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내 몸도 마음도 편한 방구석 하나 얻기 참 힘들다
아마 영국에서 거주하는 대부분의 한국인은 모두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영국으로 유학을 오기 전에 한 번도 집을 떠나 혼자 살아본 경험이 없었다. 항상 따듯하고 청결한 집이 내가 아는 집의 전부였다. 그리고 정말 안일하게도 영국에서도 그런 집에서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영국에 와서 이 생각은 완전히 박살이 났다. 그냥 박살도 아니고 개박살 수준이었다.
첫 번째로 내가 영국에서 산 주거 형태는 학교 기숙사였다. 나는 학사 유학으로 영국에 왔기 때문에, 1학년 때는 학교 기숙사에 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으며 학교에서 몇백 개의 기숙사 방들을 학생들에게 제공해 주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선택지는 그다지 고려해 보지 않았다. 심지어 나는 그 시절에 정말 바보같이 기숙사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기숙사를 늦게 신청하게 되었는데 여기서부터 나의 영국 고생살이가 시작된 것 같다.
몇백 개의 기숙사 방은 모두 예약이 완료된 상태였으며 학교 측에 메일을 보냈을 때 나에게 온 답변은 ”누군가가 기숙사 예약을 취소하면 네가 그 기숙사를 얻을 수 있겠지만, 장담할 수는 없어. “였다. 심지어 이 답변도 학교에 메일을 보내고 거의 일주일이 넘은 상태에서 온 답변이었다. 답변을 기다리는 내내 나는 사설 기숙사와 쉐어하우스, 한인 커뮤니티 등 내 몸 하나 눕힐 수 있는 방구석 하나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메일을 돌렸지만 현실은 잔혹하게도 나를 위한 방구석 하나를 내주지 않았다.
그때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 같다. 그저 집을 구하기 어렵다. 에서 그친 절망감이 아니라 집들을 검색하면서 본 집들의 청결하지 못한 컨디션과 이 컨디션의 집을 이 돈을 주고 살아야 한다고? 가 합쳐진 종합적인 절망감이었다. 하지만 영국에 가자마자 홈리스가 될 수는 없었기에, 학교와 걸어서 20분 거리의 사설 기숙사에 디파짓을 걸어두고 만약 방이 나오면 바로 나에게 넘겨주는 것을 약속하였다. 디파짓을 입금한 후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왤까, 아직 확실히 내 방이 아닌데도 돈을 입금했다는 사실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출국이 점점 다가오는데도 사설 기숙사 측에서는 방을 취소하는 학생이 없다는 메일만 계속 보내왔다. 멘탈이 완전히 가루가 되기 직전에 우연히 학교 기숙사 신청 홈페이지에서 학교에서 도보 50분 거리의 기숙사에서 방 하나가 취소된 것을 발견하였다. 정말 빛과 같은 속도로 이 기숙사 방을 바로 예약했고, 보증금도 바로 입금하였다. 이때 내가 얼마나 벅차고 행복했었는지 아직도 기억이 난다. 하지만 또 내가 간과한 것은 이 기숙사가 무슨 타입인지, 내부가 어떤지, 위치가 어딘지 보지도 않고 바로 예약한 것이기 때문에 보증금을 입금하고 천천히 이를 뜯어보기 시작했다.
내 방은 화장실이 딸린 엔스윗 타입의 방이었고, 주방은 8-9명이 함께 공유하는 구조였다. 기숙사 내부는 사진으로 봐도 정말 좁았고 기숙사 건물 자체가 숲 속에 지어졌기에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들 어떠하리? 나는 방을 구했다는 기쁨이 너무 컸기 때문에 모든 것을 좋게 바라보게 되었다. 또한 사설 기숙사에 비해 학교 기숙사는 비용적으로 꽤 절감되었기 때문에 굉장히 만족했었다. 하지만 나는 기숙사에 도착한 첫날을 눈물로 지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