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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s Dec 01. 2024

[강연 후기] 김영하 작가님의 <자기 해방의 글쓰기>

글쓰기는 자신을 해방시킬 수 있는, 인간의 최후 권능이라고 할 수 있다.

INTRO


국내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김영하 작가님을 모르는 분은 아마 없으실 겁니다.

알쓸신잡에도 출연하시고, <오직 두 사람>, <검은 꽃> 등의 작품을 쓰면서 대중적으로 되게 유명해지신 작가님이시죠.

저는 <살인자의 기억법>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고, 그 이후에 여행의 이유라는 에세이를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간결하면서도 직관적인 문장과 짜임새 있는 구성이 인상 깊었습니다.


대중적인 인지도와, 써 내려간 작품을 봤을 때 최근에 노벨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님보다는 덜 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명실상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님 중 한 분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그 작가님이 2013년에 강연했던 <자기 해방의 글쓰기>를 간략하게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강연 내용


강연은 가벼우면서도 유머러스하게 진행됩니다.

작가님이 "사람은 수천 년간 글을 썼는데도, 왜 아직도 글을 쓸까요? 이제는 그만 써도 되지 않을까요?"라는 농담스러운 어조로 질문을 하며 강연이 시작됩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고, 요즘은 책상에 앉는 것도 힘든데 사람들은 왜 글을 쓸까요?


특히나, 소수의 사람들(글쓰기로 보상을 받는 작가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보상이 없는 글쓰기입니다.

그럼에도, 왜 이런 고행을 하는 걸까요?

글쓰기는 분명 힘들고 어려우면서도 고된 작업임이 분명합니다.


그래서인지, 직업별 평균 수명을 조사했을 때, 1위가 종교인 80세인데 꼴찌는 작가/저술가 61세로 통계가 조사되었다고 하네요(1991년 조사)


1995년 12월 8일에는 엘르라는 잡지의 편집장도 뇌졸중으로 쓰러졌다고 합니다.

뇌졸중 후유증으로 전신마비가 와서, 왼쪽 눈꺼풀만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도 그는 글을 썼다고 합니다. 왼쪽 눈을 깜빡이는 걸로 신호를 줘서 대필자를 이용하여 글을 썼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책은 <잠수복과 나비>라고 하네요.


어쨌든, 사람들은 이렇게 극한적인 상황에서도 인간은 글을 씁니다.

전쟁 중에도, 감옥에서도, 도망치는 와중에서도 글을 쓸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이렇게 글을 쓰는 걸까요?

김영하 작가님은 말합니다.

어쩌면, 글쓰기야 말로 인간의 마지막 자유이자 최후의 권능이기 때문이라서.


사람은 모든 걸 뺏겨도 글을 쓸 수가 있습니다.

정신과 육체가 파괴되더라도 글을 쓸 수 있는 걸 봤을 때, 김영하 작가님은 이렇게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글을 쓸 수 있는 한, 우리는 살아 있다.


글을 쓸 수 있다면, 사람은 진정으로 파괴되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언가에 갇혀 있을수록 오히려 더욱 글을 쓸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글쓰기는 자기 해방의 활동이기에, 갇혀있을수록 더욱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기 때문이죠.


이렇게 글쓰기라는 활동은 자기 해방이면서 동시에 내면의 변화도 이끌어 냅니다.

단 몇 문장만으로도, 자신의 과거를 마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글쓰기이기 때문입니다.


작가님은 자신이 글쓰기 수업을 했던 옛날의 일을 토대로 설명을 해줍니다.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첫 문장을 제시합니다.

"나는 용서한다"라는 문장을요.

그리고, 이다음으로 문장을 써 내려가게 했는데, 보통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 문장으로 이어지겠죠?


그렇게 글쓰기 수업을 시작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단 몇 분만에 몰입을 하며 자신의 과거 속으로 들어가는 게 눈에 보인다고 합니다. 어떤 학생은 몰입을 한 나머지, 쓰다가 화가 나서 뛰쳐나가기도 한다네요.

이렇게, 글쓰기는 굉장히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 몇 문장만으로 자신의 경험과 기억, 과거를 대면할 수 있는 힘을요.


하지만, 그만큼 두렵고 위험하기도 합니다.

과거라는 어두운 지하실을 가장 세게 두드리는 활동이니까요.

그럼에도, 김영하 작가님은 이 지하실을 열어야 하는 필요성을 말합니다.


글쓰기를 통해 이루어지는 변화는 축적되기 때문이며, 글은 아무리 복잡한 감정과 심경이라도 이해를 시키는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글은 기본적으로 논리적인 구조를 띄며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언어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복잡한 감정과 심경이 얽힌 상황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순간에는 그 상황을 올라가게 됩니다.

즉,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그것을 극복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글쓰기는 자신을 넘어서는 자기 해방의 활동이 되는 것입니다.


END


작가님들의 글쓰기 강연에는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글쓰기는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활동이다."


글쓰기가 자기 자신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자신의 생각을 언어화해서 밖으로 인출하려면 자신의 내면으로 접속하는 과정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은 내면의 변화가 이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 변화는 긍정적이며 성장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집니다.

나의 내면에 쌓인 과거를 마주하는 행위는 반성과 고찰의 성격을 띄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반성과 고찰이 끝나고 나서 이루어진 변화는 당연히 더 나은 인간이 되고자 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게 될 것입니다.


자신을 억눌렀던 과거들, 상처와 슬픔등을 마주하는 것은 분명 강인한 정신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그 과거를 마주하는 것은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도망치지 않고 마주하여 바라보게 된다면 서서히 치유가 이루어지겠죠. 그 치유가 끝나고 나면, 비로소 상처가 다 아물어 "자기 해방"이 분명 일어날 거 같습니다.


그렇게 해방된 자신은 분명, 남들보다 좀 더 먼 하늘을 바라보며 살아가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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