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을 통해 강의 요청을 받았다. 초등학생 대상으로 중국문화를 소개하는 강의다. 중국 문화와 관련한 퀴즈와 만들기 그리고, 노래까지 알뜰한 내용을 채운 수업 계획안을 강의 요청한 곳으로 보냈다. 며칠 뒤 이메일 함을 열어보니 회신이 들어와 있었다. 외국인으로서 한국에 산다는 것에 대한 장단점을 소개하고, 더불어 다문화 가족을 도와줄 방법까지 아이들에게 알려달라고 했다.
물론 나는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 오래 살았다. 하지만, 어른인 내가 느끼는 장단점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과 다를 것 같다. 솔직히 내가 부모와 같이 외국에서 살았던 아이였으면 조금 아이들 눈높이에서 장단점을 고민했을 텐데 그것이 부족해서 조금 망설여졌다.
실내 놀이터에서 함께 노는 모습
작년 말 일산에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친구에게 연락을 받았다. 자기 어린이집에서 6세 아이 한 명과 5세 아이 한 명이 다니고 있다고 알려줬다. 아이들과 아이들 엄마를 도와주고 싶다고 같이 도와줄 수 있냐고 물었다. 나는 흔쾌히 동참했다.
원장님이 인솔하여 우리는 4개월 동안 토요일마다 만나서 한국어 노래도 배우고 자녀 교육 방법도 배웠다. 그리고 중간에 그들과 실내 놀이터에서 같이 놀기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이야기도 많이 했다. 중국에서 자란 아이들은 이제는 한국 어린이집에서 친구도 사귀며 적응하게 되었다. 초반에는 아예 한국어도 못했지만, 지금은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생일파티도 참여하며 점점 한국 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것 같다.
종이 접기를 하고 열심히 꾸미고 있는 6세 아이
이렇게 어린아이들이 어느새 새로운 언어를 금방 배우고 적응하는 것과는 달리, 오히려 한국어를 쉽게 익히기 어려운 두 엄마가 그 아이들보다 더 보살핌이 필요한 존재인 것 같다. 그래서, 한국어를 모르고 항상 집에만 있다 보니, 점점 마음이 더 답답해지는 것 같았다.
마지막 모임 때 한 엄마가 눈에 눈물이 글썽이며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아예 말문이 열지 않아서 5세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다정하게 묻지 못했다. 그래서 항상 혼자 걱정만 하고 있었는데, 하지만, 원장님을 통해 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니, 이제 안심된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또한 이 기회를 통해 원래 서로 모르던 두 엄마가 친구가 되었다. 게다가 이제 아이들은 한국에서 잘 적응하고 있으니, 자신도 한국어 학원에 다니고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6세 딸이 있는 엄마는 아예 직장을 찾아서 일하기 시작했다. 불과 몇 달 만에 그 두 엄마는 드디어 인생을 다시 시작하듯 활기찬 모습으로 살게 되었다.
우리의 약간의 관심과 도움의 손길이 그들을 주저앉은 자리에서 금세 일어나는 의지를 줘서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하며 살게 해주는 것 같다.
마지막 모일 때 각자 맛있는 걸 사와서 함께 먹었다
이렇게 어른들은 어른들의 방법으로 다문화 가정을 도와줄 수 있듯이,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아이들의 방법이 필요한 것 같다.
다문화 아이들과 같이 공부하게 될 때, 때론 피부색과 나라 출신 때문에 아이들은 그 다른 모습을 이해하지 못해서 소외를 시킬 때가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마음을 열고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그 차이를 이해해서 함께 친하게 지내보면 어떨까. 그래서 외국인 친구와 대화해보면 아마 신기한 이야기도 많이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것이 되려면 어른 도우미는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봤다. 그것은 자신의 자녀에게 먼저 다문화 아이를 이렇게 대하게 인식시켜 주는 것이다.그것이 아이를 돕기 위한 내 최선의 도움인 것 같다.
남을 도와주면 자기도 기쁨을 얻는다. 우리는 서로 도와주고 살고 있다. 내가 다른 사람들을 기꺼이 도와주면 언제 나도 남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법이다. 원은 계속 이어져서 결국 다시 돌아오듯 이런 선행도 돌고 돌아 다시 자기에게 온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이야기를 읽고 나서 아이에게 종이접기를 가르치고 있다
우리가 바라는 살만한 세상은 무엇일까?
“나는 특히 지금 다문화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각별한 관심을 품고 그들을 돌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어른으로 성장했을 때 우리 사회의 주류에 합류하지 못하고 여전히 이방인으로 세력화한다면 실로 엄청난 사회 갈등을 불러올 것이다.” --최재천 <숙론> 중
낯선 이방인과 거주인으로 나뉘어 사는 세상에서 서로 마음의 거리를 줄여서 한국 사람이든 다문화 가족이든 서로 우리라고 부르며 함께 돌봐 주며 돕는 세상이 더욱 살만한 세상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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