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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온 Sep 01. 2024

영화 '포레스트 검프' 리뷰

뛰어, 포레스트! 뛰어, 다온!

* 이 리뷰는 스포가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스포를 원하지 않는 분은 뒤로 가기 눌러 주세요.


* 이 글의 내용은 철저히 작성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점을 밝힙니다.



★★★★☆


기적이란 게 진짜 있는 걸까? 걸으려면 보조 장치가 필요했던 포레스트가 뛰라는 제니의 한마디에 실제로 달리기에 성공하기까지, 그 기적은 어떻게 설명해야 되는 걸까. 기적은 기적이기에 그 말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는 걸까.


사실 보면서 이게 명작이라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게 명작인지,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게 뭔지, 그저 제니를 향한 포레스트의 절절한 짝사랑을 보여 주고 싶은 건지 뭔지 몰라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포레스트의 삶에 공감하고 이입했는지 마지막에 같은 이름의 포레스트의 아들이 나왔을 때는 펑펑 울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 애는 똑똑해? 그러니까 나처럼...'이라고 말을 흐릴 때 포레스트가 느꼈을 그 두려움, 불안함이 온전히 나에게 다가와 슬펐고, '반에서 1-2등' 한다고 말하는 제니의 말을 들었을 때의 안도감, 미안함 등이 느껴져 또 한 번 슬펐다. 포레스트가 살면서 견딘 온갖 수모와 괴롭힘들이 포레스트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 깊이 스며든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살면서 '바보'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을까. 그때마다 '바보는 지능이 조금 낮은 것뿐이'라는 말을 되뇌던 포레스트는 스스로 얼마나 괴로웠을까.


이 영화에서 돋보인 건 비단 제니를 향한 포레스트의 사랑뿐은 아니었다. 난 포레스트의 어머니가 엄청난 활약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아마 그건 나의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바보는 지능이 조금 낮은 것뿐이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 등의 명언을 남기신 어머니 덕분에 포레스트가 소위 말해 쫄지 않고 인생을 헤쳐 나갈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무공훈장을 받고, 버바 검프 쉬림프 컴퍼니 사장이 되었을 때 어머님은 얼마나 뿌듯했을까, 동시에 얼마나 안도했을까 생각하니 또 눈물이 났다. 내 아들의 아이큐가 75다, 이걸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식의 마인드를 가질 수 있는 엄마가 세상에 몇이나 될까. 일단 이게 내 상황이었다면 난 인정하지 못했을 거 같다. 그런 의미에서 포레스트의 어머니는 정말 이 시대의 참된 어머니가 아닐까 생각한다. 자식이 어떤 모습이든 진정으로 사랑하고 긍정적인 말과 당찬 행동으로 기 죽이지 않는 엄마라니, 난 자식을 낳을 생각이 없는데도 만약 아이를 낳아 키우게 된다면 이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보고 나서 후기를 찾아보는데 제니가 싫다는 사람들이 몇몇 눈에 띄었다. 물론 나도 보면서 제니는 왜 저럴까, 싶었지만 보조 장치를 해야만 겨우 걸을 수 있었던 포레스트에게, 학교 가는 첫날 스쿨버스에서 아무도 옆자리를 내어주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들을 본 포레스트에게 제니는 어떤 의미였을까 생각해 본다. 아마 포레스트에게 제니는 포레스트의 세상 그 자체 아니었을까. 제니가 하라면 하고, 제니가 하지 말라면 하지 않고. 제니의 말은 곧 법이자 신념이었을 것이다. 포레스트에게 제니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안 해도 좋으니 내 옆에만 있어 줘'의 대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영화가 명작인 이유는 포레스트가 우리에게 삶의 희망을 줘서도, 포레스트를 통해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어서도 아닌, 그저 포레스트라는 한 사람의 인생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그래서 우리에게 더 진실되게 다가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포레스트의 내레이션이 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렇게 지루하지 않게 감동과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구나, 다시 한번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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