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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모리 Jul 03. 2019

[월간 안전가옥] 4월 by Hayden

#월간안전가옥 #일터 #일의단상

낯선 것이 낯선 것이 아닌 것이 될 때, 우리는 그것을 우리의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월간 안전가옥 4월 by Hayden


입사 후 3일 만이었던가. 구성원 모두가 회의실에 꽉 둘러앉아 종일 워크숍을 진행했다. 지난 분기 사업에 대한 리뷰가 있었고, 그중 앞으로 이어갈 것과 버릴 것을 추렸다.

고백하건대 나는 사실 워크숍을 좋아한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고 워크숍의 아젠다가 없이 단순 보고로 시간을 허비하거나 불확실한 미래에 아무런 대비 없이 내던져지지 않기 위해 ‘다음’ 과제를 뽑아내지 않는 경우라면 아주 못 견뎌 한다.


일이 표류하지 않기 위해서는 앞단에 선행되어야 하는 일이 있다. 바로 불확실한 의미를 확실히 하는 것, 언어를 통일하는 것, 우리가 모두 어딜 보고 갈지 깃발을 꽂는 것. 이번 워크숍은 다행히도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날이었다. 이날 우리는 우리가 지향하는 콘텐츠의 대략의 상을 합의했다. 가장 흥미롭고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에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모두의 얼굴이 ‘우리 지금 되게 진지해.’ 하는 표정이었다.

스토리 피디 신이 <안전가옥 콘텐츠 곤조>라는 이름으로 윤곽을 그려왔다. 그가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갸우뚱하기도 하며 우리는 우리 각자가 가진 것을 동원해 덧그림을 그렸다. 입사 3일째인 나는 안전가옥에 대해 조금 더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아, 여긴 이런 것을 하고 싶어 하는 군! 공동의 약속을 확인하는 자리, 그 첫 단추가 끼워지는 날이었다. 우리는 이날을 오래 기억해야 한다.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인가? 아니, 그래야 우리는 표류하지 않는다.


척하면 척하고 알아듣는 경험은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꽤 큰 희열을 느끼는 일이다. 내가 발화한 것을 상대가 곧바로 알아듣고 ‘막바로 이야기의 핵심으로 진입하는 것’이야말로 ‘당신과 나는 동료’라는 마음을 굳히고, 그 안에서 동료애가 싹튼다. 동료애란 함께 밥을 먹고 옆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함께 일하는 경험 안에서 ‘내 말을 당신이 알아듣고, 당신이 원하는 것을 내가 아주 잘 알지!’ 하는 경험이 쌓여야 생기는 감정이다.

서로가 조금씩 다르게 지칭하는 단어를 통일하는 것부터 명확하게 재정의하는 것, 담당자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지난 시간 동안 열심히 고민해서 윤곽을 그려오면 구성원 모두가 거기에 머리를 맞대고 덧그림을 그리고, 채색하고 종국에는 근사한 것을 빚어내는 일. 나는 언제나 이런 일들을 아름답다고 느낀다. 그것이야말로 조직의 힘이고 조직이 조직이라서 할 수 있는 일이다. 혼자서 하는 일은 실수는 적을 수 있어도 때론 힘이 없다. 그러나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커다란 일은 잘만 되면 큰 파도가 된다.


이어서 우리에게는 ‘안전가옥을 뭐라 정의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이어졌다. 많은 스타트업이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명확한 언어로 정의하지 못해서 애를 먹는다. 그 어려움의 원인은 두 가지인 것 같다. 일의 세그먼트가 더 세밀하게 나뉘고 있지만, 사업 개념을 정의하는 단어의 가짓수는 여전히 폭이 좁아서 단박에 정의되지 않거나, 사업의 가짓수가 정리가 안 되었거나 메인 비즈니스가 아직 자리를 못 잡았거나. 


안전가옥은 여러 번의 변화를 거치면서 안전가옥을 정의하는 말들도 달라져야 했다. 아이가 커갈수록 자기 몸에 맞는 옷을 입듯이 어떤 조직은 시작과 현재 시점이 달라서 새로운 포장이 필요하기도 하다.


여전히 안전가옥은 사람들에게 낯선 회사다. 누군가에겐 출판사로, 누군가에겐 라이브러리로, 누군가에겐 카페로, 누군가에겐 책으로 인식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 모두 안전가옥이다. 이제부터 좀 더 조각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을. 그날 우리 구성원 모두는 알았을 것이다. 이것은 뤽만의 고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머릿속에서 자신이 맡은 일과 관련해 퍼즐 조각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모여 하나의 그림이 될 것이다.


낯선 것이 낯선 것이 아닌 것이 될 때, 우리는 그것을 우리의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5월은 18일에 있을 마켓을 통해 여느 때와 조금 다르게 공간을 쓴다. 좀 더 많은 사람이 모일 것이고, 평소 안전가옥을 찾지 않았던 사람들이 오게 될 것이다. 그들은 안전가옥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게 될까. 궁금함과 기대감이 든다.


본격적으로 분주해질 5월, 경쾌한 리듬의 회의와 단단해지는 동료애와 적확한 해결책을 입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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