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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웨 May 19. 2024

다문화 축제에 같이 가실래요?


유난히 바쁜 5월이다. 어린이날이 지나고 어버이날이 오고, 어버이날을 보내고 이어 스승의 날도 맞이할 것이다. 게다가 5월에는 사랑하는 가족의 생일 모임도 있다. 이런 기념일을 다 보내고 나면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 날이 드디어 올 것이다. 그것은 바로 다문화 축제 날 이다. 지역마다 다문화 축제의 날짜는 약간 차이가 있지만, 각 지역 가족센터가 결혼 이민자를 위해 만든 중요한 행사다. 



다문화 축제는 주로 다문화 가정이 참여 대상으로 되어 있지만 일반 외국인들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이다. 장기 자랑대회와 아빠 운동회 그리고, 여러 나라의 음식과 문화를 체험할 수도 있고 공연도 있다. 또한 여러 나라의 특유한 기념품도 살 수 있다. 이렇게 집 근처에서 다양한 나라의 문화와 민속을 체험할 수 있다. 다문화 가정뿐만 아니라 지역주민과 모두에게 좋은 행사라고 생각한다.




어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우연히 2024년 다문화 축제 포스트가 눈에 들어왔다. 이 포스트를 보면서 작년에 열렸던 다문화 축제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2023년 강서구 다문화 축제


코로나 끝나고 3년 만에 다시 열렸던 2023년 다문화 축제는 가족센터 건물 1층에 진행했다. 그리고, 지상 주차장은 공연하기 위해 임시로 만든 무대와 백 개 의자가 빽빽하게 놓여 있었다. 주차장 주변에는 각 나라 음식 부스와 각종 문화 체험 부스가 줄을 지어 나란히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마다 번호가 적힌 종이 한 장씩을 받았다. 



그런데, 나는 그만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다문화 축제 중간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벌써 이미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패션쇼 공연에 몰입하고 있었다. 커다란 스피커에서 쏟아 나온 음악을 배경으로 남성과 여성 모델은 리듬을 타면서 우아한 자태로 무대에 올라왔다. 한 사람씩 무대의 중간으로 걸어와서 관객들을 향해 웃음을 보내고 제자리를 한 바퀴 돌았다. 무대 뒤로 걸어가는 동안도 마치 아쉬운 듯 관객들을 향해 몇 번이나 뒤돌아봤다. 



여러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기대하는 경품 추천 행사가 바로 진행됐다. 상품 상자들이 진열된 곳을 보면서 그 안에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혹시 자기 번호가 나올까 모두 기대하는 순간이었다. 사회자가 행운 번호를 부를 때마다 관중석은 순식간 조용해졌고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숙여서 자기 종이를 확인했다. 몇 초 뒤에 인파중 한 사람이 나타나, 손에 종이를 흔들면서 긴 복도를 따라 무대로 달려갔다. 그렇게 선물 상자를 팔로 안는 사람마다 얼굴에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중간 경품 행사가 잠시 끝나고 이어서 장기 자랑 대회가 열렸는데, 이것은 다른 공연을 보는 것보다, 더 재미있고 더 인기가 있었던 것 같았다. 왜냐하면 각 나라 사람이 직접 참여하는 대회였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와 여러 세대 그리고 개인 혹은 단체, 또는 노래, 춤, 악기 연주 등 여러 방식이 있었다. 



작년에 내가 아는 사람의 딸도 장기 자랑대회에 참가했었다. 두 달 동안 꾸준하게 연습했다고 그녀가 알려줬다. 그날 나의 눈에는 그녀의 딸이 누구보다 더 빛나게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다. 결국 그녀의 딸은 우수상 트로피를 받아서 모두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 morganpetroskiphoto, 출처 Unsplash



그런데, 그 장기 자랑대회만큼 경쟁이 심한 곳이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7층 강당에 열리는 아빠 운동회였다. 평소에 바쁜 아빠를 위해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잠깐 그것을 구경하러 갔다. 때마침 아빠와 아이들은 두 팀으로 나눠서 커다란 공을 앞으로 굴리고 있었다. 힘을 다해 경기하는 아빠와 아이들 못지않게 엄마들도 옆에서 큰 소리로 응원하고 있었다. 치열한 경기를 보면서 갑자기 올림픽 게임 운동장에 온 것이 아닌가 착각했다. 어떤 팀을 지지해야 하는지 몰라서 나는 얼른 내려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공연장으로 가는 통로 옆에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었다. 무엇을 기다리나 궁금해서 긴 줄을 따라 끝으로 걸어갔다. 아 이것이었다. 그 긴 줄 끝에는 빙빙 돌아가는 커다란 원판이 세워 있었다. 그리고 칸마다 다양한 상품이 쓰여 있었다. “시~자악~”이라고 말하자마자 동그란 판은 빠른 속도로 돌기 시작했다. 판을 돌리는 사람마다 얼굴에는 기대와 설렘이 쓰여 있었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에게는 하루하루가 이 빙빙 돌아가는 판처럼 낯선 땅의 내일에 무엇이 나올지 예측하지 못할 때가 많다. 선물 당첨과 같은 좋은 기회를 만날 수도 있지만, ‘꽝’과 같은 좌절과 낙심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품고 계속 살다 보면, 분명히 더 밝은 미래가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인생도 역시 기다림의 긴 줄 끝에 기회의 원판을 돌릴 순서를 맞이하는 것 같다. 



                                                     2024년 강서구 다문화 축제




작년의 다문화 축제를 회상하고 나서 올해의 다문화 축제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진다. 올해의 축제가 며칠 안 남았다. 작년보다 더 많은 사람이 오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다문화 축제는 다문화 가정만 위한 그들만의 축제가 아니고 이 나라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과 다 같이 조화롭게 다문화 사회를 이루어 가기 위한 축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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