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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o Jul 31. 2024



춤이란 건 추고 흘려보내야 하는 거지만

나는 그걸 붙잡고 꽉 쥔 채 왜 계속 들여다보기만 하는 거지?



내 친구들도 다 나를 이상하게 본다.

걔넨 다 춤을 별로 안 좋아하니까.



내가 할아범이 되어도 그때 밟아보지 못했던 스텝들이 눈에 아른거릴 것 같다.

어쩌면 한국에선 배제된 선택권이라 그들이 운이 좋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날 밤 파티는 끝내줬어 라며 심야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털어버릴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언제나 신기루라 생각했던 것들이 

의외로 발 앞 웅덩이 속 담긴 선명한 물그림자인 경우들도 더럿 있었으니까. 



누구나 그럴만하겠지만 나는 어떤 삶의 구역들이 있나 생각하게 된다.

내가 발 담글 수 있는 곳과 아닌 곳. 



나는 사랑과 춤과 고요를 잊어야 했다.



내 친구는 뭘 잊어야 했지?

외로움을 잊어야 했다고 한다. 

조금 수지타산이 안 맞는 것 같지만

춤을 추지 못해 서성거리는 내 그림자를 탐내는 사람도 있겠지. 



집 옆 호텔에 가서 하루종일 처박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차마 그런 곳에 돈을 쓸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 옆 프랑스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던 것도 잊어먹어 버렸다.



가야지.



춤과 사랑을 생각하며 저녁을 먹겠지만 가야겠어.

그걸 해봤다고 말해야겠다.



춤을 춰봤지만 달의 뒷면에 차마 밟을 수 없었던 스텝들을 남겨놓은 것처럼

그 호텔과 그 음식점도 그곳으로 인도해야겠다.



누구보다 최전선에 있었지만

보상의 달콤함은 맛도 못 봤다고 그곳의 추모비에 적어야겠다.



춤과 사랑을 누리는 저 녀석들에게,

튀어버린 파편에 망가진 삶을 고쳐놓으라고 말하지 못했다는 걸 기록해 놔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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