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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온 Sep 01. 2024

책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 리뷰

내 불행은 팔지 않을 것이다

* 이 리뷰는 스포가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스포를 원하지 않는 분은 뒤로 가기 눌러 주세요.


* 이 글의 내용은 철저히 작성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점을 밝힙니다.



★★★★☆


첫인상이 좋은 책은 아니었다. 이런 말하기 좀 그렇고 내가 누군가의 필력을 평가할 만큼의 실력이나 자격이 되지 않는 것도 알지만... 신인 작가인 게 너무 티가 나서 내가 민망할 정도였다. 그래서 읽는 내내 2점을 줘야지 생각했는데 결말 부분이 내 생각을 바꿔 놓았다. 다만 내 리뷰를 읽으며 2점이 4점이 될 만큼의 무언가가 있나 보다,라고 기대하며 이 책을 읽는다면 분명히 실망하게 될 것이니 그 점은 주의해 주길 바란다.


서툴게나마 작가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 나를 위로하고 싶고 주변을 둘러보면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해 주고 싶었던 그 마음이 예뻐 보였다. 동시에 반성했다. 내가 이 책을 책 자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평가하고 따지고 볼 심산으로 읽고 있었구나, 싶어서. 어떻게 보면 사람도 그렇게 바라보고 있던 게 아닌가 하는 마음도 들었던 것 같다. 가족들을, 친구들을, 혹은 애인을 대할 때 무의식 중에 '얜 이래서 별로야.', 혹은 '얘는 나한테 이렇게 해 줘서 괜찮네.' 이런 식으로 재고 따지고 있었던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여자친구가 자주 계산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쩌면 진짜 계산적인 건 나일 수도 있겠다, 아니 나는구나 싶어 부끄러워졌다.


누군가가 부러워할 만한 학력, 직업, 혹은 재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아마도 지금 내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런 마음이 때론 노력하기 위한 원동력이 되어 삶을 빛내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 본인의 삶에 불만족스러운 마음은 좌절과 절망, 심지어는 비관까지 할 수 있는 나쁜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점에서 난 다시 한번,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무엇을 마음에 안 들어했는지, 그것이 원동력이었는지 단순히 자기 비하의 수단이었는지 생각한다. 아무래도 후자인 것 같아 고쳐야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난 내 모든 걸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어딘가 애매한 위치에 있는 내 대학교(같은 학교 학우들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단지 내 기대치에, 내가 해 왔던 성과에 비해 못 미치는 학교였다는 생각이 들 뿐.), 좋지 못한 학점, 그리고 부족하진 않지만 넉넉하지도 않은 내 자산 등. 친구도 별로 없고 그나마 있는 친구들마저 내치려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게 만드는 내 태도와 성격. 뭐 하나 빼놓지 않고 마음에 안 드는 구석뿐이었다. 세린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어쩌면 내가 나를 싫어하는 것보다 세린이 스스로를 싫어하는 마음이 더 컸을지도 모르겠다. 장마 상점에 가서 세린이 얻어 온 것은 엄청나게 유명하고 좋은 학교도, 많은 돈도, 유망한 직업도 아니었지만 세린의 앞으로의 삶은 찬란할 것이라 기대된다. 이 책을 읽은 나도, 내 인생도 빛날 수 있을까 하는 희망을 갖게 해 준 작가님께 감사하다.


어디선가 그런 문구를 본 적이 있다. 내 애인의 단점으로 보이는 것이 조금만 달리 생각해 보면 내 애인의 가장 큰 장점일 수 있다고. 돈에 민감한 내 여자친구는 쪼잔하다고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알뜰하게 본인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는 것일 수 있는 것처럼. 이 말과 맥락을 같이 하는 다른 말을 생각해 보면, 내 단점으로 보이는 것들이 어쩌면 내 가장 큰 장점일 수도 있다. 매번 새로운 걸 도전하고 좋아하는 내 성격은 어찌 보면 꾸준하지 못하다고, 뒷심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시각에선 그만큼 다양한 걸 경험해 볼 수 있으니 좋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장마 상점에서 나에게 당신의 불행을 팔겠냐고 물어본다면, 난 아니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불행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정말 갖고 싶은 행복일 수도 있기에, 내 불행을 나만의 행복으로 잘 바꿔가는 삶을 살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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