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나서 우울해지는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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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의 내용은 철저히 작성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점을 밝힙니다.
★☆☆☆☆
정말... 웬만해선 1점 안 주는데. 여러 모로 최악의 소설집이었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읽어 보라고 추천받지만 않았어도, 서점에서 잠깐 책을 펴 보기만 했어도 절대 내가 선택하지 않을 부류의 책이었다. 추천해 준 사람이 문제였던 걸까, 살펴볼 생각도 하지 않고 인터넷 서점으로 냅다 주문한 내가 문제였던 걸까. 아무래도 둘 다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을 쓰신 작가님의 문제인 걸까. 그건 아닌 듯하다. 나 빼고 이 책을 다 재미있게 읽었는지 왓챠피디아 별점이 3.6점이었다. 이 어플에서 이 정도면 낮은 평점이 아닌데... 내가 아직 심오하고 깊은 소설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내가 이 책이 싫었던 이유 첫 번째, 우울해서이다. 소설은 간접 경험을 위해 읽는 거라는 말이 있듯이, 내가 해 보지 않았던, 혹은 해 볼 수 없는 경험에 대해 주인공의, 혹은 등장인물의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은 뭐랄까, 작중 인물들의 불행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기분이 들어 별로였다. 내가 해피엔딩과 닫힌 결말을 좋아해서 그런 건지 몰라도, 이 책의 작품들에는 열린 결말, 그리고 즐거운 건지 슬픈 건지 모를 애매한 결말이 많아 읽는 데 진도가 안 나고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유 두 번째는 말이 조잡하고 미사여구가 많았다는 점이다. 일부러 길게 늘여 쓰려는 의도는 아니셨겠지만, 내가 느끼기엔 일부러 말을 어렵게 쓰고 펜을 들어 글자 하나하나를 따라가면서 읽어야 할 정도로 문장 하나가 길었으며 그만큼 이해하기 어려웠다. 내 지능이, 혹은 내 집중력이 따라 주지 않아서라고 생각해도 좋다. 책이라는 걸 오랜만에, 성인 되고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지 않을 뿐이다.
마지막 이유로는 앞의 맥락과 비슷한데, 이해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문장이 길고 어려워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런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등장인물들의 행동은 내게 있어 쉽사리 공감되지 않았다. '사슴벌레식 문답'에서 사슴벌레를 보고 왜 갑자기 '든' 자를 붙인 문답을 생각해 냈는지 모를 일이었고, 마지막 작품으로 수록된 '기억의 왈츠'에서는 경서가 엄청난 로맨티시스트였다는 걸 몰랐지만 알게 되었다는 식으로 묘사되었는지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다. 내 입장에선 그냥 본인은 유식하고 지적 능력이 뛰어나다는 자아가 비대한 남자처럼 보였는데. 1월 23일이 음력 12월 3일이었던 날에 만나자니, 내가 감성이 메말라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좀... 변태 같았다. 다 알아본 뒤에 설명도 없이 그때 만나자고 해 놓고는 본인은 엄청 멋있다고 취해 있는 사람이라니, 난 돈 주고 만나라고 해도 사양이다. 뭐 왈츠를 추는 모양새니, 두 겹의 차원이 하나의 무늬로 만나는 날이니 표현하면서 뿌듯해할 경서를 생각하니... 기분이 나빠졌달까. (여자친구는 이런 게 좋다고 하더라고. 개인의 취향 차이라고 생각한다.)
읽고 나서 얻는 것이라고는 우울한 기분과 어딘지 모르게 께름칙한 느낌뿐이었던 소설집. 내가 이런 책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 생각이 어린것일 수도, 재미있고 읽고 나서 기분 좋은 책만 읽으려고 하는 초보 독자일 수도 있지만, 그저 수많은 개인의 의견들 중 하나라고 봐주면 좋을 듯하다. 아무튼... 추천하고 싶진 않은 소설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