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되고 걱정은 안 되는 NZ 부. 자의 <돈. 걱정 환전소>
부자아빠: 어릴 적, 많이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기억도 적지 않아.
행복이라는 감정은 참 묘한 것 같아. 어릴 적 의식주 어느 것 하나 변변치 못했는데... 지구촌 오지 어느 난민촌에 비견될 만큼 열악했는데... 그때의 배고픔과 비루함 보다 소소한 기쁨이 더 많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그때 정말 걱정 근심보다 행복이 더 많았던 걸까?
단지 지금의 내 기분이 그런 걸까?
행복을 수 십 년간 연구하고 그 실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대부분의 삶을 사는 사람이 쓴 책이 있다면 행복을 제대로 말해줄까? 행복과 과학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한 쌍이라 처음에는 그저 그렇게 생각했는데...
수 십 년간 찾아 헤매던 내 뜬구름 같은 행복을 무지갯빛 솜사탕으로 만들어 내 손에 쥐어 주었다.
이런 매직은 내 생애 처음이다! <행복의 기원>은 판타지의 대가 조앤 롤링이 쓴 <해리포터> 만큼 판타스틱한 책은 아니지만 뜬구름이 솜사탕으로 바뀌는 마술 같은 책임에는 분명하다.
부자아빠: 아이러니하다.
가난한 아들: 뭐가요...?
심리과학자가 쓴 책이 판타스틱한 것도 그렇고 뜬구름 같은 행복을 솜사탕으로 만드는 매직을 보여준 사람이 심리과학자라는 사실도 그렇고.
아무렴 어떠랴,
나는 이제부터 무지갯빛 솜사탕을 즐겨 먹기로 했다. 월화수목금토일, 빨주노초파남보... 그때그때 즐겨 먹는 재미도 있을 것 같고 길거리 솜사탕처럼 이 썩을 걱정 안 하고 즐길 수 있을 것 같고 결정적으로 당뇨걱정 없는 무가당 솜사탕이라는 점이 제일 좋다.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에서 내가 발견한 '행복은 무가당 솜사탕'이다.
[제대로 된 행복을 알려 준 저자에게 정말 고맙다! 새로운 창업 아이템 (무가당 솜사탕 체인사업...)의 힌트를 준 것도!]
나는 이제부터 <돈. 걱정 환전소>에 오시는 모든 분들께 <무가당 솜사탕>을 무료로 나누어 줄 생각이다.
이 세상 어느 환전소에서도 해 본 적 없는 마케팅...
'너무 바빠지면 어쩌지...'
'환전소를 킨텍스처럼 넓은 곳으로 옮길까...'
(우물에서 숭늉 먹는 이 버릇 언제쯤 고쳐지려나...)
아무튼,
내 어릴 적에 행복은 무가당 솜사탕이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아마 지금처럼 <돈. 걱정 환전소> 따위는 차리지 않았을지도 몰라...
부자아빠: 네가 태어났을 때가 생각난다. 흰 눈 내린 추운 겨울이었지…
가난한 아들: 아빠는 요…? 그때도 눈이 왔겠죠? 아빠도 할아버지께 어렸을 적 얘기 들으신 적 있어요?
부자아빠: 그럼. 아버지가 기분 좋게 술에 취하신 날이면 가끔씩 옛이야기를 해 주셨지…
1964년 12월, 파란색 별 한 귀퉁이 작고 가난한 반도, 하필이면 겨울, 썰렁한 어느 무허가 집 문간방, 한 사내아이가 불시착한다.
서울 마포 서교동 ( 나중에 합정동 로터리, 지금의 9호선 합정역 어디쯤… ) 그럴듯하게 지어진 허가받지 않은 집은 내 엄마 아빠의 신혼집이다. 어느 날 우리 집에 빠루와 큰 망치를 든 철거반원들이 들이닥친다. 그때 어린 나는 울며 불며 “왜 우리 집을 부수는 거야!!” 소리치며 그들에게 악을 쓰며 대들었다. 아무 대책도 없이 쫓겨나야 했던 세 식구는 그곳 보다 더 변두리로 부랴부랴 세간살이를 옮겨야 했다.
망원동 뚝 방 동네
고향 떠나 힘겨운 서울살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가장 허름한 곳이었다. 서울 시내 곳곳 재래식 변소에서 퍼 올린 분뇨가 이곳 너머에 넘치도록 모인다. 분뇨처리장은 커다란 사각형 수영장처럼 생겼고 냄새를 풍기며 한강을 바라본다. (50년이 지난 지금은… 한강을 바라보며 진짜 수영장이 있다.)
촌스러운 녹색 페인트칠이 된 똥차는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일개미들이 행진하듯 줄 지어 뚝 방을 오고 간다. 동네 쪽으로 바람이 불어온다. 흙먼지와 똥 냄새가 오묘한 조화를 이루며 뚝 방 동네로 스며든다. 저 멀리 같은 편 쪽 난지도에는 쓰레기가 산이 되고 있다. (지금은 하늘공원으로 환골탈태… 오! 놀라워라…)
드넓은 난지도 땅콩 밭, 길고 긴 한강, 그 강 따라 이어진 뚝 방, 어지럽게 널려 있는 판잣집, 그 사이로 난 미로 같은 골목길, 지저분한 실개천, 우물, 뚝 방 흙벽에 아무렇게나 자라난 까마중, 강아지 풀, 야생화, 그리고 마 굿간, 외양간, 당근 밭, 항아리 굽는 커다란 흙 가마, 제2한강교, 양팔 양다리 크게 벌린 채 우뚝 서 있는 흰색 유엔 탑 (6.25 전쟁 참전국가와 참전용사를 기리는 기념탑, 지금은 없어졌다.) 그리고 멀리 조그맣게 국회 의사당이 보인다. (그때는 거기가 여의도인줄도 몰랐지만…)
'아… 내 어릴 적 풍경들…'
‘흙먼지 가득한 미로 같은 세상…' 그래도 그때 가 그립다. 친구들 생각도 나고... '이곳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며 막연하게 부자 어른을 꿈꾸었던 곳...
AFKN 속 세상
판잣집 쌀쌀한 저녁, 잡음 섞인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꼬부랑 소리, 아빠의 아빠가 AFKN (American Forces Korean Network)을 듣고 계셨지. 가난한 살림살이에 어울리지 않는 몇 개의 미제 용품들은 한 때 잘 나갔던 네 할아버지의 청년 시절 흔적들이다.
할아버지가 지은 연립주택에서 살게 되며 살림살이가 조금씩 나아지던 어느 날 우리 집에도 텔레비전이 들어온다. 브라운관 앞에 짙은 나무 색 주름문이 있고 열쇠 구멍도 있다. 네 다리로 서는 큼지막한 금성 텔레비전이 설치되는 모습을 보며 왠지 가슴이 웅장 해졌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끝나면 정규방송도 끝이 나지만 TV속에 선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가난한 우리 동네에선 꿈조차 꿀 수 없는 AFKN속 미국이란 세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뭉게뭉게 동화 같은 꿈을 꾼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