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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 노동자 Mar 09. 2024

미국 이민 신분 기본편 - 컴퓨터 공학의 경우

컴퓨터 공학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전공의 사직하며 의사들이 이민 얘기를 하기 시작해서이지만 그렇게 직접 연관된 얘기가 될 듯 싶지는 않다. 아마 세 편에 나눠 쓸 것 같다. 컴공 쪽은 직접 경험도 있고 좀 익숙한 편인데, 여기선 그에 대해 먼저 쓰고, 다음 두 편에서 간호사와 의사 각각은 상황이 어떻게 달라 보이는지 쓸까 한다.다만 이 기본편의 청자도 컴공 전공자는 아니다.


구글이나 메타 같은 회사에서 영주권/시민권이 없이 일을 할 때, 기본은 H-1B인 것 같다. H-1B는 고숙련노동자에게 주는 워크 퍼밋이고, 다른 비-영주권 워크 퍼밋과 달리 이민국에서 영주 의도를 내포한 것으로 본다. 그러니까 H-1B는 미국 입국할 때, "H-1B로 어느 고용주랑 일하는 중이고 영주권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해도 원칙적으로는 이민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F-1이 같은 얘길 하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H-1B 자체는 특정 고용주가 스폰서를 해줘서 얻게 되지만, 이직은 가능하다. 다른 고용주가 H-1B를 새로 신청해주면 어렵지 않게 되고 그걸 "H-1B transfer"라고 부르는데, 있던 H-1B가 옮겨지는 게 아니라 둘이 상관없고 새 걸 열어준다.


한데 이 H-1B에는 문제가 있다. 보통 4월까지 신청을 해야 하고, 10월이나 되어야 그 H-1B가 나온다. 고용주가 필요하니까, 고용주는 이론적으론 4월 전에 채용 결정을 내어야 하고, 10월까지 기다렸다가 실제로 일을 시켜야 한다. 더 문제는 H-1B 쿼터인데, 요컨대 랜덤 추첨을 해서 일부만 이민국이 H-1B를 내어준다. 그래서 채용 결정을 한 이가 그 해 H-1B에서 당첨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테면, 한국 삼성전자에서 일하던 차장급 인재를 구글이 미국으로 곧장 H-1B로 불러오는 경우는 잘 없다. 이런 경우는 아마도 그분이 스타급일 것이다.


가장 흔한 경로는 그래서 유학이다. 유학을 나오면 F-1이 된다. 미국 내 학교를 졸업하면 F-1 OPT라는 게 나온다. OPT는 기본적으로 졸업 시점부터 1년간 관련 분야를 하는 한 어느 고용주와도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신분이다. STEM extension이라고 해서 주로 이공계 쪽의 경우 그 1년을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경우 구글이나 메타는 졸업자가 H-1B가 안 되도/없어도 F-1 OPT로 일할 수 있으니 채용을 하는 데 부담이 없다.


일단 채용 결정이 나면 회사는 그때부터 H-1B나 영주권, 혹은 둘다 넣어준다. 그 해 H-1B 추첨에 떨어져도 OPT가 한 3년은 가니까 대개 3, 4수까지는 할 수 있다. 구글 같이 큰 다국적 기업은 지사가 온갖 곳에 있는 데다 원격 근무가 가능한 편이기 때문에 -- 특히나 판데믹 이후 원격 근무에 대한 인식이 나아졌다 -- 여차 하면 F-1 OPT로 일하며 신뢰가 쌓인 상태라면, 그 외국인의 본국 (우리 경우는 아마 한국)이나 캐나다 지사 같은 데로 보낸다. 1년 지나면 L-1B, 주재원 비자로 데리고 들어올 수 있고 거기서 또 영주권 신청이 가능하다.


유학을 안 한 경우의 현실적인 경로는 한국 지사에 입사한 후 기회를 잡아 (이건 회사마다, 팀마다 다르기 때문에 유학보다는 훨씬 어려운 길이다) 본사로 오는 것이다. 이 경우는 본사에서 H-1B를 바로 해주기보다 아마 L-1B를 손쉽게 해줄 걸로 보이고, 그러면 와서 그 본사를 영주권 나올 때까지 다니며 영주권을 받거나 한다.


보다시피 H-1B의 문제는, 채용 결정을 해도 비자가 나올지 아닐지 모르는 상태가 되는 데다 6, 7개월은 최소 기다려야 그 사람을 쓸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전에 그게 얼마나 흔한 일이었는진 확인 안 해봤지만, 이 간극을 버퍼링 해주는 staffing company라는 게 있었다. staffing company가 미리 H-1B를 고용한 다음, 소위 "원청업체"가 계약직 구인을 내면, 거기로 자기네 명목상의 "정규직"을 파견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staffing company가 파견을 하는 자리는 대개 계약직이고 대우가 좋지 않다. 그럼에도 H-1B의 최소 수입 요구치가 6만 달러인가로 낮기 때문에 그런 일이 있긴 있다.

2023년 통계를 보니 여전히 하기는 하는데, 비율이 그리 높진 않아 보인다:

https://www.uscis.gov/tools/reports-and-studies/h-1b-employer-data-hub


스태핑 컴패니에서 파견된 경우 스폰서도 스태핑 컴패니일 텐데, 수천명씩 스폰서하는 회사들 이름을 보면 스태핑 컴패니는 많지 않다. 1천명 이상 스폰서 한 기업 중에는 딱 두 개 보인다.

IT 업계에서 미국 내 인력 -- 시민권자/영주권자든 아니든 --이 부족하다고 판단한다면 staffing company가 더 활개를 쳤겠지만, 대부분은 H-1B를 직접 스폰서한다. 이미 H-1B가 있는 이들은 새로 H-1B 로터리를 돌려 당첨을 안 받아도 된다. 없는 이들은 대부분 F-1 OPT일 것이다.


며칠 전 트윗에서 어느, 한국에선 꽤 알려진, 구글 엔지니어가 이런저런 이민 신분/경로를 정리해 놓은 걸 읽었는데, 역시 특별할 것은 없구나 싶었다. 한국 직장 다니다 미국 직장으로 바로 스카웃되어 나오긴 어렵다. 현실적으로 석사라도 미국에서 따면서 OPT가 나오면 경력을 이용, 경력직 채용을 알아보는 게 훨씬 쉽겠다 싶다. 이것도 채용이 보장된 것은 아니라서 리스크가 있는 투자이고. 그러니까 주로 유학을 오는 분들은 이 리스크 감당이 현실적/심리적으로 되는 분들인 경우가 많은 듯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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