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가 주렁주렁
아는 사람만 아는 감자는 줄기식물이라는 사실
마트에 가면 햇감자가 나오는 시즌이다.
한 알 한 알 뽀얗게 분이 오른 감자를 보면 그저 그 동글동글한 감자가
내가 가진 감자의 이미지일 때가 있었다.
감자를 심어 보기 전엔.
감자를 심어서 수확해 보니..
쌀이 나무에서 열리는 거 아니냐는 초등학생의 질문처럼.
나 또한 감자가 뿌리에서 그렇게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일 줄은 상상도 한 적이 없던 걸 알게 되었다.
그렇게 줄기 채 감자를 캐고 있다가 옆에 거들러 잠시 들린 초3 아들이 말한다.
"엄마 감자도 탯줄이 있는 거야?"
초등생은 초딩이 아니고 위대한 나이라고 다시금 생각한다.
쌀이 나무에서 열리는 거 아니냐는 그 우습게 느꼈던 질문도 생각해 보면 벼가 왜 나무가 아닌지
(학술적인 분류의 기준을 떠나)
주렁주렁 열매 맺는 볏단을 나무로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지.
감자의 줄기를 탯줄로 비유할 수 있는 것이지.
내가 어리석은 것이다. 아이들이 우스운 게 아니라.
막내아들의 질문덕에 알알이 달린 감자를 떼면서 생각한다.
그래 아무리 큰 감자든 작은 감자든 먹으려면 탯줄에서 떨어져 나가야 돼.
감자가 동글동글 예쁘길 기대는 하지만 정말 감자의 모양이라는 것이 하나하나 모두 다 제각각인 게 자연스러운 것이듯이, 아이들도 각각 다 다른 게 당연한 것이 아닌가.
세명의 내 아이들도 그렇고 18명 같은 반 아이들도 그렇고 나아가 모든 사람이 다 다른 게 맞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하트감자, 엉덩이 탐정감자, 작은 감자, 길쭉한 감자 모두가 감자이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