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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온 Sep 09. 2024

영화 '더 테이블' 리뷰

잔잔한, 그러나 몰입감 있는 영화

* 이 리뷰는 스포가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스포를 원하지 않는 분은 뒤로 가기 눌러 주세요.


* 이 글의 내용은 철저히 작성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점을 밝힙니다.



★★★★★


세 번째 보는 영화인데 역시나,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영화였다. 러닝타임 자체가 짧긴 하지만 그에 상관없이 흡입력 있게 스토리라인을 이어가는 각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같은 카페라는 공간 안에서 전개되는 4가지 이야기. 아침부터 밤까지 왜 그 시간대에 그 사람들이 그 카페를 찾을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따로 나와있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애정이 갔던 관계는 단연 두 번째로 나온 관계라고 할 수 있겠다. 세 번의 만남 뒤에 5개월 동안 잠수 타듯 해외여행 가 버린 남자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기다리다 돌아왔다는 연락에 바로 나온 여자의 심리, 여행을 갔는데 좋은 거 봤다고, 맛있는 음식 먹었다고 사진을 찍어 보내도 되는지, 그런 사이인지 헷갈려하다 결국 아무것도 보내지 않은 채 돌아와서 생각나서 선물 샀다, 이런 말 한마디도 안 한 채 귀국 소식만 알린 남자. 어떤 사람들은 남자를 욕할 수도, 또 미련하다며 여자를 욕할 수도 있겠다. 난 둘의 사랑을 응원해 주고 싶었다. 무례하지 않게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자고 말하는 남자도, 그를 사실 무엇보다 바랐지만 겉으로는 티 안 내려고 노력하는 수줍은 여자도 애정이 많이 가는 캐릭터였다. 물론 내가 작중 여자의 상황이었다면... 남자를 정말 미워하다시피 했겠지만, 그만큼 여자도 남자가 좋았던 것이라 생각하려고. 어쩌면 남자의 외적 모습뿐만 아니라 그런 가벼운 위트와 매너를 겸비한 사람이기 때문에 더 마음이 가지 않았을까... 혼자 상상해 본다.


세 번째 관계는 내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였다. 가짜 부모와 가짜 하객, 솔직히 처음 봤을 땐 이 내용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 이해가 필요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에야 3번째 감상이라 익숙하게 알지만, 오직 두 사람의 말로만 전해지는 사건을 알 수 있는 터라 상황 잡기가 어려웠다. 공과 사 확실히 구분하고 비즈니스적으로 가려고 했던 의뢰인도 엄마 역할을 하게 될 사람이 따뜻하다는 것쯤은 눈치챘을 것이다. 보는 내내 의뢰인이 이 엄마 역할을 하시는 분께(이하 '엄마'라고 지칭하겠다.) 차갑게 대하지 않았으면, 그만 좀 하시라고 일침을 가하지 않았으면 하고 두 손 모아 바라게 되었다. 내가 둘의 상처를 다 알 수는 없지만, 죽은 딸의 결혼식과 같은 날에 결혼식을 올리는 의뢰인의 가짜 엄마 역할을 맡는다니, 감회가 새로울 것이라 생각한다. 엄마의 사연까지 알아 버린 의뢰인의 마음은 또 어떨까. 본인을 진심으로 대한다고, 정말 최선을 다해 시부모님이 될 분들을 대할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 공존했을 것 같다. 이런 의뢰인의 마음이 열리는 과정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영화의 특징으로는 여러 장소로 옮기며 찍어도 장소 전환이 비교적 쉽고 관객들이 여러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을 흐름 끊김 없이 볼 수 있다는 것인데, 이 작품은 한정된 장소에서 네 관계를 보여 준다. 장소나 공간이 주는 다양성보다는 그 관계나 스토리 자체의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 작품인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고 스토리라인이 빈약하거나 어딘가 허술하지 않고 탄탄한 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기도 하다.


큰 스트레스받지 않고 (살인, 스토킹 등 범죄의 요소가 없고) 그저 남의 얘기를 잔잔히 듣고 따라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새 내가 가지고 있던 고민, 내 현재 상황 등을 잊고 이 사람들의 생각이나 감정에 푹 빠져 집중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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