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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 Jul 17. 2024

나도 간호병동에 입원하다

나의 입원일기

이제 나도 간병을 받게 되었다. 어머니의 그 긴 간병을 하면서 건강의 중요성을 온몸으로 겪었는데도 나의 건강을 챙기지 않았을까.

자주 체해도 가끔씩 갈비뼈 둘레로 통증이 있고 등이 아파도 나는 몰랐다. 아니 모른 척했다. 아직 젊은 나이니까 수술할 정도의 질병은 걸리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월마다 빠져나가는 억지로 든 보험비도 너무 아깝다 생각했다.

어느 날 또 체했고 소화제를 먹어도 증상이 오래갔다. 체해서 먹지도 못하니 이참에 국민건강검진을 받아보았다. 결과지를 확인하니 간수치가 정상수치의 몇 배나 오른 수치가 나왔다. '에이 체해서 일시적으로 그런가 보다'라는 회피적 생각을 계속하고 싶었으나 간기능 검사를 해보라는 문장에 두려움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두렵고 초조한 마음으로 검사한 병원에 연락을 했다. 간 초음파 검사를 해보라는 말씀에 당장 다음날로 예약을 했다. 초음파 검사 중에 갑자기 의사 선생님이 다른 의사 선생님을 불러오셔서 초음파 화면을 보시며 두 분이 상의를 하고 계셨다. 두려움에 심장이 날뛰고 있었다. '체해서 일시적으로 그런 게 아닌가 보다.. 나 진짜 큰 병인 걸까?'


의사 선생님께서는 간이 아니고 담낭에 이상이 있다고 하셨다. 정상인의 담낭 초음파 사진은 담낭 안이 검은색(액체)인데 나의 담낭 초음파 사진은 담낭 안이 흰색(액체X)으로 보인다고 친절하게 알려주시고는 대학병원에 가보라고 하셨다. 심장소리가 귀에까지 쿵쾅거리고 있었다. 내가 놀란 걸 아셨는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에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올 것 같았지만 온 힘을 다해 참았다. 초음파 영상시디와 서류를 들고 집에 가는 길에 내 삶을 돌아봤다. 드라마 주인공이 같았다. 어머니는 수술 후 어떤 생각이 드셨을까.. 길고 긴 장애를 겪으시면서 매일매일 어떻게 견디셨을까.. 죽기 전에 뭘 하면 좋을까. 유서에는 뭐라고 적어야 할까. 별별 생각을 다하게 되었다. 생각에 빠져 집에 어떻게 도착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도착하자마자 담낭에 대해 폭풍 검색을 했다. 담낭도 맹장처럼 없어도 살 수 있다니.. 담낭은 간에 붙어있고 주머니같이 생겼고 흔히 말하는 쓸개랑 같은 말이고 간에서 담즙이 분비되는데 일부 담즙을 담낭에 모아뒀다가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모아두었던 농축된 담즙이 분비되어 기름진 음식 소화를 돕고.. 등등 담낭의 장기가 뭔지 알게 됐다. 담낭이 나빠지는 추측성 원인들이 많았다. 심하게 다이어트하듯이 굶거나 과식을 해서 그렇다고 하기도 하고 서구화된 음식을 많이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담낭 환자가 증가하였다고도 하고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생긴다고도 하고 뚜렷한 원인이 있기보다는 건강하게 먹고 자고 운동하지 않아서 그런 거다 등등.. 혼란스러웠다. '아니 누가 매일매일 건강하게 먹고 운동하고 하는 사람이 몇이나 돼? 나보다 더 심하게 생활습관, 식생활 나쁜 사람 많은데? 내가 왜!!' 억울한 기분이 들면서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결국 내 몸은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고 내가 판단하고 선택하고 증상이 없는 몸으로 만들어야 했다.

대학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받고 만난 의사 선생님께서 병명은 담낭염이고 담낭제거수술을 해야 하는데 난도가 높은 큰 수술은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수술을 해야 하지만 당장 할 필요 없다는 이해 어려운 말씀으로 혼란스러웠지만 마음을 굳게 먹고 수술을 하기로 결심했는데.. 생각과 다르게 내 멘털은 유리 같았다.. 3박 4일 입원을 해야 하는데 보호자가 같이 있을 상황도 못됐고 어차피 코로나19로 보호자가 같이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간호병동에 입원하게 되었다. 간호병동은 각 개인의 간병인이 없어도 되고 의료 담당 간호사님과 여사님의 호칭으로 불리시는 간병 담당 직원분이 계셨다. 간병 담당 직원분들이 담당하시는 환자 수 가 많아 부탁드리기가 어려웠지만 간병비 부담을 덜 수 있어서 너무 다행스러웠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가족들에게 수술을 알렸고 안심시켜 드렸다. 수술 직전 각종 불안과 걱정이 극한에 이르렀고 도망가고 싶었고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참아야 했다. 수술대기실에는 대장암과 같은 중증의 환자들도 계셨는데 그분들의 심정을 생각해 보니 숙연해졌다.

전신마취를 할 때 드라마에서 보면 숫자를 세면서 의식이 흐려졌던 것 같은데 실제로는 숫자를 셀 틈 없이 잠이 들었다. 수술을 마치고 회복실 같은 곳에 있었던 것 같은데 간호사님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고 정신을 차리니 통증과 함께 참았던 눈물이 줄줄줄 쏟아져 나왔다. 수술 후 안도감을 느낄 틈도 없이 잠에 들지 말고 숨을 잘 쉬어야 한다고 하셨다. 지시사항들을 지켜가며 회복에 집중했다.


휴대전화로 가족들에게 수술 잘 받았다 연락을 해야 했는데 눈물 줄줄줄 상태여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수술이 잘 되었고~ 잘 회복 중이이에요~ 간호병동이라 간병해 주시는 직원 계시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라고 안심하시도록 말씀드렸다. 마음을 굳게 먹어도 아프게 되면 유리멘털이 되는구나.. 시간이 지나니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난 쓸개 빠진 놈이 된 건가? 배에 수술자국 보여주면서 조폭놀이 가능하겠다~ 웃긴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간병을 하는 입장에서 간병을 받는 환자의 입장이 되니 간병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또 깨닫게 되었다. 머리가 떡이 지고 청결에 문제가 생기자 직원분께서 머리를 감아주셨다. 내일상적인 신체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 속의 한줄기 빛과 같았다. 격려의 말 한마디 한마디 너무 감사하게 느껴졌다.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른다는 말이 정말 와닿았다. 걱정해 주시는 분들이 없었다면 상황을 더 어둡고 힘들게 받아들였을 것이고 이겨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가 맞는 것 같다. 정말 건강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걸 절실히 느끼게 됐다. 항상 생각해야겠다. 건강하게 먹고!! 자고!! 운동하고!! 건강검진 하자!!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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