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우림 - 스물다섯, 스물하나
바람에 날려 꽃이 지는 계절엔
아직도 너의 손을 잡은 듯 그런 듯해
그때는 아직 꽃이 아름다운 걸
지금처럼 사무치게 알지 못했어
우우우 너의 향기가 바람에 실려오네
우우우 영원할 줄 알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
왜 그 순간에는 깨닫지 못한 것들을 시간이 지난 후에야 불쑥 알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미적지근했지만 따스하고 온화했던 봄날의 한 장면이 차가운 겨울이 되고 나서야 그 기억의 진가를 발휘한다. 여름이 찾아오면 괜스레 시원한 겨울이 더 생각나는 것처럼 손 끝이 시린 계절이 찾아오니 얼굴에 닿는 햇살이 빛났던 그때가 더더 떠오른다.
가사처럼 정말 말 그대로 바람에 날려 꽃이 지는 계절 속에 내가 있었던 날이 있다. 공기는 따뜻하고 벚꽃 잎은 따스한 바람에 사르르 녹아내리 듯 한 잎씩 비가 오듯 쏟아지던 봄날. 분홍 꽃비가 내리는 장면 하나에 꽃이 피는 순간보다 꽃이 지는 순간이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던 그 계절. 그런 날이면 늘 이 가사가 떠오른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알게 모르게 습관적으로 떠오르는 노래들이 있다. 또는 비 오는 날에, 눈이 내리는 날에, 흐린 날에, 피부가 익을 듯 뜨거운 날에는 꼭 그 순간에 들어야 맛이 사는 노래들이 존재한다. 따스하지만 때때로 시린 봄이 찾아오면 내 이어폰에선 늘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흘러나온다. 차분한 목소리와 쓸쓸한 듯 아련한 멜로디를 귀에 담고 있으면 내가 서 있는 공간과 내가 한 몸으로 묶이는 것만 같다. 유독 그날의 장면과 노래가 잘 들어맞는 날은 진하게 기억이 남는다.
'사무친다.'
노래를 들을 때마다 이 표현이 이렇게나 마음에 깊은 자국을 남기는 활자인지 새삼스럽게 깨닫곤 한다. 일상에선 자주 쓰이지 않는 감정 실린 문장이나 표현, 또는 단어들을 마주할 때면 꽤나 반갑다. 어딘가 너무 묵직해 보이는 것 같아 말하지는 않았지만 정말 딱 내 마음에 알맞은, 내 감정을 고스란히 묘사한 그런 표현들. 오글거린다는 이유 하나로 삼킨 말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무도 모를 거다. 그런 표현들이 새겨진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충만해진다. 시가 흐르는 것처럼 미끄러지듯 가삿말이 내 귓속으로 들어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한 나를 토닥여준다.
봄날의 그 장면이 떠오를 때마다 이 노래도 함께 떠오른다. 원 플러스 원 행사처럼 기억을 덤으로 받는 격. 기억을 곱빼기로 추억할 수 있는 이런 혜택 덕에 늘 이어폰을 놓지 못하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