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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웨 Jul 06. 2024

“한국에서 사는 거 어때요? ”


“한국에서 사는 거 어때요? ” 


며칠 전 한국인 글쓰기 선생님은 나에게 물었다. 이것은 처음 듣는 질문이 아니었다. 첫 만남 때마다 사람들은 이렇게 한 번씩 물어보는 것 같았다. 아마 한국에서 잘 적응하고 있나 혹은 자기 나라와 한국이 무엇이 다른 지를 궁금했던 것 같다. 그때는 어떻게 대답할지 잘 몰랐지만. 우연히 어떤 소설책을 만남으로 뜻밖에 내 20년 한국 생활을 비춰주는 기회를 만나게 되었다. 



바로 그 책은 한 독서 모임에서 선정한 책이었다. 베스트 셀러라고 들었지만, 한 달 전 빌렸다가 펼치지도 않은 채 그대로 반납했다. 왜냐하면, 이 책 이름을 볼 때마다 마음속에 슬픔과 학대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7월 두 번째 금요일은 그 책을 토론하는 독서 모임이 있다. 그 책이 다시 필요했다. 그리고, 그날은 점점 다가오고 있어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래서, 나는 뜨겁게 해가 떠 있는 오후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으로 달려가 땀에 젖은 손으로 다시 이 책을 집었다.






© jannerboy62, 출처 Unsplash



나는 마음에 각오를 하고 이 책을 펼쳤다.



1981년 아일랜드 시골 한 소녀는 어머님의 출산으로 인해 여름 몇 달 동안 친척 집에 맡겨졌다. 그 집에는 형제가 많은데 위에는 두 언니가 있고, 아래는 어린 남동생도 있다. 아빠가 술과 도박에 빠져서 임신한 엄마는 혼자서 4명 아이를 돌보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아빠에게는 그 소녀는 밥만 축내고 집안일에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존재였다. 그래서, 결국 아빠는 그 소녀를 먼 친척에게 맡기고 가버렸다. 그곳에서 새로운 부부에게 돌봄을 받고 집안일과 농사일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새 원피스도 받았고, 글 읽기도 배웠고, 그리고 달리기까지 훈련을 받았다. 예전에는 집에서 항상 외톨이였지만, 여기 와서 자기의 부족함을 덮어주고 스스로를 사랑하게 가르쳐 준 그 부부 덕분에 소녀는 그들과 점점 정이 들었다. 그 부부는 아들을 잃은 슬픔을, 소녀를 통해 위로를 받았다. 소녀와 부부는 서로를 통해 마음 깊은 상처에서 점점 해방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냈는데, 드디어 집에 가는 시간이 되었다. 집에 갈까? 여기서 남을 까? 소녀는 어떤 선택을 할까? 




© cameragunsight, 출처 Unsplash



이 이야기의 이름은 바로 <맡겨진 소녀>이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 소녀는 나와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20년 전의 나는 캐리어를 끌고 고향을 떠나 이국의 땅에 정착했다. 남의 집에 오듯이 새로운 언어를 배우려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고 몸부림을 쳤다. 자기 집이 아닌 곳에 살기는 불편했지만 결국 그것이 자신을 더 성장하게 했다. 고백하자면, 나는 한국에 와서 비로소 어른이 된 것 같았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보살핌 속에 자랐기 때문에, 나는 여러모로 부족했었다. 다행히 한국에 와서 다시 처음부터 배울 수 있었다. 김치 만들기, 한국 음식 만들기, 예절 배우기, 언어 배우기, 글쓰기 배우기 등등. 어느새 나는 그 맡겨진 소녀처럼 맡겨진 그 집에 대한 정이 들었다. 그곳에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했고, 그 집의 한 구성원이 되었다. 



그러던 중에 막상 선생님이 또 나에게 물었다. 



“나중에 자기 나라로 돌아갈 생각이 있으세요?”





© tysonbrand, 출처 Unsplash



어려운 질문이었다. 마치 엄마 아빠 중에 누구를 더 사랑하냐는 질문. 또한 어머니와 아내가 동시 물에 빠지면 누구를 먼저 구하냐는 질문 같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먼 미래에 대해 자신을 가지고 확신할 수는 없다. 단지 어디에 있든 나는 최선을 다해서 살려고 한다. 어디에 있든 항상 행복하게 살려는 다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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