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지 않고 마음의 지도를 따라가기 위한 버킷리스트 실행법
죽음을 의미하는 영어 숙어 ‘kick the bucket’에서 유래한 ‘버킷 리스트’는 죽기 전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을 의미한다. 달리 말하면, 당장 내일 죽는다면 하고 싶은 일을 말한다고도 볼 수 있다.
어릴 적부터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았던 나는 버킷리스트 쓰기가 가장 쉬웠다. 그랬기에 늘 나의 버킷리스트에는 해보고 싶은 일이 빼곡히 적혀있었고, 그것들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해보고 싶다고 적은 일들을 목록에서 지워내는 일은 생각보다 더디었다. 학생일 때는 눈앞의 시험과 공부, 입시 때문에. 대학생이 된 이후로는 수업과 대외활동, 인턴 생활을 하면서는 출근 때문에.
결국,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목록을 '지우는' 일이 아닌 '쌓아두는' 일에만 익숙해지고 말았다.
물론 바쁜 일상이 감사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문득 늘상 내가 해온 것은 ‘내일 죽는다면 하고 싶은 일’을 적는 진정한 의미의 버킷리스트라기보다, 막연히 도달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는 이상향을 마구잡이로 늘어놓는 일에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실을 깨달은 이후 나는 진정한 의미의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조금 다른 방식으로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적기 시작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연말연시에 다가올 한 해에 한해서만 버킷리스트를 작성한다. 하고 싶은 일을 영원히 적립하고 미루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행하면서 살 수 있도록, 말하자면 버킷리스트의 실행 기한을 1년으로 한정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한 해동안 내가 이루고 싶은 일(성취), 그리고 내가 나를 위해 해주고 싶은 일이라는 두 가지 카테고리를 만들어, 각각을 생각나는 대로 적는다. 이때, 성취 차원의 목표와 그냥 하고 싶은 일(또는 내 즐거움이 우선인 일)을 분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어쩌면 모호하게 다가올지도 모르지만, 그 둘이 분명 다른 성격을 지녔다는 점에는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분리 작업을 통해 해내고 싶은 일에 대한 성과주의적 압박에서 벗어나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투자할 수 있는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
이제 한 해 동안 스스로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목록을 하나씩 지워나가면 된다. 그리고 한 해가 다 지나면 그 끝자락에서 ‘내가 올 한 해 이루고자 했던 것 중 이룬 것’, ‘나를 위해 하고자 했던 일 중 실제로 한 것’을 돌아보고, 다음 해의 버킷리스트를 새롭게 세운다.
이렇게 1년 단위로 버킷리스트를 준비하고 실행하는 일의 본질은 ‘지금, 여기’의 삶을 주도적으로 되찾는 데 있다. 우리는 하고 싶은 일들을 정리하기 위해 버킷리스트를 쓰면서도, 한편으로는 ‘언젠가 하게 되겠지’ 하는 마음에 이 일들을 미뤄두고, 하고 싶은 일을 단순히 쌓아두기만 하는 ‘언젠가’의 덫에 빠져 있는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일은 삶의 유한함 속에서 우리의 열망을 포착해내는 일이며, 버킷리스트의 본질적 의미는 실제로 ‘실행’하는 데에 있다.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더 나아가 언제 올지도 모를, 혹은 올 수는 있을지조차 모르는 미래로 영원히 지연시키지 말자. 대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마음의 지도를 적극적으로 따라가자.
당신이 정말 내일 죽는다면 오늘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진정 당신의 가슴이 뛰는 일이 무엇인가?
[아트인사이트 기고글 원문]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7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