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서기
언제나 독서가 취미가 되길 간절히 바랐습니다.
참 쉽지 않더군요. 너무 어려웠죠.
난임의 힘든 터널을 빠져나올 때 반년 넘게 틀어박혀 책을 읽었지만 그때 이후로 매일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사람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저는 한강 작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한 문단이라도 읽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은 사람이 되었기에 조용히 노트북 앞에 앉아 저의 독서 역사를 되짚어 보기로 했습니다.
읽지도 않으면서 책 사기를 좋아하고 언젠간 꼭 취미가 되리라 열망하는 시기였죠.
20대도 그랬고 30대도 그러했습니다.
간혹 책을 읽기는 했지만 한 권을 읽어내기에 오래 걸리고 다음 책으로의 문을 열어주지 못하던 때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용하게 그 열망은 절대 죽지 않았죠.
그때 읽은 책 중엔 그리스인 조르바, 1984, 동물농장 등이 잊히질 않네요.
브런치 글에도 썼듯이 난임이라는 터널 속에 갇혀서 출구를 찾지 못할 때 마지막으로 선택한 방법이 책 읽기였습니다. 1년에 100권을 목표로 닥치는 대로 권 수 채우기를 목표로 무작정 읽었습니다.
그리고 책이 저를 구했죠.
로마인 이야기, 이기적 유전자, 불안, 유혹하는 글쓰기, 신화와 인생 등이 떠오르네요.
그토록 엄마가 되길 바랐지만 참으로 간사하게 아이가 생기고 키우는 것이 녹록지 않았습니다. 그때도 여전히 책을 읽었습니다. 육아서를 통해 내면 들여다보기를 많이 하면서 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을 차차 할 수 있었습니다. 육아서 외에도 고전에 관심이 조금 생기기도 했던 시기였어요.
육아서들과 데미안, 자기만의 방 등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돌아보면 고립 자체가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워낙 집에 있기를 좋아하는 내향형이다 보니 아이들의 밥을 해 먹이는 것이 힘에 부치긴 했지만 아이들과의 집생활은 전염병으로부터의 안정감도 주었습니다.
전국, 전 세계가 돈이 팝콘 튀기듯 팽창하면서 갑자기 저도 무언가 아무것도 해놓은 것이 없는 것 같은 불안에 휩싸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도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돌아보면 자기 계발 열풍으로 저도 멀리하던 자기 계발서를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었던 시기였죠.
그전까진 자기 계발서를 스스로 낮춰 생각했던 오만함이 있어서 인문학 위주로 읽었는데 코로나에 만난 백만장자 시크릿은 저에게 도끼 같은 책이 됩니다. 운명이 아니라 스스로 개척한 만큼 보상받는다는 것이 저에게는 신선했고 지금까지의 삶과 미래의 삶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했습니다.
무언가 크게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의 영향으로 목적을 가진 독서가 시작됩니다.
자기 계발, 마케팅, 뇌과학, 진화심리, 미래 전망 등 폭넓게 독서를 하면서 급변하는 세상에서 나도 할 일이 있겠다는 희망을 보았기에 더 열렬한 독서를 했던 것 같습니다.
이 시기에 저에게 영향을 준 송길영, 야마구치 슈의 책들이 인상 깊게 남습니다.
읽는 것이 드디어 습관이자 삶이 되었고, 읽는 것을 실행하고 싶은 마음도 점점 커졌습니다.
고립된 시기, 읽으면서 SNS를 시작합니다. 인스타그램, 블로그를 운영해 보았고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또 인문학, 심리학, 마케팅 등 어떤 분야의 책을 읽어도 결국 사람으로 연결되는 것을 알게 되었죠.
모든 학문이 인간과 세상을 알기 위한 공부라는 것을 깨닫고 사람을 알아야 하고 알려면 만나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오랜 고립, 그리고 책의 영향으로 저는 그렇게 사람을 찾아 독서모임을 나갔고 이제 꼭 1년이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저는 성장마인드셋이 있는 사람이라 책을 읽고 싶다는 열망을 놓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싶지만 매일 그것을 느끼기엔 쉽지 않죠. 그래서 매년 다른 모습을 마주하자는 것이 요즘의 생각입니다. 올해 읽는 사람이었다면 내년엔 쓰는 사람이고자 이렇게 브런치도 시작합니다.
죽는 날까지 읽고 쓰는 사람이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엑스세대입니다.
엑스세대는 나이든 실력이든 아직 충분하다고 믿습니다.
아직 충분히 일할 수 있고 그 저력을 믿습니다.
모든 엑스세대들에게
앞으로 10년! 정말 재미있게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라고 감히 말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