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책뿐만 아니라 사랑에 대한, 열 가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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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의 내용은 철저히 작성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점을 밝힙니다.
★★★★☆
우연히 발견한 책방에 '비밀책'이라는 코너가 있었다. 무슨 책인지 알려 주지 않은 채 책방지기가 적어 놓은 설명만 보고 책을 구매할지 말지 결정하는 건데, 처음 본 방식이라 신기하기도 했고 '책 좋아하는 당신과 나누고픈 열 가지 독서담'이라는 소개글이 마음에 들어 사게 되었다. 생각보다 두께가 꽤 되는 책이었다. 400페이지를 넘는 책을 읽어 본 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져 이번에 제대로 읽어 봐야지 결심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이번에 드디어 성공한 나 자신에게 박수를 보낸다.
책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왜인지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자꾸 여자친구를 떠올리게 되었다. 이 책에 나온 문구들이 비단 책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 적용해도 괜찮을 만한 말들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내가 여자친구를 대하는 방식이나 지금까지 여자친구에 대해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중 하나만 소개하자면, 지금까지 나는 여자친구에 대해 오해하는 게 많았다. 손해 보기 싫어하는 성격이라거나 돈을 너무 좋아해서 나보다 돈을 좇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어, 아니네?'라는 생각을 하게 될 일들이 최근에 좀 있었다. 이 책에 나온 것처럼, 한 걸음 떨어져 있을 때 비로소 사람을 향한 시선이 자연스러워진다. 너무 가까우면 내가 이 사람을 다 안다는 오만한 착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나는 좀벌레 같다. 오래된 책에서 가끔 발견하는 작은 벌레 말이다. 책을 갉아먹고사는 벌레. 그 벌레는 책을 좋아하기에 책을 먹는데, 결국은 책을 못 쓰게 만든다. 그토록 좋아하는 것을 끝내 망치는 사람이 나다.
여자친구와 몇 번 이별과 재회를 경험하고 나니 내가 문제인가,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내가 멀쩡한 애를 망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만 사라져 주면 얘는 행복한 생활을 이어가지 않을까 하고 고민하곤 한다. 물론 작가는 사랑에 대해 이런 고민을 한 건 아니지만, 이 말이 너무 공감이 되어 북마크를 안 할 수 없었다. 오래된 관계에서 가끔 발견되는 작은 벌레. 연인을 갉아먹고사는 벌레. 그게 내가 되면 안 될 것이다.
다른 결의 이야기를 좀 해 볼까 한다. 언젠가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어 글로 소소하게나마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돈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사람들이 내 글을 읽기 위해 돈을 지불할 의향이 생길 만큼 필력이 좋아지길 바란다는 마음에서. 브런치 작가가 되면서 그 생각이 구체화되어 리뷰 글을 먼저 쓰고 그 이후에 소설을 창작해 봐야겠다는 야망이 더 커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해 보니 너무 오만한 생각이었나 싶다. 소설을 창작하고자 하는 마음은 여전히 크지만 정말 고민을 하며 치열하게 글을 쓰려고 노력해 봤나 가만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닌 것 같아서. 이 책에 나온 것처럼 ‘잘 써지고 있다면 고민을 덜 한 것’이니 다 버려야 할까, 아니면 고민을 많이 했으니 잘 써지는 걸까. 나는 아마 앞으로도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살아갈 테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찾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