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케터의 이직 예찬
흔히들 말한다. 이직이 잦으면 끈기가 없다거나, 조직 적응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이직은 한두 번이면 족하다"는 말은 이미 유통기한이 지난 옛말이라고. 특히 변화의 속도가 광속에 가까운 마케팅 필드에서 한곳에만 머무르는 것이 과연 정답일까?
나는 오히려 한 도메인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산업군을 경험하는 것이 마케터에게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고 믿는다. A 산업에서의 성공 방정식이 B 산업으로 넘어갔을 때 예상치 못한 시너지를 내고, 높은 효율로 발휘되는 순간을 나는 여러 번 목격했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의 본질은 어디든 비슷하다. 다만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 그 결이 달라질 뿐이다.
유튜브를 켜면 '가만히 앉아서 돈 버는 법'에 대한 콘텐츠들이 쏟아진다. 누군가는 사기라고 비웃을지 모르지만, 사실 그런 삶은 실재한다. 다만 모두가 그 길을 가기에 충분한 준비나 선택을 하지 못했을 뿐이다.
여기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는 이 회사에서 임원까지 올라갈 것인가, 아니면 나중에 내가 진짜 원하는 일을 하며 살 것인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회사가 이직이 잦은 사람을 채용하는 이유도 결국 '비즈니스'에 있다는 점이다. 당장 일을 추진할 사람이 필요해서, 혹은 이 사람의 경험이 우리 조직에 당장 수익을 가져다줄 것 같아서. 기업은 철저히 필요에 의해 움직인다.
회사와 개인은 서로의 목적을 위해 계약을 맺고, 업무를 진행하며, 상시 평가를 주고받는 관계다. 애당초 이곳은 '이해와 포용'의 공간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공간이다.
회사는 결코 내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회사 역시 나라는 개인을 뽑은 이유가 명확하다. 내가 성과를 내고, 회사를 위해 더 많은 돈을 벌어다 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 기대치가 서로 어긋나거나 맞지 않는다면 미련 없이 작별을 고하는 것이 맞다.
임원이 된다고 해서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직급이 올라가고 액수가 달라질 뿐, 본질은 똑같다. 결국 내가 얼마를 받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이 관계가 서로에게 가치 있는가'이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인생이라는 배를 운전하는 사공이다. 회사는 잠시 머무는 항구일 뿐, 목적지가 아니다. 이직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더 나은 항로를 찾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내 인생의 주도권은 회사가 아닌, 오직 나에게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