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를 전적으로 믿지는 않는다.
그런데 사람의 성격유형을 16가지로 나누어 크게 범주화시키는 게, 때때로, 종종, 사회생활에서는 도움이 된다.
이 복잡한 세상, 복잡한 사람들 사이에서 16가지로 명료하게 생각할 수 있다니 얼마나 심플하지 아니한가(?)
하지만 깊은 관계에서 MBTI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철학적으로 사람은 정말 입체적이고 나도 나를 모르는 그런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심리학책을 주로 많이 읽는데 심리학에서는 성격유형을 크게 5가지로 나눈다.
개방성(경험주도적), 성실성(목표지향적), 우호성(동정심과 적대감의 정도), 외향성(활동 수준, 자극에 대한 욕구), 신경증(정서적 불안도).
이렇게 생각하면 MBTI의 대문자 ‘I’인 사람도 사실 개방성과 우호성이 뛰어나면 소셜 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고
대문자‘E’라도 우호성이 낮거나 신경증이 높으면 내향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사실 그냥 이런 척도들은 심리학의 이론을 빌려 내가 조금 더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도움 수준이고
이 척도들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한다거나 단정 짓지 않는다.
관계의 깊이와 애정도에 따라 사람들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내가 어떤 태도로 그 사람을 대하는지에 따라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건 나 자신을 알기 위한 척도로 삼을 때가 유용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수줍음이 많았다. 대중들 앞에서 말하기를 어려워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친해지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물론 사회생활에서는 이 모든 것들을 극복해야만 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대체로 사회성을 습득하긴 했지만,
여전히도 대중들 앞에서 강연을 하거나 사회활동가스러운 면모를 가진 사람을 항상 부러워하곤 한다.
하지만 내향인들은 외향인과는 또 다른 힘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수잔케인’의 강연이나 책을 보면
내향인의 장점을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콰이어트’라는 책을 보면 내향인이 더 뛰어나다는 말을 하는 건 아니고
내향인들이 외향인들에 비해 과소 평가 되는 그런 부분들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 마음의 위안이 된다.
결국 성격특성은 우열로 가릴 수 없다.
지구는 둥그니까 다양한 성향의 사람이 어울더울 더불어 살 수 있다는 게 오늘의 생각.
가끔은 ‘그때 말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수줍어서 말 못 하는 내 마음을 알아채주기를 바라기도 하지만
여전히 초점 없고 구도가 엉망인 내 사진을 보고 나의 최선인 것을 알아주기만 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