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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정은 작가 Aug 05. 2020

사랑하는 사람들이 전부 행복하게 해주세요.

윤정은 에세이 <여행이거나 사랑이거나>

봄날의 바닷가는 운이 좋으면 따뜻하고,  나쁘면 혹독하게 바람이 시립니다. 제주는 남쪽이니 당연히 따뜻하겠지, 하고 왔다 세찬 바람에 오들오들 떨기도 했습니다. 다음  봄날의 제주엔 캐리어에 전기장판을 차곡차곡 담고 경량 패딩까지  개나 들고 갔지만 너무도 따뜻해 얇은  하나 입고 기분 좋게 거닐기도 했습니다. 종잡을  없는 바다의 봄날이   마음 같아요. 근사한 성취를 이루고 싶지만 노력하긴 싫고, 열심히 살긴 싫은데 쪽팔리게 사는   싫고, 아무 일도  하고 놀고 싶은데 쉬지 않고 새로운 일을 하고 있는 저요. 한량처럼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매일 그러는  지루하고, 새로운 일을 시도하고 싶은데 두렵기도  마음을 가진  같아요. 하루 차이로 마음의 온도가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정신적으로 자유로워지는 방법  하나는 내재된 욕망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흔히들 욕망을 타인에게 표출하거나, 솔직히 인정하면 재수 없어 보일까  일부러 착한 , 욕망 없는 , 욕심 없는 척하기 일쑤입니다. 한데 감추려 해도 표가 납니다. 무엇을 원하는지 - 보이는데 손사래 치며 겸손한 척하기보다 솔직하게 욕망을 드러내며 미래를 이야기 하는 이가 오히려  투명하다 느껴집니다. 원하는 것이 있는  뭐가 어때서요.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고 눈치 보느라 급급해 정작 중요한  속이 타들어 가는걸요. 어디에 말할  없으면 바다에게라도 마음껏 욕망을 이야기해 주고 오는 거예요.

일하지 않고 놀고 싶어요,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 예뻐지고 싶어요, 사람들이 나를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내가 좋아하는  아이가 고백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사랑하게 해주세요, 우리 엄마 아빠 건강하게 해주세요…. 먼저 다녀간 이들의 욕망과 당신의 욕망이 파도에 섞여 누구의 소망인지도 모르게 바다로 흘러갑니다. 가장 먼저 닿는 이의 소망부터 차례차례 이루어 주지 않을까요. 마음껏 욕망하렵니다. 삶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소소한 행복들까지도요. 그리하여 살아있을  살아있는 삶을 살렵니다. 비록 오늘은 전기장판까지  오며 건강을 욕망하는 미련한 , 이지만요, 내일은 하루치  근사해질 겁니다. 소소한 하루의 행복을 느낄  아는 마음이 살아있는 삶을 욕망하니까요. 자신을 인정하고 솔직해지는 . 그리하여 생긴 밝고 생생한 기운으로 욕망을 현실로 실현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상상하던 일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기쁨을 나누어 주세요. 봄날의 바다는 이런 기쁨을 실현시킬  있도록 용기를 주는  같아요.  앞에서  결정하는 순간부터 바다는 응원을 시작해줍니다.

 <여행이거나 사랑이거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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