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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웨 Apr 10. 2024

도와주고 싶어서 였다. 상처가 될지는 몰랐다.


나는 일주일 한번 국제 유치원에 수업하러 간다. 거기서 담임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는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호주에서 살아본 적이 있으므로 영어를 잘 구사하는 편이다.   만날 때마다 그녀는 항상 밝은 소리로 나와 인사하고, 또한 날씬한 몸에 잘 어울리게 블라우스, 치마, 원피스, 바지, 스웨터, 스카프 등을 바꿔서 입었다. 더불어 뛰어난 아들 2명을 키우고 있어서, 누가 봐도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있는다.



© alexandruz, 출처 Unsplash



어느 날, 내가 다문화 가족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 그녀는 나에게 마음속 간직하던 이야기를 알려줬다. 



10년 전 자녀에게 영어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혼자 두 아들을 데리고 호주에서 3년 동안 살았다. 남편이 한국에서 돈을 벌며 보태 주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그러나 그때 당시 영어를 잘 못하는 그녀가 호주에서 생활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왜냐하면 호주에서는 그녀가 의지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영어를 잘하는 아들을 보면 자기의 희생을 헛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3년 동안 호주에 살면서 겪은 외로움과 어려움은 잊을 수가 없었다. 그녀를 친절하게 도와주는 호주인은 있지만, 그녀에게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이 없었다. 생김새가 호주인과 다르므로, 호주인과 어울리는 것은 힘들다는 점을 그녀가 체험하고 나서 깨달았다. 결국 이렇게 호주 사회의 변두리에서 살다가 한국에 돌아왔다. 


© calebrussell, 출처 Unsplash



어느 날, 그녀는 다문화 가정을 위해 봉사할 기회를 발견했다. 이전에 자신이 호주에서 겪었던 처지를 생각하며 비슷한 처지의 다문화 가정을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어서 바로 봉사 활동을 지원했다. 그녀의 첫 번째 봉사할 대상은 자기와 나이 비슷한 중국 여성이었다. 반 지하실에 살고 있는 그 가족은 한국 남편과 중국 아내, 그리고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 3명이었다. 그녀가 갈 때마다 남편은 집에 없고, 중국 여성과 아이만 있었다. 중국 여성은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해 한국 사람과 상대할 필요 없는 계단 청소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과, 그리고 매일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서 아이도 챙겨야 하고 가정도 챙겨야 한 상황을 그녀가 알게되었다. 



© ries_bosch, 출처 Unsplash



그녀는 그 중국여성과 그의 가정에 많은 것을 도와주려고 애를 썼다. 예를 들자면, 힘들게 살고 있는 그 다문화 여성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 또한 아이를 키우기 위한 한국의 교육 정보를 알려주는 것. 처음에는 그 중국 여성은 그녀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다. 하지만 몇 개월이 지나자, 그 중국 여성은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다고 봉사 센터에게 전화했다. 그녀는 그 말을 듣고 나서 머리 위에 갑자기 번개가 치듯이 충격을 받았다. 그 외로운 중국 여성에게 친구가 돼주고 싶고 진심으로 도와주려고 했는데, 왜 거절을 당했는지 도저히 영문을 모르겠다. 



왜 그랬을까?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나까지 궁금해졌다. 아마도 그 중국 여성은 아름다운 그녀를 볼 때마다 매우 괴로움을 느꼈을 것 같다.  자신의 이 고달픈 인생을 동갑인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고, 또한 그녀를 볼 때마다 자신이 더 초라해진다고 생각했을 소도 있다. 예쁜 옷을 입은 것과 화장을 하는 것은 자신에게는 지극한 일상이지만,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는 그것이 상처 될 수도 있다는 것도 나중에서야 깨닫게 되었다고 그녀가 말했다.



“도와주고 싶어서 였다. 하지만, 상처가 될지는 몰랐다.” 


© alesmaze, 출처 Unsplash



그 말이 나에게 말하는 건지, 그 중국 여성에게 말하는 건지, 혹은 자신에게 말하는 건지 잘 모르지만, 그 말은 진심이었다는 것을 나는 느꼈다. 그녀가 다른 사람을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주려다가 자신도 상처받고 상대도 본의 아니게 상처를 받은 것 같았지만, 그 선한 의도를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눈에 드러나거나 눈에 드러나지 않거나 어찌 되었든 간에, 그녀와 같은 사람의 도움으로 인해 다문화 여성인 우리는 한국에서 그나마 어느 정도 정착할 수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말하고 싶다.



“여러분의 수고는 헛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지금도 이곳에 살고 이 글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 towfiqu999999,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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