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기획 및 제도설계
오늘날 대부분의 인사평가(Performamce appiaisal) 시스템은 사무직과 관리직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왔다.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MBO(Management By Objectives) 평가 등과 같이 오랜시간 체계화된 평가도구가 자리잡고 있고 이후 OKR(Objective and Key Result) 평가가 화두가 되었던 것 처럼 평가항목과 방법은 매우 구체화되고 고도화되어 있어 대상자의 성과를 명확히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구조가 잘 갖춰져 있다.
반면 생산직 인사평가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아 왔고 이에 따른 한계와 문제점이 오랜 기간 동안 간과되어 왔다. 필자가 생각하는 생산직 인사평가 영역이 인사평가에 중심이 되지 못했던 이유로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생산직은 전통적으로 호봉제에 기반한 연공 중심의 임금체계를 따르기 때문에 평가 결과에 따른 임금 차등을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둘째, 생산직의 업무는 공정별로 집단화되어 있어 개인의 성과를 평가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이 널리 존재했다. 마지막으로 생산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구체적인 평가 기준을 설정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위와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노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신규인력의 이탈 및 유지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생산직 인사관리에 눈을 돌려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신규 인력의 유지와 육성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지금 생산직 인사평가도 효율적인 인력 관리를 위해 반드시 재조명되어야 하며 앞으로는 단순히 생산성과 작업 시간을 평가하는 방식이 아닌 생산직 특성에 맞춘 평가가 필요하다.
생산 현장에서 일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실이 있다. 바로 현장에는 늘 "에이스"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이 '에이스'는 현장이 필요로 하는 필수 역량을 갖춘 사람이고 이들은 단순히 작업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사람들이다. 생산직 인사평가는 이 '에이스'의 조건을 기반으로 구성되어야하며 현장에서 실제로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파악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에이스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즉각적인 문제해결 능력
현장은 언제나 예기치 못한 문제(돌발)로 가득하다. 기계가 멈추거나, 자재 공급에 문제가 생기거나, 안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즉각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은 모든 현장에서 매우 중요한 역량이다.
(2) 공정이해 능력
생산 공정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각 단계가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작업자는 자신이 맡은 공정뿐만 아니라 전체 흐름을 이해하고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을 미리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3) 협력 및 소통 능력
공정 내 및 다른 직군(사무, 연구 등)과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능력이다. 생산직은 개인역량이 아닌 팀워크와 협업이 중요하며 이를 원활히 할 수 있는 소통 능력은 매우 중요한 평가 항목이 되어야 한다.
위 내용을 바탕으로 평가체계 설계 시 평가방법, 평가자, 평가 피드백 등을 복잡하게 설계하는 방향이 아니라 직관적이고 평가제도의 활용이 간편해야 한다. 즉 누구나 우리가 필요로 하는 평가항목임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결과를 바탕으로 신규인력 채용, 인력 재배치 그리고 현장리더(조장, 반장, 파트장 등)의 선별에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
물론 일부에서는 자격 및 기술이나 생산성과 직접 연계된 항목이 평가에서 누락되었기 때문에 평가의 효과성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사평가는 단순히 수치화된 성과만을 측정하는 도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한 즉각적인 문제해결 능력, 공정이해 능력, 협력 및 소통 능력은 개별 작업자의 성과를 단순히 눈앞의 생산성에 국한하지 않고 장기적인 성과 향상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이 세 가지 역량을 갖춘 인력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처하며 공정 전반을 이해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동료 및 다른 부서와 원활한 협력을 통해 조직 전체의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평가 항목이 직접적인 생산성과의 연결고리가 명확하지 않게 비춰지더라도 이러한 역량을 보유한 인재는 결국 생산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낼 것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생산직 인사평가는 사무직과 달리 성과 측정 및 보상과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상대평가 방식보다는, 배치와 개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공정 간의 순환근무 확대를 위해 다기능 인력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며, 신규 인력을 채용할 때 현장에서 요구되는 역량을 교육하고 육성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고숙련 작업자를 단순히 현재의 역할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 아닌, 다기능 근무자로 육성해 공정 전반에 걸쳐 그들의 역량을 발휘하게 할 수 있다. 또한 평가 결과를 기반으로 작업자가 어떤 분야에서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지 분석하고, 이를 통해 지속적인 훈련과 개발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생산직 인사평가는 성과 중심의 평가보다는 인력 배치의 효율성 강화와 장기적인 역량 개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는 생산성과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현장에서 필요한 인재를 장기적으로 육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E.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