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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미사 Jul 16. 2024

프랑스에서의 불꽃놀이

7월 14일 밤 이야기

2024년 7월 14일 토요일 밤 10시


"어, 이제 갈 시간이다!"

저녁을 먹고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던 아내가 다급히 말했다. 


이어서 내가 말했다. 

"차 타고 1시간 걸리는 거리니까, 5분 뒤에 출발한다. 모두 옷 갈아입고 나와".


가족 모두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차에 탑승했다. 우리는 모두 8명이었다.

나, 아내인 마틸다, 마틸다의 친구, 그리고 마틸다의 7명의 아이들 중 5명만 간다고 해서 8명이 되었다. 


매년 7월 14일 밤, 프랑스에서는 거의 모든 크고 작은 마을(commune) 마다 

1789년의 프랑스혁명을 기념하여 불꽃놀이를 한다. 특별히 1789년 7월 14일에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했던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사실...

나는 멀리 가고 싶지는 않았다. 거의 모든 마을에서 불꽃놀이를 하니까 차 타고 10분이면 가는 조금 큰 마을에서 봐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마틸다가 일주일 전부터 "사블레(Sablé)"라는 동네의 불꽃놀이가 참 멋있다며 꼭 가자고 해서 결정하게 되었다. 나는 조금 피곤했지만, 금방 제 컨디션을 찾았다. 마틸다와 아이들이 설레어하고,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서로 웃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프랑스에 산 지 6년이 넘었지만, 

7월 14일의 불꽃놀이를 보러 간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지난 5년 간은 가톨릭 종교인으로 사느라, 다른 일정이 꽉 차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프랑스에서 여섯 번째 7월 14일인 오늘이 가장 기쁜 7월 14일이 아닌가 싶다. 마틸다의 아이들과 함께, 안에서 어린아이처럼 장난치고, 농담도 주고받고... 

또 아이들을 보며, 마틸다가 어린 나이에 결혼과 이혼을 겪고 아이를 일곱이나 낳아 길렀다는 모습이 대단하고 책임감이 큰 멋진 여성이라고 느껴졌다.  


1시간 동안 차 안에서 웃으며 놀았다. 벌써 도착했다. 시간은 10시 50분. 

주차를 하고 불꽃놀이 장소인 사블레 성당 앞으로 이동하니 11시가 되었다. 

사람들은 빼곡히 많았고, 조명은 불그스레 아름다웠다. 


"펑! 펑! 퍼벙! 퍼벙! 펑!"


한 발... 한 발... 

어두운 하늘에 노랗고 푸른 불빛들이 역동적으로 번져갔다. 

무언가에 취한 듯, 하늘을 바라보며 사진 몇 장 찍고 나니, 벌써 피날레가 되었다. 


"퍼버버벙!!" "퍼버버벙!!"


피날레는 더 빠르게 더 크게 더 높게 솟구쳤다. 보기만 해도 스트레스 풀리는 것 같았다.

동시에 나는 생각했다. 나도.. 삶의 피날레는 이렇게 멋있게 장식했으면 좋겠다는 욕심 어린 생각을 했다.


또 어쩌면, 내 삶의 가장 멋있는 피날레는 지금 이 순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사랑하는 마틸다와 함께 살고 있는 지금.

마틸다의 아이들로서, 나에게는 양아들, 양딸인 7명의 아이들과 친구처럼 잘 지내는 오늘의 나의 모습.

부모님께 아직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게 부끄럽지만, 부모님의 사랑을 깊게 느끼고 있는 오늘의 나의 모습.


1시간 동안 달려와서 본 불꽃놀이는 15분 만에 끝났다. 

짧은 15분이었지만, 멋있었다. 

1시간 동안 달려올 가치가 있었다.


내 삶도 짧게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멋있게 살고 싶다. 

하루하루 멋진 피날레를 만들어가길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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