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자작시
눈물은 알고 있다
눈물은 알고 있다
기억들은 서로 닮아
한 몸처럼 닿아 있다
울다 보면
스쳐 넘긴 그날이
결코 사소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그날, 말은 멀고 숨은 가까웠다
마음 깊은 곳
빛 닿지 않는 서늘한 틈새에
꺼내지 못한 조각들
어디에도 닿지 못한 감정이
떨림이 되어
눈 가장자리에 매달렸다
지나친 적 없는 얼굴이
문득 오래된 골목처럼 느껴졌다
눈빛만으로도 알아보게 되는 감정은
서로의 울음을 닮아 있다
한때 무너져 본 사람만이
다른 이의 붕괴를 바라볼 수 있다
잊었다 믿었던 하루가
햇살의 편린처럼 스며들고
무너지는 건
외벽이 아니라
가장 안쪽의 창이다
어느 날
목소리를 잃은 마음이
날카로움이 되어 튀어나왔다
그 끝에서
나 자신이 베이고 있다는 걸
너무 늦게야 알게 되었다
말하지 못한 고요는
늘 가장 먼저 깨진다
늘 소리는 멀고
상처는 가깝다
참고 있던 물줄기가 터지고
삼킨 서러움이 흘러나오는 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 울음에는
별 것 아닌 변명이 필요할 뿐
가령 드라마가 슬퍼서 같은 말
가장 아팠던 기억은
입술보다 더 조용히 남는다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은
내 안의 잎맥처럼 퍼져
잊었다 여겼던 나를
반쯤 감긴 눈으로 다시 마주하게 한다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 무표정의 이면에서만
무너진 감정이
작은 불빛으로 숨 쉰다
늦은 밤
빛이 수평으로 번지는 창가에 앉아 있다
굳어 있던 감정이 흔들리고
무언가 조용히 풀려나간다
놓은 것도
다시 내민 것도
결국 나였다
파도가 바위를 깎듯
시간은
내 가장 단단한 부분을 닳게 하고
그제야 알게 된다.
이것은 무너짐이 아니라
풀어내는 일임을
울다 보면
모든 기억이 엉겨 붙고
눈물에 가속도가 붙어
왕왕 울어버리고 싶은 마음
그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임을
눈물은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