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마케터로 취업을 했다.
독기 가득하게 마음을 먹었다고 해도 새로운 분야에서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5년 동안 커피를 내리고 최근까지 교생실습을 다녀오던 나에게 마케터를 지망하는 취준생이란 타이틀은 다소 낯선 도전이었다. 다행히 운이 좋게도 나는 두 달의 짧은 시간을 거쳐 '콘텐츠 마케터'가 되었다.
내가 회사를 선택할 때 고려한 조건은 딱 2가지였다. 첫 번째 깔끔할 것. 공간이 더럽거나 오래된 곳은 싫다. 평소 깔끔 떠는 성격인 나에게 지저분한 공간만큼 최악인 곳은 없다. 두 번째 자사의 제품을 마케팅할 것. 지금의 회사를 들어오기 전 구인 사이트를 통해 먼저 면접 제안을 준 곳들이 많았다. 대부분 대행사였고, 자사의 제품이 아닌 다른 회사 혹은 마케팅을 원하는 사장님들에게 연락해 자사의 마케팅을 소개하고 영업을 뛰는 곳들이 많았다. 신입인 나에게 "아직 경력이 없으니 텔레마케팅부터 시작하면서 넘어오면 될 것 같은데요?"라고 하는 곳도 있었다. 솔직하게 개소리처럼 들렸다. 싸게 전화 거는 영업사원으로 써먹고 나를 버릴 심산이 뻔히 보였다.
한 번은 꽤나 괜찮은 대행사가 있었다. 영상과 라이브 방송을 주로 마케팅하는 곳이었다. 당시 두 번째 면접을 본 회사였고 나에게 먼저 제안을 준 회사였다. 의정부 집과는 꽤나 먼 거리였지만 일을 할 수 있으면 무엇이든 해야지 라는 마음으로 거리 따윈 안중에도 없을 만큼 규모도 있고 번지르르한 곳이었다.
이곳에서 나에게 한 질문은 "야근을 할 수 있습니까?"였다. 의도는 그만한 열정이 있냐고 돌려 묻는 걸 수도 있고 진짜 야근을 많이 시키는 악덕회사였을 수도 있기에 나는 성실히 답변을 했다. "경력이 없는 신입이고 부족하다면 야근도 해내야 한다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답변을 듣고 고민을 하던 대표와 그 옆에서 보이는 희미한 웃음이 기억이 난다. '그래 신입이면 그렇다고 하겠지~ 너도 야근 몇 번 해봐라.'와 같은 무시하는 태도가 얼굴에 비쳤다. 경력이 없고 회사생활을 해보지 않은 나의 이력서를 통해 깔아뭉개는 태도와 무례함. 아직도 그 사람의 미소와 얼굴이 기억이 난다. '저 사람처럼 되지 않으리라.'
어쨌든 이런 과정을 거쳐 나는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작은 회사로 3월. 사원으로 입사했다. 규모는 공동대표 3분에 중간역할을 하는 과장님 1분, 나 포함 직원 총 3명의 회사다. 아시는 분들끼리 차린 회사였고 직원을 한 둘 씩 뽑아 커가고 있는 회사였다. 나름 마케팅 경력이라곤 전혀 없는 나와 어울린다 생각했다. 오히려 큰 회사보다 내 능력을 발휘하기엔 이곳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영업을 뛸 일이 없으니 더욱 마음에 들었다. 이때까진 의정부와 일산이 얼마나 먼 곳인지, 출퇴근 지옥길이라는 게 어떤 건지 전혀 알지 못한 나는 그저 취업을 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취업 합격 문자를 받은 그날 저녁 신나서 치킨을 배달시켰었다. 배달 메모에 '저 취업했어요!! 좋은 기운 받아 가세요!!'라고 할 정도로 신이 나고 드디어 됐다는 설레는 마음과 앞으로 있을 변화에 떨리기도 한순간이었다. 이제부턴 어디 가서 카페 매니저예요~ 아직 학교 다녀요~라고 하는 게 아닌 '마케터'에요 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마케터로서의 회사 생활이 시작됐다.
첫 출근하는 날 3월 7일. 자율복장인 회사에 타이까지 매고 머리를 정갈하게 하여 출근길에 나섰다. 이제부터 마케터로서, 신입사원으로서 나의 고군분투가 시작됐다.
"멋진 콘텐츠를 만드는 마케터, 릴스에서 마케팅 방법을 알려주는 그런 멋진 사람. 그런 사람들처럼 열심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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