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의 가치
나도 발아래 절경을 내려다보고 싶다!
등산이 좋은 것은 너무 잘 알고 있다.
나도 정상에서 사진으로도 담기지 않을 그 절경들을 내려보고 감격하고 싶은 욕망이 왜 없으랴.
20대 초반 멋모르고 아버지를 따라나서서 가본 북한산 정상.
정상에 다다랐을 땐 웬 줄을 잡고 암벽 타기 비슷한 것까지 한 기억이 난다.
정상이 커다란 바위 같았고 너무 좁아서 떨어지면 어쩌나 싶은 공포에 가운데를 찾아 앉아서 사진도 제대로 찍지 못했던 나다.
그 뒤로는 더욱 산을 끝까지 오르려는 욕심을 내본 적이 없다.
정상에서 내려보는 절경을 내 것이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최근 아이들과 주말마다 공원, 동네 둘레길, 치악산 구룡사 등 가볍게 걷는 것을 꾸준히 하면서 '다음엔 등산을 해보자'라는 말을 남편과 여러 번 했다. 그런데 말이 쉽지 선뜻 마음을 먹게 되질 않았다.
나는 1년 전부터 독서모임에 가고 있고 우리 독서모임은 이 지역에서 가장 활발하고 번개 모임도 종종 이루어지는데 그간 등산 모임도 여러 번 있었다. 등산 번개 공지를 볼 때마다 '가볼까..'라는 마음이 들었지만 치악산이 만만치 않은지라 매번 마음을 접었다. 그러다 더 늦으면 올해도 끝이지 싶어 이번에 참가해 봐야겠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2시간 여정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상부근의 절까지 가는 것은 그렇게 녹록지 않았다.
8명 중 제일 후미에서 자주 쉬느라 시간은 더 지체됐지만 포기하지 않고 올라갔다.
애초에 포기라는 옵션은 내게 없었다.
남편과 아이들과 갔다면 그것이 가능했을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독서 모임의 멤버들이지만 오늘만큼은 완벽한 등산크루들이었다.
그들에게도 중도포기는 옵션에 없음이 분명했다.
'반드시 정상을 찍고 백숙을 먹자!'는 모두 한 마음.
함께의 가치는 이런 것이리라.
때론 같은 목표를 가지고 존재자체로 포기하지 않게 하는 크루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상원사에서 절경을 내려다보며 온몸으로 느꼈다.
언제 또 이런 벅참을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하산까지 여섯 시간의 여정과 비 오듯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오른 상원사에서 나 자신을 마음껏 긍정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