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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들레 Nov 13. 2024

이상한 하루의 시작

전기가 없는 나라의 아침 차리기

기상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나 핸드폰을 충전기에 꽂는데  뭔가 이상했다. 뭐지? 하면서 화장실로 가니

화장실 등이 들어오지 않았다.

등이 나갔나? 하며 둘러보니 비데의 전원도 꺼져있다. 뭔가 이상함의 실체는 전기가 나간 것!

충전기에 핸드폰을 꽂으면 충전 등이 켜지는데 등이 안 켜진 게 잠결에도 평소와 다름을 느꼈던 거다.

아 차단기가 내려갔겠구나 하고 본 것은 있어서 핸드폰 후레시를 고 차단기를 확인하는데 차단기는 그대로다! 엥???

그 순간부터 머릿속이 하얗게 됐다.


인덕션! 일단 국을 못 끓이니 패스.

전자레인지! 밥도 못 데우니 패스.

컵라면이나 끓여줘야지 하고 포트 앞에 가서 전기 코드를 꽂고 깨달았다. 아... 물도 전기로 끓인다!


새벽녘 어스름한 어딘가에서 신랑이 걸어 나와 전기가 떨어졌는데 우리 집의 문제는 아닌듯하다고.

한전에 전화했으니 곧 올 때가 됐단다.


당신 밥을 할 수가 없는데 시리얼 먹을 거예요?

하니 웃으며 편의점 도시락을 사 먹겠단다.

정확히 그 말을 마침과 동시에 전기가 들어왔다.

맛난 편의점 도시락이 날아갔네라고 말하며 부랴부랴 아침을 준비한다.


전기가 없어진 아침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새삼 느꼈다. 

주전자라도 하나 구비해 둘까? 버너는 다행히 있네. 이런저런 생각 끝에 6시쯤 접수받아 7시에 수리를 하고 간 한전 직원분 생각도 난다.

저분들은 24시간 대기하시겠구나.

전기가 없으면 할 일이 없고.

그걸 고쳐주는 사람이 없으면  수가 없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고사홍 할아버지의 유언이 생각난다.

"사는 동안 도움받지 않은 이가 없다"


내가 모르던 분들의 도움으로 나는 아침을 차렸다.

아침뿐이랴 점심도 저녁도 그렇다.

나 또한 도움 받지 않은 사람이 없구나 느끼는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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