이들의 청춘을 대변하는 이름이다.
아웃사이더 인디 록 밴드였던 오아시스가 불과 3년 만에 25만 명 규모의 넵워스 공연을 성사해 내기까지의 눈부신 성장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 <슈퍼소닉(Supersonic)>이 오아시스의 재결합 소식과 함께 9년 만에 재개봉했다. 2009년 해체 이후 16년 만에 이루어진 재결합과 내한 공연을 앞두고 다시 스크린에 오른 이 영화는, 밴드의 초창기 열기와 광기, 그리고 영광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되살린다.
<슈퍼소닉>은 오아시스가 불과 3년 만에 25만 명 규모의 넵워스 공연을 성공시키기까지의 드라마틱한 여정을 그린다. 넵워스 공연은 당시 영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야외 콘서트로 기록됐으며, 이는 영국 인구의 약 1/20에 달하는 260만명이 예매를 시도했을 만큼 폭발적이었던 오아시스의 인기를 상징하는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특히 갤러거 형제, 리암 갤러거와 노엘 갤러거가 해체 이후 공동으로 참여한 최초의 프로젝트로 알려진 이 영화는 두 형제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밴드 결성, 라이브 투어, 시상식 무대, 그리고 끊임없이 충돌하던 그들의 관계까지 오아시스의 역사를 시기별로 따라간다. 더불어 밴드 멤버들뿐만 아니라 믹싱 엔지니어, 음반사 대표, 투어 매니저 등 그들의 성공을 함께 만들어낸 이들의 인터뷰가 교차로 등장하며, 오아시스라는 거대한 역사의 단면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매트 화이트크로스 감독은 롤링 스톤즈, 콜드플레이 등 유명 뮤지션들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오아시스 특유의 거칠면서도 솔직한 매력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영화는 이들이 마약과 술에 취한 채 라이브 투어를 하거나, 음악 작업 중 싸움이 붙어 육탄전을 벌이거나, 노엘이 미국 투어 도중 잠적하는 등 '날 것' 그대로의 에피소드들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이렇듯 다소 거친 장면들에 감각적인 편집이 더해져, 오아시스의 반항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매력이 더욱 돋보이게 된다. 더불어 갤러거 형제의 타고난 입담은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마저도 예측 불가능하고 유쾌한 장면으로 탈바꿈시킨다.
감독은 오아시스 멤버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광기, 그리고 갈등 속에서도 결국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갔던 과정을 겹겹이 쌓아 보여주며 이들이 가진 순수한 열정을 강조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그들의 음악이 왜 그토록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왜 그토록 열광적인 팬덤을 형성했는지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다.
오아시스는 단순히 좋은 음악을 만드는 여느 밴드들 중 하나가 아닌, 1990년대 영국의 젊은이들이 꿈꾸고 갈망하던 모든 것을 대변하는 상징이었다.
<슈퍼소닉>은 바로 그 시대의 공기와 정서를 생생하게 포착해낸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은 1990년대로 돌아가, 자신들의 청춘을 겹쳐 보게 된다. 리암의 무심한 듯 시크한 보컬과 노엘의 세련된 송라이팅이 만들어내는 음악의 조화,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거친 에너지와 열정은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특히 밴드의 시작부터 성공의 정점까지를 다루는 영화의 구성은 오아시스에 대한 애정을 가진 팬들에게는 추억을 소환하는 시간이, 이들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오아시스라는 전설을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오아시스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성공을 쟁취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좌절과 시련을 겪었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을 음악으로 승화시켰다. <슈퍼소닉>은 오아시스의 해체 이후 그들의 음악과 존재를 그리워했던 많은 팬들에게 단비 같은 선물이자, 새로운 팬들에게는 오아시스 세계로 향하는 완벽한 입문서가 될 것이다.
최근 16년 만에 재결합 소식을 알린 오아시스. 앞으로 그들이 써나갈 새로운 페이지는 또 어떤 음악과 이야기로 채워질지,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아트인사이트 기고글 원문]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7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