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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온 Sep 08. 2024

책 '오로라' 리뷰

동족혐오, 혹은 자기 연민

* 이 리뷰는 스포가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스포를 원하지 않는 분은 뒤로 가기 눌러 주세요.


* 이 글의 내용은 철저히 작성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점을 밝힙니다.



★★★☆☆


다 읽는 데까지 19분 밖에 걸리지 않은 소설이었다. 그만큼 리뷰 쓸 게 없어 감상평을 쓰기까지 많은 고민을 한 책인데... 기록을 남기긴 해야 해서 뭐라도 적어 보려 한다. 분량이 짧아도 이해해 주시길 바라며....


사실 크게 느낀 게 없었다. 내 기억에 콕하고 박힐 만큼 인상 깊지도, 좋지도,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은 책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갑자기 주인공이 '자유로운 오로라'가 되고 싶어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이게 무슨 의식의 흐름이지?라고 느꼈고, 동시에 제주도에 가며 주변 사람들에게 잠수를 탔다는 면에서 (동족 혐오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게 불쾌감을 주었다. 동족 혐오라고 한 건... 나도 그러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 의미에서 사실 '나'가 말한 '자유로운 오로라'가 뭔지 알 것 같다. 가끔, 아니 솔직히 말하면 자주 다른 사람들, 관계들로부터 해방되어 온전한 나로 지내는 상상을 하며 보낸다. 이 작품 속 '나'도 그런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 보니 공감이 되었고, 그런 주인공을 이해하는 내가 싫었다.


쓰다 보니 이중적인 사람이 된 거 같네... 그렇지만 요지는 '나'가 아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소설 속 인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허구적이진 않고 현실 속에 있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어느 정도 '그럴 수 있지' 하는 마음이 생긴 것 같기도 하다. 이 마음이 나와 비슷하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자기 연민인지, 그저 주인공을 온전히 이해하는 마음인지 잘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어찌 됐든 주인공인 '나'에 대해 단순히 부정적인 시각만을 가지게 된 건 아니라는 점 아닐까.


'하루만이라도 연락 다 끊고 지내고 싶다', '다 때려치우고 잠수 타고 싶다' 이런 생각 안 해 본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사람이고. 그걸 실제로 작중에서 실현시켜 준 사람이라는 점에서 '나'가 밉게 보이지만은 않았고,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책으로 남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언젠가 현실에서 잠수 탈 계획을 세우고 있는 사람이라면... 응원한다고 꼭 말해 주고 싶다. 주변 사람들은 당황스러울 수 있겠지만 그건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한 것뿐이라고, 언젠가 당신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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