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적 근로관계 및 집단적 노사관계
우리나라 2022년 노동조합 조직률은 13.1%로 전국 6,005개의 노동조합과 2,772명의 조합원을 가지고 있다. 여러 회사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다 보면 노무 및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 소속 근로자에게 국내 노동조합 조직률을 숫자로 알려주면 "내 주변 회사나 기관은 대부분 다 노동조합이 있는데?", "생각보다 낮다" 라는 반응이 다수이고,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소속 근로자에게 노동조합 조직률을 숫자로 알려 주면 "생각보다 많은데?" 라는 반응이 다수였다. 그도 그럴것이 공공기관의 조직률이 민간기업에 비해 월등히 높고 공공기관의 인력규모가 민간기업 규모보다 크기 때문에 13.1%의 숫자의 크기는 속해있는 업종과 산업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아가 13.1%의 숫자로만 놓고보면 노무만을 담당하는 실무자의 비중은 인사 담당자에 비하기 어려울 정도로 낮고 단체교섭이나 임금협상에 참여하는 인원을 추린다면 그 비중은 더 줄어들 것 이다. 따라서 노무 실무자로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고 노무 담당자의 역할을 알려주는 자료나 아티클은 찾아보기 어렵다.
필자는 과거 노무 실무자로서 단체교섭, 임금협상, 노사협의회 등 실무 최전선에 근무한 바 있고 당시 경험으로 노무 담당자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또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를 경험을 바탕으로 가볍게 기술하고자 한다. 참고로 상급단체의 유무, 회사 주력 산업 및 업종, 노동조합 설립 시기 등 일반화하기 매우 어렵고 민감할 수 있는 주제이긴 하나 최대한 실무자 입장에서 작성하고자 하니 가볍게 읽어주길 바란다.
(1) 동종유사업종 동향 파악 및 인적 네트워킹 활동
임금인상 시즌이 오면 주요 동종유사업종 노무 담당자와 인사를 하기 바쁘다. 임금인상을 결정할 때 표준 생계비, 물가인상률, 생산성 등 여러 항목을 놓고 고민하지만 실무에서 우선하여 챙겨야 하는 건 '타 회사의 당해년도 임금인상률' 일 것이다. 우리 속담에도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라는 유명한 속담이 있듯이 회사가 역대급 임금인상률을 기록했더라도 타 회사에서 우리 회사의 임금인상률을 상회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구성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임금인상이나 단체교섭 시즌이 다가오면 각 회사의 노무담당자는 자신들의 서식을 만들고 오랜만에 주변 노무담당자에게 전화를 하며, 우리가 원하는 자료를 얻어내야 하고 또 상대방이 원하는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서 퇴근 후 모임활동을 하거나 상시적인 교류가 필요하며 인적 네트워킹 활동이 업무에 주된 영역임을 인지하여야 한다.
(2) 인사노무 히스토리 이해
인사, 노무 담당자의 주요 경쟁력 중 하나는 회사의 히스토리를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금체계, 복리후생, 평가제도 등 지금까지 제도가 갖춰지고 운영함에 있어 수 많은 협의를 거쳤을테고 앞으로의 변화도 과거 히스토리의 연장선에 서 있을 것이다. 과거를 이해하지 못하면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유 노조 사업장의 경우 분기별 혹은 매년 협의회, 교섭이 진행되었을테고 그 협의 과정에서 오갔던 내용이나 결과를 살펴보면 변화해야 하는 크기와 범위 그리고 전략수립에 도움이 될 것 이다.
특히 신규로 발령받거나 입사한 주니어의 경우 그동안 논의되었던 자료를 모두 찾아보고 내용을 이해하여야 하며 예를 들어 과거 임금체계 개편이라는 굵직한 합의가 있었다면 그 합의에 이르기까지 어떤 대화가 오갔고 임금체계 개편과 동시에 신설되거나 변경된 제도나 복리후생이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3) 근로기준법, 노조법 등 노동관계법령의 학습
노무 실무를 담당하다보면 법 기준보다 상회하고 있는 근로조건이 대부분이고 법리적 검토를 요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 담당자는 근로기준법, 노조법 등 노동관계법령에 대한 기본적인 학습이 필요하다. 과거 경험을 되짚어 보았을 때 노동관계법령의 정확한 해석은 길을 잃었을 때 길잡이 역할을 해주거나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즉, 노동관계법령의 학습은 교섭비용을 감소시켜주고 노사 신뢰감 형성에 기본 바탕이 된다.
(4) 꼼꼼한 데이터 관리
노무 담당자는 주로 복리후생 개선 등을 다루게 될텐데 이때 반드시 필요한 자료는 인원현황, 지급대상, 지급 현황 등 실무자들이 가지고 있는 각종 데이터이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상효과나 재원을 산출하게 되는데 이때 데이터 시점이 다르거나 데이터의 오류가 있을 경우 의사결정 과정에서 큰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예를 들어 학자금 지급을 달리가져갈 경우 현 학자금 지급 대상자와 자녀 수를 잘못 정리해서 보고를 하게된다면 향후 복리후생비 관리가 무척 어려워 질 수 있다.
(5) 트랜드 파악
HR이나 HRD에 비해 트랜드에 덜 민감해 보일지라도, 노무 담당자는 최근 판례나 개정안 변화를 빠르게 인지하고 사실관계와 결론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경영성과금의 평균임금에 대한 이슈가 붉어져 나온다면 몇몇 구성원들이 해당 기사를 보고 '우리도 포함시켜주는지?' 등을 문의를 해오게 된다. 이때 대답을 잘 못하거나 잘못된 답변이 나갈경우 생각보다 큰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 노무 담당자의 답변은 곧 회사의 답변으로 간주하고 시간이 지나 다시 내용을 들어보면 기정사실화된 것 처럼 현장에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무 담당자는 노무를 둘러싼 트랜드 파악을 간과하여서는 안되고 해당 이슈가 무엇 때문에 붉어졌는지, 우리 회사와는 무엇이 다르고 같은지, 그리고 결론이 어떠한지를 정확히 이해하여야 한다.
노무 담당자는 속해있는 환경에 따라 역할과 책임이 매우 달라진다. 노사협의회로 예를 들어 유 노조사업장은 단체교섭 또는 임금협상의 연장선과 같이 분기별 노사협의회의 안건을 수집하여 실무자간 안건을 조율하고 사용자 및 근로자위원이 참석하여 수차례 협의회를 운영하곤 한다. 이때 협의되는 내용은 주로 복리후생과 경영상황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대로 무 노조사업장의 노사협의회는 체인지에이전트나 조직문화 활동의 연장선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신규입사자의 온보딩, 사내 조직문화 개선활동에 대한 아이디어 등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즉, 모든 역할을 일반화 하기는 어렵지만 노무 담당자라면 숙지하고 이해해야할 실무내용을 간략히 기재해 보았으며, 업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E.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