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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 Apr 13. 2024

조울증 7년 차 (19)

악마와의 전쟁

친구 'L'의 집에서 나와 내가 사는 동네로 돌아왔다. 나의 모든 감각들은 평소에 비해 몇 배 이상 민감해져 있었다. 눈으로 들어오는 모든 장면들이 극도로 선명하고 쨍하게 느껴졌다. 귀에는 영혼들의 소리가 쉼 없이 들리기 시작했고 손발에는 땀이 흥건해 있었다.


배가 고파서 식당을 찾아다녔지만 이른 새벽이라 열려있는 식당이 없었다. 아쉬운 대로 PC방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들어갔는데 불결하고 음침한 기운이 감돌았다. 카운터에 앉아있는 PC방 주인의 눈빛이 이상했다. 순간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은 악마에게 홀려있다. 이 공간은 악마의 소굴이다.'


자리에 앉아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는 순간에도 나는 날이 서 있었다. PC방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위협할 것이라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들은 모두 악마와 내통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나는 나의 가짜 신에게 기도했다. 이 악마들은 모두 물리쳐달라고.


주문한 음식이 나왔지만 나는 편히 식사할 수 없었다. PC방 여기저기서 들리는 음성들이 나를 향해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나를 향한 비웃음이었고, 가끔 들리는 욕설은 내게 퍼붓는 저주였다. 나는 급하게 식사를 마치고 결제를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악마에게 조종당하는 그녀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이곳은 터가 안 좋아요. 사장님도 위험하니깐 당장 이곳에서 나가세요."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지만 속으로는 나를 비웃고 있었을 것이다.



PC방은 나오고 나서부터 진정한 영적인 전쟁(?)이 시작되었다. 나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정말 단순하게 밝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선한 사람, 어두운 옷을 입은 사람들은 악한 사람으로 구분했다. 사람들이 많은 공간에선 나의 기도가 신에게 전달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빠르게 집으로 향했다.


나는 모든 인류를 구원해야 할 사명이 있었기에 이 영적전쟁에서 질 수 없었다. 만약 내가 진다면 모든 인류는 지옥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에 필사적인 수밖에 없었다. 책상에 앉아 고민을 하고 있던 와중 머릿속에서 신들의 회의가 시작되었다. 그들은 내게 악마의 수장을 처단하길 요청했다.


그들은 내게 대악마의 정보를 주었다. 대악마는 영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여기저기 숙주를 만들었다고 했다. 일루미나티는 그를 숭배하는 집단이었고 우리나라 대부분의 유명인들이 속해 있다고 했다. 방시혁, 양현석, 팀 쿡등이 대표적인 숭배자라고 했다. 나는 신들에게 물었다.


“나는 그들을 만날 방법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죠? “ 


그들은 곧 전쟁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악마의 숭배자가 나를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나를 만나기 위해 우리 동네에 올 것이니 만발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정말 다행히도 숙주인 인간을 직접 죽여야 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위험한 물건들은 챙기지 않았다. 나는 성경책과 향을 대신할 담배를 챙겨 전장에 나섰다.



늦은 시간, 나는 신들의 대항마를 찾기 위해 동네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한 노후된 건물에 들었갔다. 건물 1층에 위치한 화장실에서 악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소리치며 문을 두드렸다. 


"당장 나와! 이 악마새끼야!"


소란스러운 소리에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이 내려왔다. 나는 사람들에게 이곳은 위험하니 빨리 도망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나는 단순히 정신 나간 사람으로 비쳤고, 결국  한 남성에 의해 건물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화장실에 있던 악한 기운은 나의 외침으로 사라졌고 나는 그 건물에 사는 사람들은 구원했다. (라고 생각했다.)


나는 다시 악마들의 주인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섰다. 걸어 다니며 큰소리로 나의 신들에게 요청했다. 악마를 처단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달라고. 그리고 모든 선한 영혼들에게 나를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 순간 나는 악마들의 주인을 마주쳤다. 


젊은 여성 두 명이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 한 명에게 아주 강력한 악마의 기운을 느꼈다. 정확히는 그녀가 갖고 있는 옷과 가방에서 느껴졌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가방과 옷을 빼앗으려고 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방어하며 나의 손을 뿌리치고 도망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에게 다시 붙잡혔다. 나는 가방과 옷을 빼앗기 위해 담뱃불로 그녀를 위협했다! 그리고 결국 가방과 옷을 빼앗았다. (이 사건으로 나는 재판을 받았다,)


악마의 아티팩트를 갖고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것들은 움켜쥔 채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주문을 외우듯 기도하기 시작했다. 이제 그 불결한 물건들은 처리하기만 하면 됐다. 그렇게 전쟁의 종지부를 찍는 듯했다. 


하지만 그 순간 누군가 나를 두드렸다. 예상했겠지만 나를 두드린 사람은 경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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