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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양 Oct 15. 2024

어느 8년 차 간호사의 퇴사이야기


 중환자실 3년 차에 좋아했던 선생님이 퇴사를 했다. 아이를 키우는 일에 집중하기 위해 퇴사한다고 담담히 말씀하셨다. 그리고는 퇴사일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하루를 보내고 가셨다.


 중환자실 3년 차, 스물여섯 인 나는 선생님의 퇴사에 별 생각이 없었다. 그냥 좋은 선생님이 함께 일을 하지 못하게 되다니 아쉽다는 생각뿐이었다.


 나이가 들고 14년 차 간호사이면서 서른 일곱 살인 내가 되고 보니 선생님의 글에는 많은 아쉬움들이 보였다. 그리고 선생님의 진심 어린 따뜻함이 보였다.



 그동안 여러분께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르죠.

 선생님 한분 한분께 작별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네요.

 작은 인사말이라도 적어서 선물을 드리고 싶었는데 워킹맘의 하루는 그런 시간조차 여유가 없네요.

 처음 중환자실 식구들께 인사드렸던 그날이 어제일 같은데 벌써 8년 전 일이에요.

 지금까지 제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가장 힘들고 슬펐던 시간을 중환자실 식구들이 함께해 주셔서 오늘까지 제가 일 할 수 있었습니다.

 어제 퇴근길에 지난 8년의 시간을 회상하며 찔끔 울었네요.

 우리 식구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비록 힘들었지만 모두 덕분에 아름다웠어요.

 밤새 긴장 속에 환자 곁을 지키다 충혈된 눈과 퉁퉁 부은 눈으로 퇴근하는 일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지만 결코 당연하지 않은 일이며 세상 그 어떤 일보다도 어떤 가치로 보상된다고 해도 다 할 수 없는 숭고하고 아름다운 일이라 생각해요.

 

 함께 일했던 선생님들 모두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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