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탈출 가이드 (2)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한 몇 가지 방법
지난 글에 이어 제가 직접 진행했던 우울증 치료방식을 공유합니다. 저의 지극히 주관적인 입장을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혹시나 올바르지 않은 정보가 있다면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지난 글에서는 일반적인 사람들도 알 수 있는 기본적인 정보들을 공유했습니다. 그렇지만 매우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에 꼭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지금부터 나눌 정보들은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많은 도움이 되었던 방법들이기 때문에 기존의 방식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셨다면 한 번쯤 시도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4) 인지행동치료(CBT)
인지행동치료는 '잘못된 생각과 그로 인해 발생되는 행동을 교정하는 치료방식'입니다. 우울증 뿐만 아니라 조울증, 불안장애, 각박장애등 여러 질환에 활용하는 치료법입니다. 조울증 발병 초창기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 당시 약물치료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몇 차례 조증이 재발하고 우울증이 심각해지면서 약물치료와 상담치료 외 다른 다른 치료를 병행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자세한 정보를 찾게 되었습니다. 감정과 생각, 행동은 서로 많은 연관이 있어 생각을 통해 행동을, 행동을 통해 감정을 교정하는 방식의 치료입니다.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인지왜곡'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지왜곡'은 일반적인 상황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일종의 잘못된 필터 같은 것이죠. 예를 들어 친한 친구와 길에서 마주쳤는데 친구가 무심하게 나의 인사를 무시하고 지나갈 때, 속으로 '나 친구한테 뭐 잘못했나? 왜 무시하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못 봤나 보다. 바쁜 일 있나 보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도록 긍정적인 생각으로 교정하는 방식의 치료입니다. 이 치료는 다른 치료에 비해 환자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이 중요한 치료입니다. 효과를 보기까지 짧은 않은 시간이 걸리며, 매일 10~30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치료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게 된다면 다른 치료에 비해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만족감이 높습니다.
이 치료방식을 진행하고자 했을 때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기관을 찾아봤으나 아쉽게도 제가 사는 동네 주변에서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혼자 해보자는 마음을 먹고 관련 서적을 찾아보게 되었고 커뮤니티를 통해 데이비드 번즈의 'Feeling good'이라는 책을 알게 되어 구매했습니다. 이론적인 이야기와 더불어 여러 가지 유용한 실천 방법에 대해 나와있지만 극심한 우울증 상태일 때라 인지기능 저하로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쉬운 방법을 찾아보고자 했을 때 유튜브에서 '이웃집 블루'라는 채널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신전문간호사이신 한나(insta_@hello.ung)님께서 다년간 직접 임상에서 환자들에게 진행했던 치료방식을 따라 하기 쉽게 영상으로 업로드해 주셔서 치료를 시작하는 초기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선생님이 직접 그린 아기자기한 그림과 잔잔한 BGM, 쉽고 친절한 설명등으로 접근하기 용이해 인지행동 치료를 시작해보고 싶다면 해당 채널 방문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30일 과정 가이드북을 별도로 판매하고 있는데 가격대비 구성도 정말 좋고 인지행동치료에 입문하기에 적합한 내용이라 적! 극! 추천합니다. 물론 'Feel good'도 추천합니다. (광고 같지만 절대 아닙니다! 내돈내산입니다!!)
5) 명상
일반적으로 명상이 무엇인지는 알지만 어떤 효과를 갖고 있는지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종교적인 색깔이 강하다고 생각해 저 또한 명상을 시작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주환 교수님의 명상강의를 보고 명상이 종교를 떠나 뇌과학적으로 심신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양에서는 명상의 중요성을 알고 명상센터를 운영하는 회사가 있을 정도로 명상은 정신과 육체 모두의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부정적인 감정과 몸의 긴장을 감소시키고 뇌의 긍정적인 기능을 활성화시켜 불안장애, 우울증 등 정신장애뿐 아니라 만성통증에도 도움 된다고 합니다. 불안하고 불편한 감정이 올라오거나 부정적인 생각들이 스며들 때면 조용한 환경을 찾아 명상을 하곤 합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호흡에 집중하며 명상을 하면 몸의 긴장이 풀리면서 불안한 마음이 가라앉게 되더라고요. 아직은 입문하는 단계라 많은 정보를 드리지 못하는 점 죄송합니다. 더 많은 정보를 원하신다면 유튜브에 '김주환 교수님'의 명상강의나 '내면소통' 책을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내면소통'은 생각보다 양이 많고 어려운 내용들이 있어 저는 읽다가 잠시 멈췄습니다.)
6) 내면아이치유(무의식 정화)
내면아이치유는 우연히 유튜브 채널(러브포레스트)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무의식이라는 창고에 여러 가지 기억과 감정을 쌓아둔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무의식이기 때문에 우리는 알아차릴 수 없지만 그 감정들은 고스란히 남아있어서 비슷한 상황에 놓이면 그 감정들이 올라온다고 합니다. 과거의 받은 상처의 기억과 감정을 지금의 내가 고스란히 함께 느껴주면서 그때의 감정을 해소해 주는 방식의 치료입니다. 끌어당김의 법칙과 같이 비과학적인 방법이지만 많은 분이 내면아이치유로 인해 해방감을 얻었다고 해요. 다만 저는 해당 방법을 사용하는 중 머릿속에서 대화가 이루어지는 비정상적인 증상이 생겨 중간에 그만두었습니다. (아마 제가 조울증 환자라 다소 예민해서 그럴 수 있어요!) 해당 치료방법이 궁금하시다면 유튜브에 '러브포레스트'나 '하루의 사랑작업' 채널을 추천드립니다.
7) 감정일기&감사일기
누구나 어릴 때 일기를 쓰게 됩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 매일 일기를 작성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감정일기와 감사일기는 단순히 하루일과를 적는 것이 아닙니다. 감정일기는 하루동안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그 감정은 몇 점정도 되는지 적습니다. 일기를 쓰면서 얼마나 다양한 감정을 느꼈고, 수치화된 감정들은 나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었는지 알게 됩니다. 나중에 찬찬히 일기를 읽으면서 나의 감정이 어떤 식으로 변화하는지 알 수 있는 척도가 됩니다. 감정일기는 조울증 환자가 자신의 감정상태를 추적관찰 할 수 있다는 말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감사일기의 효과는 많은 분들이 인정하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의 변화, 작은 것에 느끼는 행복, 대인관계의 회복등 여러 가지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사실 감사일기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너무 우울할 때는 그 어떠한 것에도 감사하지 않다고 느끼니깐요. 저도 일상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을 때 조금 더 나은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효과는 기대 중입니다!)
8) 건전한 취미활동(글쓰기)
우울증에서 점점 벗어나면서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싶었습니다. 취업 활동을 하기엔 아직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해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쉬는 날에는 너무나 무료했습니다. (창피하지만 영어공부를 시작했다가 흥미가 떨어져 포기했습니다.) 예전에 좋아했던 작곡과 피아노연주도 생각보다 재미있지 않았습니다. 매일 웹툰을 보며 시간을 보내던 중에 한 친구가 글을 써보는 게 어떻냐고 물었습니다. '너 정도 인생이면 막장드라마감이야'라며 우스갯소리로 얘기하며 브런치스토리를 알려주었습니다. 처음엔 큰 기대 없이 그냥 과거 기억들도 정리할 겸 적어보자 생각했는데 독자님들이 눌러주시는 하트가 저에겐 색다른 감동이었습니다. SNS에서 받았던 '좋아요'와는 차원이 다른 느낌의 '좋아요!!'였습니다. 주변 지인들의 반응 또한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좋았습니다. 한동안 스스로 무가치하고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다고 느꼈던 저에게 새로운 재주가 있다는 것을 느끼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별다른 취미가 없는 사람에겐 취미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의외의 것에서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을 이번에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을 읽고 있는 힘든 독자님이 있다면 저도 했으니 당신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글쓰기 강추!)
그 밖에도 많은 치료 방법들이 있습니다. TMS(경두개 자기 자극술) 치료도 관심이 있어서 자료를 찾아봤으나 제가 다니고 있는 병원에서는 시행하고 있지 않아서 진행할 순 없었습니다. 미술치료, 음악치료, 자연치료, 동물치료등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습니다. 제가 사용했던 방식들이 여러분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플라시보(placebo) 효과가 있듯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면 어떤 치료든 긍정적인 효과를 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울감에 빠져있다면 아무것도 할 의욕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하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우울하지 않았습니다. 맛집에서 줄을 서며 기대하기도 했고, 휴대폰으로 예쁜 저녁노을을 찍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그 감정들이 영원하지 않은 것이라고 믿습니다. 조울증 초기에 읽은 책에 이런 문구가 있었습니다.
"완치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회복될 순 있다."
오늘도 여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있음에 감사하고, 소중한 시간에 저의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당신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입니다!(찡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