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홀 Jan 21. 2024

금융권 앱의 마케팅 효과

- 매일의 힘은 여기에서도 발휘된다 -

매일 빼먹지 않고 하는 일 중의 하나는 금융권 앱을 순례하는 것이다. 처음 시작은 우연히 알게 된 '출석체크'에서 시작되었다. 그 후 은행, 카드사 앱의 이벤트, 혜택 메뉴에서 매일매일 받을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번에 1포인트에서 많게는 10포인트, 이벤트에 당첨되면 2천, 3천 포인트까지 받을 수 있다 보니 그걸 모으는 재미로 매일 들어가게 되었다.


사람들이 요즘 토스의 걷기, 주변 매장 클릭과 캐시워크 걷기를 제법 많이 하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토스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무료 포인트를 받자고 가입하고 싶지 않아 피하고 있다. 캐시워크도 가입이 귀찮아 안 하고 있다. 그리고 잠금화면에 캐시워크 걸음수가 대문짝만 하게 뜨는 게 싫어서 하지 않는다.

 

대신 거래하고 있는 은행, 카드사 앱은 어차피 깔려있어서 접근하기 쉬웠다. 처음엔 포인트를 모아봤자 쓸데라고는 카드 알림 문자 비용을 아끼는 정도라고 생각했다.  쓸 곳이 별로 없으니 많이 모을 필요가 없었다. 그저 몇 백 원 정도만 모여도 좋았다.  그런데 이 포인트를 네이버페이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 거래하는 모든 은행, 카드사 앱에 들어가 무료로 포인트를 획득하는 방법을 찾게 되었다. 쇼핑을 주로 네이버페이로 하기 때문에 아주 유용하다. 


금융권 앱 중  포인트 적립 UX(사용자 경험, User Experience)가 가장 직관적인 곳은 하나머니 앱, KB pay 앱이다.  둘 다 네이버페이로 전환하면 1.5% 재적립을 해주기도 한다. (하나머니는 즉시 적립, kb pay는 한 달 후 적립이라고 하는데 한 달 후에 적립되었는지 잘 확인하지 않게 되므로 실제 적립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적립 포인트가 제일 쏠쏠한 곳이 하나머니다. 그중 '골드바 응모'는 여러 메뉴를 들러 포인트를 모아야 응모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앱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이 메뉴 저 메뉴를 누르다가 새로운 상품 론칭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렇게 알게 된 상품이 트래블로그 상품이다.


트래블로그는 환율 우대가 되는 것은 기본이고, 매일 환율변동에 따라 조금씩 환전을 해둘 수 있다. 그리고 환전한 통화를 트래블로그 카드로 현지에서 사용할 수 있다. 옛날처럼 환전하러 은행에 갈 필요가 없고 환전한 통화를 현찰로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카드 하나면 여행지에서 직불카드처럼 바로 사용 가능하다. 현찰이 필요하면 ATM기기에서 뺄 수도 있다. 하나카드에서는 카드결제, ATM수수료가 없다고 하지만 그건 하나카드 측에서 떼는 수수료가 없다는 것으로 현지에서 이용한 가맹점의 상황에 따라 카드 수수료가 붙을 때가 있고, 현지 ATM보유 은행의 수수료가 빠진다. 그래도 옛날처럼(그래봤자 코로나 이전인 3-4년 전), 신용카드로 결제 후 환전, 환율에 따라 원화비용이 올라가는 문제가 없어진 건 대단히 놀라운 점이다.(미화를 쓰지 않는 곳에서 사용하면 현지통화를 미화로 계산했다가 다시 원화로 계산하는 이중의 환율 손해가 발생했다.)


환전 서비스는 모든 은행에서 환율우대를 대대적으로 내걸고 홍보하고 있는데, 우대폭과 소비자의 이득을 한눈에 딱 알아보게 설명하는 곳은 하나머니가 최고다. 다른 곳은 환율우대라고 크게 쓰여있지만 실질적인 이득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게 되어 있다.  트래블로그 카드는 디자인도 엄청 예쁘다. 여행지에서 카드 결제를 위해 내밀면  하나 같이 카드가 "정말 예쁘다"라고 예찬한다. 별 거 아닌데 괜히 우쭐해진다. 그리고 결제금액 포인트가 다른 카드보다 크다. 그래서 여행 후 돌아와서도 주로 사용하는 카드가 되었다. 결제금액에 따라 포인트가 쌓이는 재미가 있다. 무료로 적립할 수 있는 메뉴가 다양하고 실제 결제한 금액에 따른 포인트가 커서 하나머니는 한 달, 두 달이 지나면 만원을 훌쩍 넘겨 적립하게 된다. 포인트가 만 원이 넘으면 마음이 든든해진다. 큰돈이 아님에도 부자가 된 느낌으로 뿌듯해진다. 희한한 일이다. 아마도 공짜라고 느껴서 그럴 것이다.


KB pay는 몇 개월 전 앱을 개편한 덕에 포인트 적립 메뉴가 메인 화면에 바로 모여 있어서 보기 좋다. 아쉬운 건 kb스타뱅킹 앱과 경쟁구도를 가져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스타뱅킹 앱으로 kb pay 결제를 3천 원 이상, 6회 하면 2천 포인트를 주는데 카드사앱인 kb pay에서 결제하게 해도 될 것 같은데 은행앱을 쓰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은행 앱에 이미 출석체크, 수요일 별별퀴즈, 만보 걷기, 국민지갑 별 모으기가 있어서 사용자 유인을 충분히 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 덕분에 매일 들어가다 보니 적금을 들었다. 매일 앱에 접속하면 주는 우대 금리 상품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금 가입하면 추첨으로 청소기를 비롯한 갖고 싶던 물건을 주는 이벤트가 있어 예금도 가입했다. 당첨될 거란 기대가 크지 않지만 '기왕 예금 들 거 여기에 들까?'라는 심리가 작용했다. 하나머니 다음으로 쏠쏠하게 쌓이는 포인트가 kb pay 포인트다.


신한은행도 포인트로 소비자 유인을 잘하는 곳이다. 카드 연동 계좌 변경 이벤트로 계좌 변경을 하고, '급여'라고 표시하여 신한은행에 입금하면 급여클럽이란 서비스에서 매월 포인트를 준다. 카드값을 내야 하니 타 은행 계좌에서 송금하면서 '급여'라고 표시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 통신료를 연결하면 스타벅스 쿠폰을 6개월간 주는데, 돈 값어치로는 크지 않지만 음료 쿠폰을 6회나 받는다는 인식에 뭔가 큰걸 받는 느낌이다. 하지만 최근 개편한 앱은 좀 불편하다. 새로 론칭한 앱 하나로 통일이 얼른 되어야 할 것 같다. 포인트 적립 메뉴가 한눈에 보이지 않고 세 개의 앱으로 나눠져 있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게다가 이미 깔려 있는 앱으로 연동되면서 매번 로그인을 하라는 건 진짜 불편하다.


카카오페이는 30만 원을 충전하면 5%의 이자를 준다. 한 달로 치면 천 원이 좀 넘는 금액인데 매일 몇 십원씩 받는 재미가 있다. 이것도 출석체크를 하면서 알게 된 상품이다.


우리은행은 무료 포인트 적립 메뉴가 하나밖에 없고 이벤트도 다양하지 않다. 그래서 잘 들어가지 않게 된다.


무료 포인트만 적립하는 체리피커(cherry picker)가 있을 수 있지만, 그 무료 포인트 적립을 미끼로 쓰는 각 금융권의 마케팅은 효과가 있다고 본다. 내 경우를 보자면.


나태주 시인의 시구 중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라는 말이 있다. 너무도 유명한 '풀꽃'의 시구인데, 금융권 앱을 매일 들여다보며 어느 날 그 시구가 떠올랐다. "자주 보아야 상품이 보인다."  

매거진의 이전글 글 잘 쓰는 사람은 뭐 이리 많은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