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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웨 Jun 21. 2024

“You may not go.”

"당신은 가면 안돼요"


오늘 S 유치원에 수업이 있었는데 첫 수업을 마치고 나는 수업자료를 손에 들고 휴게실로 향했다. 그리고, 복도 끝 자그만 휴게실 공간이 있는데 수업하지 않은 시간에는 나는 주로 거기서 다음 수업 타임을 기다린다. 오전 첫 수업과 다음 수업 중간에 아이들은 간식 시간이 배정되어 있다. 그래서 간식을 먹기 전에 아이들은 줄을 지어 반별로, 화장실로 향한다. 



오늘도 평소처럼 휴게실 앞은 매우 붐볐다. 화장실에서 먼저 나온 아이들은 손을 허리에 대고 자기 반 줄로 가서 기다렸다. 그리고, 늦게 나온 아이들은 아직도 손을 씻기 위해 세면대 앞에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매번 아이들의 병아리와 같이 삐악삐악 대는 소리에 반해, 휴게실 문에 기대서 이 광경을 구경하곤 했다. 갑자기 어떤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 manfang, 출처 Unsplash




“You may not go.” (당신은 가면 안돼요.)



고개를 내려다보니, 6세 수호라는 아이가 두 팔과 두 다리를 뻗어 내 앞을 막고 있었다. 웬일인가? 방금 수호반에서 수업하고 나왔는데, 수호는 5세 때보다 수줍어 하는 것이 조금 나아졌지만, 하지만 수업 시간에 아직도 개미 같은 목소리로 말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오늘은 왜 이렇게 큰 소리로 할 까. 내가 남자 화장실에 들어갈까 봐 걱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나를 싫어서 하는지. 영문을 모르는 나는 허리를 숙여 초롱초롱한 밝은 수호의 눈을 보며, 이유를 물어보고 싶었다. 내 생각을 알듯이 수호는 다시 한번 영어로 말했다. 




© mparzuchowski, 출처 Unsplash



“You may not go. You stay here.”(당신은 집에 가면 안돼요. 당신은 여기에 계세요.)



나는 수호가 큰 소리로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이 문장을 또박또박 말하는 것을 듣는 순간, 마음이 울컥했다. 무슨 말로 대답해야 할지 망설일 때, 담임 선생님이 부르자 얼른 자기 반의 줄에 들어갔다. 그 수호의 뒷모습은 마치 뒤뚱뒤뚱 걸어가는 새끼 오리와 같았다. 나는 혼자 눈물이 맺힌 채로 서 있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지만, 아이들에게 더 큰 것을 배웠다. 그것은 바로 사랑이다. 



수업을 끝내고 아이들이 나에게 달려와서 고개를 들고 “I love you, Chinese teacher.” 말하는 것이나, 아이들이 항상 활짝 핀 꽃처럼 웃으며 나에게 인사하는 것, 또는 이전에 내 손가락이 아파서 밴드를 붙일 때 입으로 바람을 호호 불면서 염려하는 눈빛으로 나에게 ‘얼마나 아파요, 왜 아파요.’ 라고 물어보는 것.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아이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한국에서 긴 세월을 거쳐 살아왔는데, 무시당했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비록 처음에는 한국말을 못 알아들어서 좀 불편했지만, 그래도 소외감을 그다지 느끼지 못하며 살았던 것 같다. 지금도 가끔 10년 전 같이 일했던 선생님과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중국 여행도 같이 다녀왔다. 또 유치원으로 출강하면, 거기의 선생님과 대부분 서로 배려하며 별문제 없이 지냈다. 



하지만, 이렇게 운이 좋은 나와 달리, 내 친구의 경우는 많이 달았다. 그녀는 자기의 중국 이름을 한국어로 말할 때 너무 어색한 이름이 돼서 항상 놀림을 받곤 했다. 이후에 그녀도 그것에 이미 익숙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방학 동안 다른 선생님은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녀는 계약직이기 때문에 꼭 매일 텅 빈 학교에 나와 있어야 했다. 또한 그녀는 직장에서 친구를 만들지 못해서 항상 그녀 옆에는 외로운 그림자가 붙어 다녔다. 



우리는 비록 같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각자의 생활이 달라서 각자가 느끼는 세상도 다른 것 같다. 내가 오늘 겪은 사랑이 나에게 아름다운 세상이 되었듯이, 다른 모든 사람도 이런 순수한 아이들과 같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또 그것으로 그 순수한 사랑을 배우게 되길 바란다. 그렇다면 아마 세상은 그래도 조금 더 따뜻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 courtneymcook, 출처 Unsplash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는 내내 수호의 말이 머리에 맴돈다. 다음 주 수호를 만나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Thank you. I’m always here.”(고마워, 나는 늘 여기 있을게요)



사랑하는 사람을 그림자처럼 옆에서 머물며 바라봐 주고 지켜주듯이 나도 아이들 옆을 지켜주고 늘 바라봐 주고 싶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남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을 지켜주고 싶다.



© shamblenstudios, 출처 Unsplash



순수한 세상을 나에게 살게 해준 아이들이 나를 소외 받지 않게 대해 준 것처럼 다문화 사회를 사는 모두가 친절하게 “You may not go.”라고 말해 주기를 바란다. 그러면 우리는 혼자가 아닌 세상을 느끼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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